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에서 도착의 기쁨을 알리듯 타르초가 흩날린다. 세상은 이대로 완전하다. 어느 하나 정확히 제자리 아닌 것이 없고, 그 모습 아닌 것이 없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 모든 것이 적연하다. 시공의 의미가 사라지고 심온하고도 묵직한 침묵이 내려 앉는다. 침묵의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신묵의 그 무게감, 그 소리 없는 소리는 우리의 내면이 때때로 딱 멈추는 순간, 그런 흔치 않는 순간에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게 찾아 왔다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내면의 뜰을 텅 비우고는 사라진다. 바로 이런 순간에 그 소리가 고요한 대지 위로 잔잔한 선율처럼 들리는 듯도 하고, 내 생에에서의 그 모든 삶의 역사와 기억들조차 모조리 흡수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게 만들고 가는 듯도 하다. 지금 이 순간의 고요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