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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를 오르던 날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걷고 또 걷다보니 뒤늦게 점심식사를 하지 못한 생각이 났다. 배시계는 꼬륵꼬륵 자명종을 울려댄다. 한참을 걷다보니 작은 간이식당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요기를 하기로 한다. 딱히 메뉴랄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 허름하고 지저분한 식당에서 특별한 것을 주문할 생각도 없고 또 시간도 없고 해서 그저 간단히 ‘누들스프’라고 쓰여 있는 우리말로 ‘라면’을 주문한다.
기다리다가 잠시 주방을 구경하러 들어갔더니 눈에 들어오는 풍경! 설거지도 하지 않은 아마도 이전 사람에게 음식을 해 주던 것 같은 냄비에 그대로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순간 황당한 마음이 일어났지만 인도에서 그랬듯 이 정도야 그냥 지켜봐주며 웃어넘기기로 한다. 여기는 네팔이 아닌가.
인도에서 만났던 한 여행자는 제게 “인도에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 라면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상상이하의 라면이었습니다. 그런데 더한 것은 그 곁에 있던 전에 쓰던 씻지 않은 국자, 개미들이 다닥다닥 붙어 음식찌꺼기를 먹고 있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 설마설마 했던 그 국자가 곁에서 “잠깐!” 하고 소리 지를 틈도 없이 그냥 냄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즈음에서 아예 포기를 하고 차라리 보지를 말자는 심정으로 제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휴~~ 그래 여기는 네팔이니까”
이 한마디로 한국에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던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용납이 되고 받아들여진다. 결국 내 앞에 배달된 네팔 라면 한 그릇에는 포크를 들 때마다 면발 사이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하듯 작은 개미들의 시신이 입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아~! 관세음보살”
해외 여행길에서 배우는 것이 어쩌면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견고하게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다른 나라에 가면 꼭 그렇지 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들을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당연한 상식조차 다른 어떤 나라에서는 전혀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경악할 만한 어떤 일들이 그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사람들 참 더러워 죽겠네’ 라고 할 만하지만 이 사람들은 반대로 한국 사람을 보고 더럽고 비위생적인 사람이라고 경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런 음식 먹는 습관이나 조금 전 부엌의 상황과 같은 이런 더러운 모습에 놀라지만, 네팔인들은 한국인들이 달밧 하나를 시키고 또 무슨 국이나 수프를 시키고 또 볶음면 같은 프라이드 누들 등을 시켜 각각 자기 것을 자기가 먹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펼쳐 놓고 다같이 먹는데서 기절을 한다.
그러니 더럽다거나 깨끗하다는 관념도 다 제 생각하기 나름이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불구부정(不垢不淨) 아닌가.
여기 사람들처럼 애고 어른이고 매일 숲에서 들에서 일하고 흙을 만지다가 그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 더 더러운가, 아니면 깨끗하게 하겠다고 손에 온갖 크림을 바르고, 지하철, 버스, 공중화장실, 곳곳의 위생적인 현대 시설과 현대적 기계와 자동차, 매연, 가스, 분진 등을 수북이 덮어 쓴 손이 더 더러운가.
이 즈음에서 세상의 옳고 그름이라는 것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 우리에게서 옳은 것이 반드시 저들에게도 옳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서 여행을 통해 서로 다른 것이 꼭 옳고 그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차이점일 뿐임을 겸허히 수용하게 됩니다.
[BBS 불교방송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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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히말라야 산길을 걷다가 촘롱이라는 산중 마을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밀린 빨래도 해서 널고 촘롱의 밤 공기에 몸과 마음을 씻으러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아! 또 한 번의 내 인생의 클라이막스가 등장한다.
아! 나는 이런 밤하늘을, 이런 별들을, 이런 은하수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지리산에서 보았던, 그리고 설악산 중청산장과 지난 가을 비온 뒤 강원도 양구에서 보았던 별들을 다 합쳐놓은 것보다 더 밝고 초롱초롱히 빛나는 별들을, 그것도 몇 배는 많은 숫자를 지금 한 눈에 바라보고 있다.
별빛이 이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 깨닫고 있다. 어떻게 저토록 많은 수의 별들이, 쏟아져 내리지 않고도 저렇게 떠 있을 수 있는지. 내 생에 이렇게 많은 별들의 숫자를 헤아려 본 적은 없다. 지금 이 순간,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별에 대한 고정관념, 별빛에 대한 가치들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고, 전혀 새로운 의미로써 새겨지고 있다. 말 문이 콱 막힌다. 도무지 언어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별똥별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이에게 한 여행자는 태연히 말했다.
"하늘의 별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5분 이상만 눈을 안 떼고 별을 지켜보면 분명히 별똥별을 볼 거예요. 5분, 10분에 한 번꼴로 별똥별이 떨어지거든요."
과연 그 말이 맞았다. 거의 정확하게 5분에 한번 꼴로 별똥별이 떨어지고 있다.
저렇게 자주 떨어지는 별똥별을 왜 우리는 보지 못하고 살았을까. 밤하늘에서는 매일 같이 저 고징한 별들의 공연이 5분마다 펼쳐지는 동안 우리는 우리 인생의 30년, 40년 아니 70년, 80년을 단 한 번도 저들을 보지 못하거나 단지 몇 번 보고 소원을 빌 정도로 우리의 관심은 별에서 하늘에서 우주에서 자연에서 멀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무언가를 꾸준히 지속적으로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낯선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다. 빨리 빨리 해야 할 일을 해치우고,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업무를 소화해 내고, 남들에게 뒤질세라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바빠서 잠시 멈추고 세상을 바라보는데 익숙치 않은 것이다. 아니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도 비생산적이며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과연 그런가? 잠시 바쁜 걸음을 멈추고 무언가를 향해 나의 주의와 시선을 모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는 것이 그렇게 무의미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가장 흔히 간과되며, 우리가 가장 놓치기 쉬운 삶의 비밀스런 진리가 바로 이 '바라봄'에 있다.
'분별 없는 바라봄',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생각을 개입시키지 않고, 판단을 개입시키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어떤 한 대상을 관찰해 보라. 분별없이 다만 지켜보기만 해 보자. 바로 그 때 우리는 바로 그 대상과의 진정한 하나 됨을 경험할 수 있으며, 진정 의미 있는 관계로 맺어질 수 있고, 참으로 그것을 사랑과 자비로 어루만지게 된다.
보통 우리가 보는 바라봄이란 현재를 내 안에 있는 과거의 어떤 틀이나 관념으로 대상을 끼워 맞추는 것이기 쉽다. 분별망상으로 걸러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그 어떤 틀이나 생각, 관념, 가치관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채 그 어떤 판단도 내리지 말고 세상을 눈부신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 바라봄의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연이든, 별이든, 한 송이 꽃이든 그것 속에서 신을 발견할 것이고, 그 순간 내 안에서는 한 송이 연꽃이 만개할 것이다. 그것을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축복을 부여받는다.
[불교방송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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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고 얼마 안 가 구루종(Ghurjung, 2050m) 마을에 도착. 잠시 롯지에서 평소에 잘 안 먹던 콜라를 한 병 시켜 의자에 앉아 에둘러 돌아온 길을 바라본다. 이렇게 휘휘 돌아 올 일은 아니었는데, 또 그저 산 중턱으로 난 소로길을 따라 오기만 했어도 비교적 평탄한 길로 무난히 올 수 있었는데, 저 깊은 계곡 아랫마을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온 것을 생각하니 꼭 우리 인생을 보는 듯 하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걷는다. 다시 저 아래 계곡 킴롱코라(Kimrong Khola)까지 내려갔다가 다리를 건너 다시 저 건너편 산 위까지 올라가야 한다. 이제 좀 익숙할 법도 한데,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30여 분을 내려가고 다시 느릿느릿 1시간 이상을 걸어 오른다. 건너편 산 정상 부근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시원스레 내달려 계곡과 만나고 있다.
산 중턱 곳곳에는 어김없이 이 고산에서 몸 붙이고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다랑이논과 밭들이 위태롭게 서 있다. 그 논밭 사이로 아스라이 자리 잡고 있는 시골집 마당에는 곡식이 햇살을 받아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산정에 다시 올라서니 그 높은 곳에 거짓말처럼 넓고 푸른 잔디밭이 깔린 훌륭한 롯지가 장쾌한 전망을 바라보고 우뚝 서 있다. 찌아 한 잔을 마시고 다시 걷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야생의 밀림이 시작된다. 숲의 나무들이 그야말로 사람의 간섭을 한 번도 거치지 않은 것처럼 자유분방하게 제멋대로 쭉쭉 뻗어있다.
제멋대로라고 했는데 사실 자연의 이 제멋대로 속에 인간의 질서를 넘어서는 자연 그 자체의 자연스럽고도 조화로운 질서가 저 졸막졸막한 가운데 종요롭게 스며 있다. 그래서 자연에 깃들 때는 인간의 가치판단이나 생각들을 한 켠으로 밀어재꺼두고 텅 빈 마음으로 하나의 자연이 되어 뛰어들어야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본연의 가르침을 느껴볼 수 있다.
저 숲의 무위(無爲)함을 보라. 저 거칠 것 없는 야생의 사자후를 들어보라. 말과 생각이 끊어진 이 천연의 산중에서 이렇게 글을 토해낸들 그것이 저 풀 한 포기의 떨림인들 담아낼 재간이 있겠는가! 그저 걸으며, 소담히 소요하며 침묵으로 바라볼 수 있을 뿐!
어느덧 파아란 롯지가 인상적인 타다빠니에 도착.
포카라에서 사들고 간 라면 하나를 비로소 여기에서 끓여 먹는다. 라만 끓여주는데 30루피, 밥은 다 못 먹는다고 엄살을 부리면서 반공기를 50루피에 시켜먹는다.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일찍 타다빠니에 도착했고 점심식사도 12시 이전에 마쳤다.
오후에는 약 4시간 거리의 푼힐의 베이스캠프인 고라빠니까지 가는 일정이다.
엊그제 ABC에서 만난 중국인 두 명의 친구를 또 만난다. 나보고 ‘스트롱맨’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추겨 세우고 지나간다. 그야말로 요즘 네팔에서는 중국인들을 어디를 가나 무수히 만난다. 산에도, 포카라에도, 룸비니에서도 중국인들의 인해전술 같은 여행패턴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간다.
네필이 왕정을 끝내고 마오쩌뚱 사상을 표방한 마오이스트가 정권의 핵심으로 들어오면서 중국이 네팔을 거의 형제의 나라처럼 생각하게 되었던 영향이 크다고 한다.
타다파니에서 고라빠니까지의 길은 그야말로 야생화들의 천국이다. 곳곳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천연의 꽃들이 만개했다. 느릿느릿 걸으며 꽃들을 사진에 담아본다. 야생화의 숫접은 생경함에 취할 지경이다.
야생화 군락과 몇 백년도 더 되었을 법한 야생숲의 엄숙함을 뚫고 말인지 야크인지 안나푸르나의 물자 이동수단인 가축떼가 싱그러이 지나간다.
두 빠니 사이의 중간 즈음이 되었으려나, 계곡물이 청연히 흐르는 무릉도원이 나타나더니 그림 같은 롯지가 나타난다.
잠시 쉬어 사과 하나를 사서는 한 입 베어무는데 종작없는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후두둑 비 피할 시간도 주지 않고 폭포처럼 떨어지는 소나기에 깜짝 놀라 여유롭게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던 여행자들이 비좁은 롯지 식당 안으로 일제히 뛰어든다.
어둑어둑하던 롯지 식당이 순식간에 활기를 띄면서 밝아진다.
그저 지나가는 소나기다. 그것도 고작 5분 여를 넘기지 못하고 소락소락하게 오다 말고 가 버렸다. 비 옷을 꺼내 단단히 싸메 입다 말고 다시 접어 넣는다. 덕분에 계곡의 초록 생명들은 수런수런거리며 활기를 되찾는다. 시그러지던 계곡물도 생기를 띄며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나도 이제 마지막 오르막을 걸어오를 채비를 마친다. 어둑어둑한 계곡물을 따라 오르다가 이내 계곡과는 작별을 고하고 능선으로 접어든다. 새로운 꽃이며 풀들이 반갑다는듯 홀연한 바람을 만나 손을 흔든다.
점심 즈음에 다다르니 비로소 구름 사이를 뚫고 잠시 햇살이 오랜 숲에 부서져 반짝인다.
길을 걷다 보니 다시 한 번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이라고 해 봐야 고작 롯지와 식당을 겸해서 운영하는 집 두어 채 있는 것이 전부지만, 이 곳에는 다양한 상품들도 내어 놓고 길 가는 여행객들의 시선을 잠시 잡아끌고 있다.
숲을 빠져나가니 황량한 너른 들판에 휭하니 차고 외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저 머얼리 구름과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아련한 설산의 봉우리들이 그 모습을 보여줄듯 말듯, 숨었다가 고개를 내밀곤 한다.
이 황량한 정상에 작은 구멍 가게 하나! 이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이라니!
또 한번 길 위에서 걸음을 멈춘다. 난감한 갈림길.
도대체 어쩌자고 이 나라에서는 세계 도처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한 갈림길 이정표 하나 만들어 놓지 않았단 말인가.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보통 상식 수준에서는 이렇게 이정표 없는 갈림길은 어느 곳으로 가도 길은 통한다는 무언의 암시이기 쉽다. 물론 이 또한 한국에서의 이야기다.
네팔은 어디까지나 네팔이니 이 나라의 상식을 알 길이 없다. 더구나 이 갈림길은 정확히 90도 직각으로 난 전혀 다른 길이 아닌가!
조금 앉아서 숨도 돌릴 겸 혹시나 뒤따라올 다른 여행자를 기다려 보기로 한다. 거의 대부분 여행자가 포터나 가이드를 동반하고 있으니 물어가면 될 것이란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가며 나의 숨돌림은 30분을 넘어서고 있다.
그냥 직관으로 가야겠다고 발길을 옮기려는 순간 그 길 반대편에서 네팔 현지인 3명이 걸어올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후다닥 내려가 물었더니 역시나 이 길이 고라빠니 길이다. 물론 예상했던 것처럼 다른 길로 가더라도 돌아가기는 할지언정 고라빠니에 도착하는 길이라는 것도 알았다.
20여 분을 걸어 내려가니 드디어 고라빠니.
고라빠니의 롯지에서 주인과 얘기를 하다가 오늘 내가 온 길이 남들은 이틀을 걸어오는 길이었음을 듣고는 노곤한 피로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고라빠니에 어둠이 내린다. 어둠과 함께 곧장 잠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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