법상스님의 목탁소리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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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롭게 화내는 방법 - 화를 참지 말라

화가 날 때는 억누르지도 말고 상대방을 향해 폭발하지도 말라. 항상 해 왔던 그 두 가지 고정된 패턴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화가 날 때 억누르면 내가 다치고, 폭발하면 상대가 다친다. 억누르지 말고 화가 났음을 정직하게 인정해주라. 화를 피해 달아나려 하기 보다는 그 자리에 있는 화를 직시하고 받아들여 충분히 느껴보라. 화를 내도 좋다. 아니 오히려 그 화를 똑바로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화가 나는대로 화를 내라. 화가 날 때는 화를 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다만 그 화에는 책임감이 뒤따라야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화를 낸다는 것은 상대도 나도 다치지 않게 한다는 뜻이다. 그 누구도 다치지 않으면서도, 온전히 화를 인식하면서, 화를 관찰하고 느끼면서 화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화가 날 때 상..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지 않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집착하는 마음은, 사실 그 이면에 현재 이루어지지 않은데 대한 불안함과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을 연습하고 증폭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려워하는 것은 언제나 빠르게 창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원하되 집착하지 않고 단지 의도한다면 그것은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다. 집착이 없는 의도야말로 우주의 힘을 끌어오는 핵심에너지다. 집착없는 원함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원하기는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진리는 언제나 다음의 룰을 따른다. "집착없이 원하면 이루어지고, 집착으로 원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을 뒷 산을 살리자 - 비봉산

양구 읍내가 환히 내려다 보이는 비봉산은 강원도 1000고지 이상의 높은 산들 가운데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아주 얕은 봉우리의 산이다. 그야말로 양구에 사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산책하기 알맞도록 자연에서 베풀어 준 산인 듯도 하다. 오후 늦은 시간에 혹은 새벽 예불을 끝내고 터벅 터벅 쉬엄 쉬엄 올라도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까지 1시간 정도의 시간이면 족하다. 어제는 바람이 얼마나 불던지. 귀를 활짝 열고 산 길을 오르는데 여기가 산인가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거센 바람소리가 파도치듯 귓전을 맑고 차게 스치운다. 조금 춥기는 해도 산에서 부는 파도소리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화로와 지면서 입가에 미소가 살랑살랑 피어오르곤 한다. 처음 강원도 양구로 간다고 했을 때 ..

울릉도 기행(3) 1박2일, 신비의 일출과 일몰

둘째날, 나리분지에서 태하까지(나리분지 출발, 12:20) 나리분지에서 민박집 어르신이 일어주신 산마을 식당에 들러 울릉도에서 난 산채들로만 만들었다는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산채들이 풍성하게 한 그릇 가득이다. 주인 아주머님 인심은 또 얼마나 좋은지, 밥이며 산채며 반찬들이 전통 한정식 저리가라 하고 많이 나오는데다 민박집 어르신 얘기를 했더니 이 곳의 자생인 천궁, 호박, 더덕 등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씨앗주라는 곡차도 한 사발 내어 주셨다. 늦은 점심을 먹고는 터벅터벅 바닷가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고갯길을 오르니 나리분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1시간 남짓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걷다보니 시원스런 바다와 거친 파도가 가슴을 뻥 뚫어준다. 그리고 바닷길 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산에서..

울릉도 기행(2) 성인봉, 가을 가고 겨울 오다

둘째날, 안평전에서 성인봉까지(안평전 출발, 07:50) 울릉도의 택시는 전부가 4륜구동의 승합차량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곳곳이 가파른 오르막이고 때때로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곳들도 많이 보인다. 택시를 타고 산 아래 안평전까지 가면서도 울릉도의 풍경, 바다위로 피어오르는 태양 빛, 그 빛에 반사되어 황홀경을 선사하는 산세며 어느 것 하나 내 눈을 사로잡지 않은 것이 없다. 울릉도는 섬이라 산세는 고만고만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내 생각은 그야말로 완전히 빗나갔다. 주봉 성인봉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는 봉우리들이 그야말로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한껏 드높이고 있다. 한참을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울릉도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데 한동안 산 쪽 오솔길로 들어선다 했더니 벌써 안평전에 다다랐다. 성인봉 ..

울릉도 기행(1) 일출 전망대 외로운 낙조

첫째날,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 올라...(‘05. 11. 21. 15:42) 울릉도에 도착하자마자 복잡한 도동을 피해 언덕 하나 넘어 가까운 이웃 마을 저동에 여장을 풀었다. 소박하고도 호젓한 어촌 저동의 풍경을 뒤로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 올랐다.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 풍경, 그리고 고개들어 바라보면 우뚝 솟은 높은 산의 신비로운 그림. 그 위로 떠가는 구름, 태양. 이제 해는 서산 너머로 떨어지고 바다는 조금씩 어두운 침묵 속으로 잠긴다. 조용하다. 고요하다. 적멸! 저동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의자에 앉아 내 삶을 의지한다. 아랫마을 개짓는 소리, 일 끝나고 들어가는 농부의 경운기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나직한 파도소리, 그리고 침묵, 침묵, 침묵!!! 세상도 침묵하고 내 마음도 깊은 침묵에..

가을, 단풍의 도량 청량사를 거닐다

가을... 온 산이 불타고 온 자연이 불타는 계절. 내가 사는 도량도 온통 형형색색의 단풍빛으로 물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똑같은 도량이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왜 나는 이렇게 변화하는 자연의 생명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 경이로운 모습을 보지 못하며 자랐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저마다 다르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우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러면 어떻게 보았을 때 가장 대자연 본연의 모습을 우리들 가슴 속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마음을 얼마나 비우느냐에 달려있을 것 갔다. 마음이 호젓하게 비어있으면 자연은 바로 그 텅 빈 마음 속으로 빨려들듯 무한하게 들어..

봄이 오는 다솔사, 매화피는 선암사

3월은 만물이 생동하는 달이다. 한겨울 침묵을 지키며 저마다 자신의 빛을 안으로 비추던 숲의 생명들이 봄햇살을 맞아 그 침묵을 깨고 피어오르는 계절. 이런 날은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겨울 동안의 오랜 추위와 침묵을 깨고 자연 생명의 리듬에 맞춰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나고 싶은 그런 때다. 때때로 이렇게 쉽게 길을 떠날 수 있는 내 처지가 그렇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미안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요즘들어 ‘가난한 삶’이라는 것이 하나의 화두처럼 내 삶에 숙제로 다가오면서 이러한 나의 잦은 길 떠남이 가난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되묻기도 하고 또 길 위에서의 씀씀이를 최소한의 필요로 줄이고자 면밀히 살핀다.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소임이 있다 보니..

매화마을, 산수유마을, 쌍계사 순례

봄이 오는 소식이 이젠 재법 바람결에서도 느껴진다. 벌써 지난 달부터인가 봄꽃하며 봄나물 또 봄바람소식, 숲속으로부터 소리없는 소리로 봄소식을 듣는다 했더니, 지난 주 금요일에 서울 용산에 원광사를 갔다가 법당 앞 뜰에 거짓말처럼 화사하게 피어오른 매화꽃을 보았다. 저쪽 남쪽지방 지리산 아래 섬진강을 따라 매화꽃이 이제 막 시작이란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지 봄꽃소식은 아랫지방부터 슬그머니 올라오는 맛이라는데 아랫지방에서도 꽃망울을 막 틔운 꽃이 이 텁텁한 서울 땅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오르다니... 뜻하지 않던 행복감에 내 안에서도 따뜻한 봄바람에 매화꽃 한송이 움트는 듯 하다. 동백과 함께 겨울 잔설을 뚫고 솟아오르는 모습이 매화의 기상을 더없이 성성하게 해 준다고 하던데,..

오대산 적멸보궁을 오르며

마음 속에서 이따금씩 그리움이 피어오를 때, 또 내 스스로 만들어 둔 틀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속 뜰의 얽매임을 볼 때, 그럴 때면 이것 저것 따질 것 없이 길을 나선다. 길을 나선다는 것은 단순히 몸뚱이를 낯선곳으로 옮겨간다는 그런 일차적인 의미뿐 아니라, 내가 만들어 놓았던 틀 속에서 자유롭게 벗어나고 깨고 나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린 늘상 스스로를 얽어매고 산다. 이렇게 얽어 매고 저렇게 얽어 매고, 제 스스로 그렇게 얽매도록 해 놓고서는 세상살기가 괴롭다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매일 매일 몇 가지씩, 또 몇 십가지씩 스스로를 얽매는 관념의 사슬들을 만들어 간다. 그건 말 그대로 제 스스로 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때때로 그 틀 속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매 순간 ..

가을, 설악산 단풍 산행

일요일 오후... 법회가 있어 마치고 오는 길에 문득 하늘을 보았다. 높디 높고 맑디 맑은 가을 하늘...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산을 바라보는데 울긋불긋 예쁜 단풍으로 온통 물들어 있는 모습이 내 마음을 더없이 설레게 한다. 난 왜 이리도 잘 설레는지... 가만히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고개들어 주위를 좀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면 온통 셀레는 것, 행복한 것들이 내 마음 속으로 밀려든다. 늘상 주위야 보고 살지마는 나에게 ‘문득 고개 들어 주위를 바라본다’는 것은 보통 이래 저래 바쁜 생활과 일들 또 생각들 머릿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온갖 분별들이며 스케줄들을 어느 순간 문득 다 비워 버리고 좀 더 관심어린 시선으로, 좀 더 따뜻하고 텅 빈 시선으로 주위를 바라보았을 때를 말하는 것. 누구든 마음 ..

지리산 빗길 산행 - 비오는 산길을 홀로 걷는 즐거움

그날 밤 많은 비가 내렸다. 쏟아지는 비소리, 또 빗방울이 숲 위로 내려 앉는 소리가 다소 거칠어 몇 번을 잠에서 깨어났다. 하기야 산사에서 살다보면 이따금 한밤 중 잠에서 깰 때가 있다. 주로 늦은 녘 울려오는 둔탁한 전화 소리이거나 아기 울음 소리 비슷한 도둑고양이 소리인데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똑같이 잠에서 깨더라도 혹 그로 인해 잠을 조금 설치더라도 기분 좋게 두 눈 뜨고 일어나 잠시나마 맑은 정신으로 앉아 있을 때가 있다. 바로 그날 새벽녘처럼 조금 거칠더라도 시원스런 빗소리가 이 청청한 산사를 맑게 씻어내리는 바로 이런 때. 한밤중 빗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내 안의 뜨락에도 맑은 비가 내리는 듯 하다. 한 밤 중 비 소리에 잠을 깨고 일어나 앉아 보셨는지... 그 웅숭깊은 도량..

제주도 푸른밤, 한라산 산행

제주도... 누군가에게는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왠지 모를 아련하고 알싸한 낭만과 설레임이란 단어가 가슴 속을 포근하게 감싸는 곳... 제주... ‘제주도 푸른밤’이라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이 노래를 들으며 두 눈을 감고 있자니 얼마전 다녀왔던 제주도의 그 바다며 한라산에서 내려다 보이던 그 제주의 풍경이 그대로 그려진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별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기 우린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이 노랫말 가사처럼 온전히 저 바다며 산이며 대자연을 느껴볼 수 있도록 모든 것 훌훌버리고 마음을 맑게 비..

지리산 기행(2) - 벽소령에서 천왕봉

셋째날, 17:15 벽소령에 다시 해가 뜨고... 엊저녁 처럼 오늘 새벽 난 여전히 이렇게 산장에서 조금 떨어진 한 켠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어제 지던 해를 다시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산위로 떠오르는 해를 가만히 앉아 마주하려니 그 감흥이 가슴 깊은 곳을 퍽퍽 쳐 댄다. 왼쪽 산봉우리에서 해가 조금씩 떠오르고 오른쪽 산장에선 길떠날 사람들로 분주하다. 계속 그래왔지만 오늘은 특히나 여유가 넉넉한 날이다. 벽소령에서 장터목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4시간, 쉬엄 쉬엄 걷고 쉬고 해도 5-6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라고 한다. 덕분에 이 언덕위에서 차분히 아침 시간 좀 보내고 사람들의 출발 행렬이 끊어질 무렵 느즈막이 아침밥을 해 먹고 떠날 생각에 있다. 이렇게 앉아 산 사람들 움직임을 보면 또다른 흥겨움을 느낄..

지리산 기행(화엄사에서 벽소령까지)

첫째날, 8:00 화엄사 각황전 아래... 새벽에 구례구역에 도착하여 아침공양을 하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님께서 오늘 아침이 가장 추운 날이라고, 첫 서리가 왔고, 노고단에는 첫 얼음까지 얼었노라고 말씀해 주셨었다. 그렇지만 지금, 새벽 추위는 이 지리산 하늘 위로 따스한 햇살을 받아 다 녹아내렸다. 화엄사 경내, 조금 전 산위로 햇살이 떠오르고 화엄사 도량을 맑게 비추고 있다. 여유 있게 산을 마주하려고 긴 일정을 잡았더니 마음부터가 아침 바람을 타고 편안하게 산들거린다. 저 화엄사 돌담 아래 피어난 이름모를 눈부신 꽃송이 처럼... 산을 오르고 내리는 데 목적이 있다 보면 빨리 올라야 하고, 또 오르면 내려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다만 이 순간 걸을 뿐이고, 그대로 느낄 뿐이면 걸으면서도 이미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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