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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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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다솔사, 매화피는 선암사

3월은 만물이 생동하는 달이다. 한겨울 침묵을 지키며 저마다 자신의 빛을 안으로 비추던 숲의 생명들이 봄햇살을 맞아 그 침묵을 깨고 피어오르는 계절. 이런 날은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겨울 동안의 오랜 추위와 침묵을 깨고 자연 생명의 리듬에 맞춰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나고 싶은 그런 때다. 때때로 이렇게 쉽게 길을 떠날 수 있는 내 처지가 그렇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미안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요즘들어 ‘가난한 삶’이라는 것이 하나의 화두처럼 내 삶에 숙제로 다가오면서 이러한 나의 잦은 길 떠남이 가난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되묻기도 하고 또 길 위에서의 씀씀이를 최소한의 필요로 줄이고자 면밀히 살핀다.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소임이 있다 보니..

매화마을, 산수유마을, 쌍계사 순례

봄이 오는 소식이 이젠 재법 바람결에서도 느껴진다. 벌써 지난 달부터인가 봄꽃하며 봄나물 또 봄바람소식, 숲속으로부터 소리없는 소리로 봄소식을 듣는다 했더니, 지난 주 금요일에 서울 용산에 원광사를 갔다가 법당 앞 뜰에 거짓말처럼 화사하게 피어오른 매화꽃을 보았다. 저쪽 남쪽지방 지리산 아래 섬진강을 따라 매화꽃이 이제 막 시작이란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지 봄꽃소식은 아랫지방부터 슬그머니 올라오는 맛이라는데 아랫지방에서도 꽃망울을 막 틔운 꽃이 이 텁텁한 서울 땅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오르다니... 뜻하지 않던 행복감에 내 안에서도 따뜻한 봄바람에 매화꽃 한송이 움트는 듯 하다. 동백과 함께 겨울 잔설을 뚫고 솟아오르는 모습이 매화의 기상을 더없이 성성하게 해 준다고 하던데,..

오대산 적멸보궁을 오르며

마음 속에서 이따금씩 그리움이 피어오를 때, 또 내 스스로 만들어 둔 틀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속 뜰의 얽매임을 볼 때, 그럴 때면 이것 저것 따질 것 없이 길을 나선다. 길을 나선다는 것은 단순히 몸뚱이를 낯선곳으로 옮겨간다는 그런 일차적인 의미뿐 아니라, 내가 만들어 놓았던 틀 속에서 자유롭게 벗어나고 깨고 나오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린 늘상 스스로를 얽어매고 산다. 이렇게 얽어 매고 저렇게 얽어 매고, 제 스스로 그렇게 얽매도록 해 놓고서는 세상살기가 괴롭다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매일 매일 몇 가지씩, 또 몇 십가지씩 스스로를 얽매는 관념의 사슬들을 만들어 간다. 그건 말 그대로 제 스스로 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때때로 그 틀 속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매 순간 ..

가을, 설악산 단풍 산행

일요일 오후... 법회가 있어 마치고 오는 길에 문득 하늘을 보았다. 높디 높고 맑디 맑은 가을 하늘...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산을 바라보는데 울긋불긋 예쁜 단풍으로 온통 물들어 있는 모습이 내 마음을 더없이 설레게 한다. 난 왜 이리도 잘 설레는지... 가만히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고개들어 주위를 좀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면 온통 셀레는 것, 행복한 것들이 내 마음 속으로 밀려든다. 늘상 주위야 보고 살지마는 나에게 ‘문득 고개 들어 주위를 바라본다’는 것은 보통 이래 저래 바쁜 생활과 일들 또 생각들 머릿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온갖 분별들이며 스케줄들을 어느 순간 문득 다 비워 버리고 좀 더 관심어린 시선으로, 좀 더 따뜻하고 텅 빈 시선으로 주위를 바라보았을 때를 말하는 것. 누구든 마음 ..

지리산 빗길 산행 - 비오는 산길을 홀로 걷는 즐거움

그날 밤 많은 비가 내렸다. 쏟아지는 비소리, 또 빗방울이 숲 위로 내려 앉는 소리가 다소 거칠어 몇 번을 잠에서 깨어났다. 하기야 산사에서 살다보면 이따금 한밤 중 잠에서 깰 때가 있다. 주로 늦은 녘 울려오는 둔탁한 전화 소리이거나 아기 울음 소리 비슷한 도둑고양이 소리인데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똑같이 잠에서 깨더라도 혹 그로 인해 잠을 조금 설치더라도 기분 좋게 두 눈 뜨고 일어나 잠시나마 맑은 정신으로 앉아 있을 때가 있다. 바로 그날 새벽녘처럼 조금 거칠더라도 시원스런 빗소리가 이 청청한 산사를 맑게 씻어내리는 바로 이런 때. 한밤중 빗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내 안의 뜨락에도 맑은 비가 내리는 듯 하다. 한 밤 중 비 소리에 잠을 깨고 일어나 앉아 보셨는지... 그 웅숭깊은 도량..

제주도 푸른밤, 한라산 산행

제주도... 누군가에게는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왠지 모를 아련하고 알싸한 낭만과 설레임이란 단어가 가슴 속을 포근하게 감싸는 곳... 제주... ‘제주도 푸른밤’이라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이 노래를 들으며 두 눈을 감고 있자니 얼마전 다녀왔던 제주도의 그 바다며 한라산에서 내려다 보이던 그 제주의 풍경이 그대로 그려진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별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기 우린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하늘 아래로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이 노랫말 가사처럼 온전히 저 바다며 산이며 대자연을 느껴볼 수 있도록 모든 것 훌훌버리고 마음을 맑게 비..

지리산 기행(2) - 벽소령에서 천왕봉

셋째날, 17:15 벽소령에 다시 해가 뜨고... 엊저녁 처럼 오늘 새벽 난 여전히 이렇게 산장에서 조금 떨어진 한 켠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아 어제 지던 해를 다시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산위로 떠오르는 해를 가만히 앉아 마주하려니 그 감흥이 가슴 깊은 곳을 퍽퍽 쳐 댄다. 왼쪽 산봉우리에서 해가 조금씩 떠오르고 오른쪽 산장에선 길떠날 사람들로 분주하다. 계속 그래왔지만 오늘은 특히나 여유가 넉넉한 날이다. 벽소령에서 장터목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4시간, 쉬엄 쉬엄 걷고 쉬고 해도 5-6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라고 한다. 덕분에 이 언덕위에서 차분히 아침 시간 좀 보내고 사람들의 출발 행렬이 끊어질 무렵 느즈막이 아침밥을 해 먹고 떠날 생각에 있다. 이렇게 앉아 산 사람들 움직임을 보면 또다른 흥겨움을 느낄..

지리산 기행(화엄사에서 벽소령까지)

첫째날, 8:00 화엄사 각황전 아래... 새벽에 구례구역에 도착하여 아침공양을 하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님께서 오늘 아침이 가장 추운 날이라고, 첫 서리가 왔고, 노고단에는 첫 얼음까지 얼었노라고 말씀해 주셨었다. 그렇지만 지금, 새벽 추위는 이 지리산 하늘 위로 따스한 햇살을 받아 다 녹아내렸다. 화엄사 경내, 조금 전 산위로 햇살이 떠오르고 화엄사 도량을 맑게 비추고 있다. 여유 있게 산을 마주하려고 긴 일정을 잡았더니 마음부터가 아침 바람을 타고 편안하게 산들거린다. 저 화엄사 돌담 아래 피어난 이름모를 눈부신 꽃송이 처럼... 산을 오르고 내리는 데 목적이 있다 보면 빨리 올라야 하고, 또 오르면 내려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다만 이 순간 걸을 뿐이고, 그대로 느낄 뿐이면 걸으면서도 이미 정상..

눈덮인 태백산과 외로운 산사

지난 해 겨울, 주섬주섬 챙겨 청량 리 역으로 나갔다가 태백행 밤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타 보는 밤기차. 아직 어둔 밤 태백역 내려 목욕탕에서 잠시 예불좀 하고 이른 아침 불켜진 식당에서 공양도 하고 태백산 새벽 첫 버스에 올라탔지 요. 첫 차이기도 하 고 영동지방 폭설 소식 때문이기도 하겠고, 지금 창밖으로 펑펑 나리는 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버스 안은 조용 ~ 설악산에 신 흥사로 봉정암에서 오세암 백담사로 휘휘 둘러 참배하고 오려고 했었는데 폭설 소식에 입산 금지라고 하여 아쉬운 발길 돌리 다 보니 이 버스 한 켠으로까지 밀려 왔습니다. 유일사 매표소 에 내리니 펑펑 내리는 눈에 산으로 난 발자국이 별로 없어 낯설다 는 것 빼고는... 얼마나 아름다운 설경인지... 눈덮인 산 속..

추구하는 행복, 만끽하는 행복

우리는 꿈이 이루어진 바로 그 순간에조차 더 크고 높은 목적을 향한 욕심과 집착 때문에 이미 찾아온 행복을 스스로 걷어차버리곤 한다. 행복은 누리고 만끽하는 것이지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 추구는 죽을 때까지 끝없이 계속되지만 누리고 만끽하는 것은 언제나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다. 누릴 수 있는 것을 걷어차면서 어떻게 더 많은 것을 누리고자 하는가. 누릴 만큼 누릴 때 세상은 우리에게 보다 더 많은 행복을 준다. 반대로 누리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바라기만 할 때 세상은 부족과 결핍을 가져다준다. 진실이 이러할진대 어떻게 할 것인가? 누릴 것인가 아니면 추구할 것인가. 삶이란 추구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누리고 만끽해야 할 무엇이다. 주어진 삶을 누릴 때 비로소 삶의 완전성이 드러난다. 본래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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