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읍내가 환히 내려다 보이는 비봉산은 강원도 1000고지 이상의 높은 산들 가운데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아주 얕은 봉우리의 산이다. 그야말로 양구에 사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산책하기 알맞도록 자연에서 베풀어 준 산인 듯도 하다. 오후 늦은 시간에 혹은 새벽 예불을 끝내고 터벅 터벅 쉬엄 쉬엄 올라도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까지 1시간 정도의 시간이면 족하다. 어제는 바람이 얼마나 불던지. 귀를 활짝 열고 산 길을 오르는데 여기가 산인가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거센 바람소리가 파도치듯 귓전을 맑고 차게 스치운다. 조금 춥기는 해도 산에서 부는 파도소리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화로와 지면서 입가에 미소가 살랑살랑 피어오르곤 한다. 처음 강원도 양구로 간다고 했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