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 아름다운 일출이며, 히말라야의 설산이며, 난생 처음 보는 온갖 다양한 풍경을 본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사람은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그 풍경 자체를 보고 감동하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을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서 그 사진을 보면서 감동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현실을 이렇게 자신의 멀쩡한 두 눈으로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사진이라는 필터를 통해서만 관찰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사진이 잘 나오면 좋아하면서 감동하고, 사진이 못 나오면 실망합니다. 그런데 이 사진기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서, 또 셔터스피드와 조리개를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서, 혹은 어떤 필터를 쓰고 어떤 랜즈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