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만물이 생동하는 달이다. 한겨울 침묵을 지키며 저마다 자신의 빛을 안으로 비추던 숲의 생명들이 봄햇살을 맞아 그 침묵을 깨고 피어오르는 계절. 이런 날은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겨울 동안의 오랜 추위와 침묵을 깨고 자연 생명의 리듬에 맞춰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나고 싶은 그런 때다. 때때로 이렇게 쉽게 길을 떠날 수 있는 내 처지가 그렇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미안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요즘들어 ‘가난한 삶’이라는 것이 하나의 화두처럼 내 삶에 숙제로 다가오면서 이러한 나의 잦은 길 떠남이 가난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되묻기도 하고 또 길 위에서의 씀씀이를 최소한의 필요로 줄이고자 면밀히 살핀다.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소임이 있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