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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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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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없이도 완벽한 삶

아침 두 뺨 위로 간질거리는 햇살이며, 저녁 산책 시간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마치 영혼까지 일깨워 주는 듯하다. 새들은 지저귀고 풀벌레는 노래한다. 부드러운 숨은 들어오고 나가며 생명을 연주한다. 매일 밤 건강한 두 발로 산책의 숲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은 더없는 행복이다. 내가 억지로 유지하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이 산하의 대자연은 매일 매일 우리에게 아름다운 사계를 어김없이 선물 해 준다. 내일 아침 해가 뜨게 하기 위해 우리는 별다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한 숨 들이쉬지 못하면 죽고 마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들숨으로 들어오는 맑은 공기를 어떻게든 사수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봄에 꽃을 피우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하늘에서 비가 내리게 하려고 구름을 만들 필요도 없으며, 저 장대한 밤 하늘의 ..

복과 지혜는 각각 닦으라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리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가난할 수도 있다. 복과 지혜는 그 범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복은 복대로 지어야 하고, 지혜는 지혜대로 닦아야 하는 법이다. 깨달음을 얻은 도인이라 할지라도 지어놓은 복이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닦아 놓은 복력 만큼의 삶만을 살다 갈 뿐이다. 예를 들어 깨달음을 얻었을지라도 베풀어 놓은 것이 없다면 가난하게 살게 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지혜와 불법을 많이 전하고 베풀어 놓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 주위에는 보다 많은 이들이 모여들 것이다. 인연복, 공부복을 지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홀로 지내기를 좋아해 인연복을 지어놓지 않았다면 그는 깨달음을 세상에 펼치지 않고 홀로 고요히 지내게 될 것이다. 복력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복이 ..

욕을 얻어 먹을 때 마음 대처법

‘수행하면 나에게 좋은 일만 생겨야 된다?’ 이건 우리의 집착이고, 우리의 욕심입니다. 수행하는데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것이 생기는 것을 허용해 주어야 합니다. 다만 그것을 그냥 지켜볼 뿐이지요. 어떤 사람이 욕을 해요. 이 세상에 그 수많은 인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욕한 것은 그럴 수도 있는 평범한 상황입니다. 당연히 그럴 수도 있는거지요. 그것은 괴로운 어떤 상황, 특수상황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는 평범한 상황입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또 사람들은 자기의 삶이 있으니 그 사람의 관점에서는 욕을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자기 입으로 자기 욕을 한 것은 그 사람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닌거지요. 문제는 내가 그 사람이 한 욕을 받고는 화를 내고, 열받아 하고, 크게 여기고, 휘..

우리가 이 지구별에 온 이유

육도 중 인간계만이 유일하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인간계에 태어났다는 것은 억 겁에 없을 소중한 기회를 얻은 것이다. 고작 돈, 명예, 권력을 얻으려고 애쓸 시간이 없다. 고를 벗어나 지혜를 배우고 성장하며, 깨달음에 이르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이 지구별에 온 목적이다. 초기 경전에 보면 인간들이 천상세계에 살다가 내려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계는 이 우주에서 아주 독특한 존재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육도윤회의 세계 중 인간계만이 업을 적극적으로 지을 수 있고, 또한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를 수도 있는 곳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고해(苦海)라고 불리는 고통스런 삶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천상세계의 하늘 신들은 인간으로 태어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천상세계의 즐거움만을 계속해서 누리다보..

수행해도 나쁜 일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아무리 많은 선업을 쌓는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너무나도 큰 악업을 많이 지었다면 당연히 그 악업도 받게 됩니다. 선업을 짓고 착하게 살았다고 할지라도 나쁜 일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과거에 내가 지어왔던 과보를 받는 건 받는 문제이고, 내가 새롭게 짓는 건 별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수행을 잘하는 참 존경할만한 수행자가 있습니다. 그분이 정말 열심히 수행하는데, 안 좋은 일이 자꾸 생깁니다. 지켜보고 있던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수행을 하면 뭐해? 저렇게 안 좋은 일이 자꾸 생기는데…….” 이것은 우주법계의 이치를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그 사람은 과거에 지은 업장을 녹임과 동시에 그 괴로운 일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워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금강경]에서도 ‘이 ..

개미 누들 수프

안나푸르나를 오르던 날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걷고 또 걷다보니 뒤늦게 점심식사를 하지 못한 생각이 났다. 배시계는 꼬륵꼬륵 자명종을 울려댄다. 한참을 걷다보니 작은 간이식당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요기를 하기로 한다. 딱히 메뉴랄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 허름하고 지저분한 식당에서 특별한 것을 주문할 생각도 없고 또 시간도 없고 해서 그저 간단히 ‘누들스프’라고 쓰여 있는 우리말로 ‘라면’을 주문한다. 기다리다가 잠시 주방을 구경하러 들어갔더니 눈에 들어오는 풍경! 설거지도 하지 않은 아마도 이전 사람에게 음식을 해 주던 것 같은 냄비에 그대로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순간 황당한 마음이 일어났지만 인도에서 그랬듯 이 정도야 그냥 지켜봐주며 웃어넘기기로 한다. 여기는 네팔이 아닌가...

히말라야의 별, 깊이 바라보다

언젠가 히말라야 산길을 걷다가 촘롱이라는 산중 마을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밀린 빨래도 해서 널고 촘롱의 밤 공기에 몸과 마음을 씻으러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아! 또 한 번의 내 인생의 클라이막스가 등장한다. 아! 나는 이런 밤하늘을, 이런 별들을, 이런 은하수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지리산에서 보았던, 그리고 설악산 중청산장과 지난 가을 비온 뒤 강원도 양구에서 보았던 별들을 다 합쳐놓은 것보다 더 밝고 초롱초롱히 빛나는 별들을, 그것도 몇 배는 많은 숫자를 지금 한 눈에 바라보고 있다. 별빛이 이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 깨닫고 있다. 어떻게 저토록 많은 수의 별들이, 쏟아져 내리지 않고도 저렇게 떠 있을 수 있는지. 내 생에 이렇게 많은 별들의 숫..

탐욕, 욕망, 집착에 대한 가르침

불교의 경전에는 탐욕에 관한 많은 가르침들이 등장한다. 우리 마음을 오염시키는 세 가지 삼독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 또한 탐욕심이다.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괴롭게 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증일아함경의 말씀을 들어보자. “마음이 탐욕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중생들이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 탐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한 무거운 짐을 벗을 수는 없다. 짐을 지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병이요, 짐을 벗어버리는 것은 최상의 즐거움이니 무거운 짐을 버릴지언정 새 짐을 만들지 말라.” 탐욕하고 욕망한다는 것은, 공연히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이대로도 이미 충분하고 충만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삶은 원만하게 이어진다. 하루 세 끼니를 충..

미신, 징크스는 없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20대, 30대 미혼남녀 열 명 중 일곱 명은 미신을 믿거나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하는 설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실제 그런 것 같다. 신도님들을 만나뵙다 보면 미신이나 사주팔자 같은 것을 의외로 크게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보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믿는 미신들은 ‘밤에 휘파람을 불면 귀신이 온다’거나, ‘애인에게 신발을 선물하면 도망간다’거나, ‘숫자 4는 불운이나 죽음을 의미한다’거나, ‘빨간색으로 사람의 이름을 쓰면 안 좋다’거나, 심지어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류의 미신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임신한 사람은 초상집에 가면 안 된다’거나, ‘손 없는 날에 이사를 가야 한다거나’, ‘밥상에 앉을 때 모서리에 앉으면 안 된다’..

틸로빠의 여섯 가지 가르침

티베트 불교 교파 캬규파의 창시자 나로빠에게 그의 스승 틸로빠는 여러 가르침을 주셨는데, 그 중 이 불법공부에 대한 핵심을 설하는 유명한 여섯 마디의 가르침이 유명하다. 살펴보면, 첫째는 이미 지나간 일을 기억하지 말라, 둘째는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상상하지 말라, 셋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지 말라, 넷째는 어떤 것도 탐구하거나 머리로 헤아리지 말라, 다섯째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조작하거나 만들어내지 말라, 여섯째는 그저 쉬라이다. 이 여섯 마디의 가르침은 아주 단순한 것이지만, 이 마음공부의 핵심을 아주 적절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우리가 이 공부에 대해 주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나간 일을 기억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일을 상상하지 말고..

병을 치유하는 길

모든 병은 치유될 수 있다! 누구든 반드시 질병을 인생에서 질질 끌고 다니는 운명으로 정해진 사람은 없다. 삶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는 아프지 않은 상태다. 자연 그대로는 언제나 완전하다. 우리는 언제나 아프지 않았던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회귀하고 있는 중에 있다. 자연치유력은 단 한 순간도 작동을 하지 않을 때가 없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 치유는 언제나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본래 건강한 자연 상태의 나에게 질병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질병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온다. 첫째, 그것은 나를 깨어나게 하고, 인생의 의미를 배우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온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참된 진실, 진리의 근원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배움과 귀의(歸依)의 여정이다. 그런데 배움과 깨우침이..

우주의 자녀와 관계맺기

좋은 인연은 만나면 만나서 좋고 떠나더라도 큰 미련을 남기지 않는 인연이다. 좋아도 너무 과하지 말고, 싫어도 너무 과하지 말라.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을 따를지언정, 독자적인 자신의 길을 걸으라. 아름다운 인연은 과도하게 좋아하거나, 과도하게 싫어하지 않는 인연이다. 정말 좋은 관계란 그를 구속하거나, 내 곁에 두고 싶어 안달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를 그다운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그와 나와의 거리를 인정하는 관계다. 얼마간 안 본다고 보고 싶어 미치겠는 관계 보다 오히려 눈으로 보지는 않더라도 그를 떠올려보면 든든하고 향기가 느껴지는 그런 벗이 좋다. 그래서 좋은 벗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꼭 그 친구와 늘 함께 하지 않더라도 그냥 좋은 것이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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