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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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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외로운 때가 있다

살다보면 이따금씩 제가 짊어지고 온 삶의 그림자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고,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보이지 않는 삶의 무게로 한참을 주춤거리며 내 삶의 시계가 딱 멈춰 섰을 때가 있다. 시간은 흐르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대로 멈춰진 채 중심 없이 외로이 흔들릴 때가 있는 법이다.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예전엔 생각만 해도 설레던 일들이 무의미해지고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어떤 사람들이 곁에 다가와도 그 어떤 흥겨운 일을 벌이더라도 한참을 짓누르는 외로운 흔적을 떨쳐 버리지 못할 그런 때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집에 들어 앉아 있어도 언젠가 나홀로 떠나 그림자와 함께 여행하던 그 바닷가 외로운 포구, 혹은 저홀로 울울창창 소리치며 그 깊은 산 우뚝 솟아 있던 소나무 한 그루가 지독하게..

올 때는 오고 갈 때는 간다

모든 것은 오고 간다. 올 때가 되면 오고, 갈 때가 되면 간다. 그것이 진리의 모습이다. 그러니 지혜를 깨닫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올 때는 오도록 갈 때는 가도록 그대로 놔두고 다만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다. 모든 온 것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잠시 왔다가 잠시 머물러 가야할 때 갈 것이다. 생각도 잠시 왔다가 가고, 인생도 잠시 왔다가 가고, 돈도 잠시 왔다가 가고, 명예도, 권력도, 지위도, 사랑도, 행복도, 성공도, 실패도, 나라는 존재 또한 그렇게 잠시 왔다가 갈 것이다. 모든 것은 올 때가 되면 왔다가 갈 때가 되면 간다. 오고 감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그저 내 존재 위를 스쳐 오고 가도록 그저 내버려 두라. 행복이 온다고 잡으려 애쓰지도 말고 행복이 간다고 붙잡으려 애쓰..

모든 고통은 내가 부른 것

다른 누군가가 나를 괴롭힐 수 있을까? 엄밀히 관찰해 보면, 그 누구도 내 동의 없이 나를 괴롭힐 수는 없다. 타인이 나를 괴롭힌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 내 스스로 타인의 행위에 공격, 압박, 괴롭힘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채 거기에 저항하고 거부하며 방어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은 타인이 나를 괴롭히는 것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내적 과정을 느낄 뿐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나를 괴롭힌다고 느낄 때, 곧장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그 원인을 살피는 것, 즉 내적인 마음이 어떻게 그것을 '괴롭힘'으로 인식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타인의 말이나 행위를 즉각적으로 내면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는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거부하거나 욕망하는지, 어떤 느낌을 만들어내는지, 어떻게 그 느낌..

살지 말고 살아지라

모두들 잘 살아 보려고 애를 쓴다.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잘 살고, 풍요롭게 살고, 지혜롭게 살 수 있을지를 평생동안 궁리하며 산다. 그런 모든 애씀과 인위적 노력들을 한번쯤 쉬어보면 어떨까? 졸릴 때 우린 억지로 자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냥 저절로 자 진다. 숨 쉴 때도 억지로 쉬지 않고 그냥 쉬어진다. 사실 삶이란 것도 마찬가지다. 살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냥 살아진다. 계획하고 연구하고 궁리하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더라도 삶은 늘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물론 우린 안 그런줄 알고 힘주고 애쓰면서 살지만 한번쯤 돌이켜 힘을 빼고 삶의 흐름에 내맡긴 채 지켜봐 보라. 애쓰는 '나'가 없어도, 저 혼자서 얼마나 잘 살아지는지.

내 중심이 나를 이끌고 가도록

온갖 점을 치는 일이나 해몽, 관상 보는 일을 완전히 버리고, 길흉화복의 판단을 버린 수행자는 세상에서 바르게 살아갈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지 않는 것이나 다 버리고 아무것에도 집착하거나 매이지 않고 온갖 속박에서 벗어난다면, 그는 세상에서 바르게 살아갈 것이다. [숫타니파타] 공부하는 수행자는 잘 되고 못 되었다는 분별이라거나, 좋고 싫다는 분별, 옳다 그르다 라는 분별, 그리고 맞다 틀리다라는 분별부터 쉬어야 한다. 그냥 그냥 굳게 믿고 턱 놓고 살면 다 잘 사는 것이다. 잘 살고 못 살고를 나누어서 잘 사는 쪽을 선택한 그 잘 사는게 아니라 그냥 그 양쪽을 넘어선 잘 사는 것이란 말이다. 길흉화복의 판단을 버린 수행자. 이 얼마나 거침없는 훤한 길인가. 내 앞에 펼쳐지는 그 어떤 경계라도 ..

지구를 살리는 방법

나 한 사람의 나눔과 절약이 과연 이 지구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나 혼자 음식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아프리카 어린이를 살릴 수 있을까? 그렇다. 그럴 수 있다. 직접적으로 돕는 힘은 작을지라도 그것이 다는 아니다. 한 사람을 돕는 순간 우주는 그 따뜻한 사랑의 정신을 기억한다.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때 지구의 여신이 맑은 호흡을 내쉰다. 물 한방울을 아낄 때 그 절약정신은 우주 끝까지 전달된다. 그 단 한 사람에게 행하는 따뜻한 나눔과 사랑의 정신은 우주와 함께 공명하여 그 파장을 인류가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이것이 나부터, 작은것부터 먼저 시작해야하는 이유다. 실천하지 못하는 타인을, 세상을 탓하지 말고 그저 내가 먼저 하라. 내가 정화되는 것이 곳 세상의 정화다.

만남에 담긴 의미

모든 만남은 우리에게 삶의 성숙과 진화를 가져온다. 다만 그 만남에 담긴 의미를 올바로 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이지만 그 메시지를 볼 수 있고 소중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에게 모든 만남은 영적인 성숙의 과정이요, 나아가 내 안의 나를 찾는 깨달음의 과정이기도 하다. 아직 존재의 본질에 어두워 만남 속에 담긴 의미를 찾지 못할지라도 그 만남을 온 존재로서 소중히 받아들일 수는 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이나 펼쳐지는 '만남'의 진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소중히 가꾸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만나는 모든 사람이 부처요, 관세음보살이라'고 했다. 좋은 사람이든 싫은 사람이든, 적이든, 내 편이든, 이익을 주는 사람이든, 손해를 주는 사람이든, 그 모든 사람이 내게 ..

가까운 사람이 나를 비춰준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인연이 중요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바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먼 사람과의 관계도 바를 수 없다. 만약 가까운 사람과는 바르지 못한 관계를 가지면서 먼 사람과 좋은 관계를 가진다면 그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여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니 가까운 사람과는 좋지 않은 관계를 가지면서 먼 사람과는 친하고 좋은 관계를 가진다면 그만큼 겉과 속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의 거울이며, 바로 내 모습의 나툼이다. 내 업식만큼만, 내 그릇의 크기만큼만 이 세상은 내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너무 미워하던 딸이 아버지 같은 사람 정말 싫으니 남편감은 죽어도..

‘쨍!’하는 적연부동의 순간 – 안나푸르나 순례(5)

사우스와 히운추리의 일출 이른 새벽, 아직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눈이 뜨인다. 눈을 뜨자마자 깜짝 놀란 사람처럼 앞마당으로 뛰어 나간다. 여전히 새벽별이 하늘을 수놓고 있지만 동녘하늘이 깨어남과 함께 별은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어스름한 아침, 어둔 이불을 걷어치우는 촘롱 마을, 그 위로 우뚝 선 안나푸르나 사우스(Annapurna South, 7219m)와 히운추리(Hiunchuli, 6441m)의 기상이 초연하다. 시간은 정지된 듯 정지된 듯 그러나 침묵의 새벽을 뚫고 쏜살같이 흐른다. 어느덧 창백하던 새벽빛이 황금빛으로 바뀌며 사우스와 히운추리 설봉의 저 위쪽부터 서치라이트를 비추듯 빛이 비쳐 내려오고 있다. 사우스와 히운추리가 금빛 옷을 차려입고 화려한 대자연의 공연을 벌이는 동안 마차푸차레(M..

히말라야의 밤 하늘, 별똥별 관찰 – 안나푸르나 순례(4)

촘롱의 밤하늘, 이것이 별빛이구나 촘롱의 초입 즈음에 한 두 채 작은 게스트 하우스가 보인다. 그런데 이 히말라야 산중 마을에, 그것도 지금까지 한국인이라고는 한 명도 만나보지 못한 이곳에 익숙한 한글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내용을 보면서 한바탕 웃고 간다. 한국인이 많은 것인지,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주인이 사는 것인지, 한국 라면에 김치찌개 심지어 한국식 백숙까지 해 준다니! 촘롱은 지나 온 간드룽 보다도 더 크고 더 장대한 품으로 나를 이끈다. 산위 한 쪽 능사면 전체가 저 위 봉우리부터 저 아래 계곡까지 온통 게스트 하우스 천지다. 그 사이 사이로 중간 아래쪽 부터는 평범한 이 곳의 원주민인 구릉족들의 삶의 터전, 평범한 시골 농가가 펼쳐져 있다. 당연하다는 듯 제일 꼭대기의 게스트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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