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말라야 명상순례'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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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말라야 명상순례 40

‘쨍!’하는 적연부동의 순간 – 안나푸르나 순례(5)

사우스와 히운추리의 일출 이른 새벽, 아직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눈이 뜨인다. 눈을 뜨자마자 깜짝 놀란 사람처럼 앞마당으로 뛰어 나간다. 여전히 새벽별이 하늘을 수놓고 있지만 동녘하늘이 깨어남과 함께 별은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어스름한 아침, 어둔 이불을 걷어치우는 촘롱 마을, 그 위로 우뚝 선 안나푸르나 사우스(Annapurna South, 7219m)와 히운추리(Hiunchuli, 6441m)의 기상이 초연하다. 시간은 정지된 듯 정지된 듯 그러나 침묵의 새벽을 뚫고 쏜살같이 흐른다. 어느덧 창백하던 새벽빛이 황금빛으로 바뀌며 사우스와 히운추리 설봉의 저 위쪽부터 서치라이트를 비추듯 빛이 비쳐 내려오고 있다. 사우스와 히운추리가 금빛 옷을 차려입고 화려한 대자연의 공연을 벌이는 동안 마차푸차레(M..

히말라야의 밤 하늘, 별똥별 관찰 – 안나푸르나 순례(4)

촘롱의 밤하늘, 이것이 별빛이구나 촘롱의 초입 즈음에 한 두 채 작은 게스트 하우스가 보인다. 그런데 이 히말라야 산중 마을에, 그것도 지금까지 한국인이라고는 한 명도 만나보지 못한 이곳에 익숙한 한글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내용을 보면서 한바탕 웃고 간다. 한국인이 많은 것인지,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주인이 사는 것인지, 한국 라면에 김치찌개 심지어 한국식 백숙까지 해 준다니! 촘롱은 지나 온 간드룽 보다도 더 크고 더 장대한 품으로 나를 이끈다. 산위 한 쪽 능사면 전체가 저 위 봉우리부터 저 아래 계곡까지 온통 게스트 하우스 천지다. 그 사이 사이로 중간 아래쪽 부터는 평범한 이 곳의 원주민인 구릉족들의 삶의 터전, 평범한 시골 농가가 펼쳐져 있다. 당연하다는 듯 제일 꼭대기의 게스트 하우스..

나의 전생은 히말라야의 거센 바람 – 안나푸르나 순례(3)

2일차 산중 도시, 촘롱을 지나며 밤늦도록 빗줄기가 이어지더니 이른 새벽 빗물 머금은 산과 나무와 풀들과 논의 벼까지 모든 생명들이 일제히 고개를 치켜들고 생기어린 춤을 춘다. 밤새 비는 그쳤고 비 그친 산은 더없이 개운하고 청명하다. 간단히 베지누들수프(야채라면)와 직접 새벽에 할아버지께서 소에게서 짜 끓인 우유로 만든 찌아 한 잔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떠난다. 오늘은 간드룽을 거쳐 촘롱(Chhomrong, 2170m)까지 갈 계획을 잡고 여유 있는 느린 걸음을 옮긴다. 한두 시간 산길을 오르니 간드룽을 만난다. 얕은 산 정상 즈음에 올망졸망 게스트 하우스들과 시골 농가가 모여 있는 우리나라 작은 시골 마을 같은 곳이다. 그래도 산에서 처음 만나는 규모 있는 도시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안나푸르나 입산 첫 날의 풍경 - 안나푸르나 명상순례(2)

홀로 산길을 걷는 신성함 홀로 바쁠 것도 없이 홀연한 가벼움을 짊어지고 맑게 비운 가슴으로 소담한 마을 나야풀을 지난다. 오후의 햇살 아래 마을에서는 막 산에서 내려 온 듯한 짐꾼 나귀들이 줄지어 짐을 풀어놓은 채 지친 피로를 식히고 있다. 홀로 걷는 이 텅 빈 호젓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산길을 너무 많은 인원이 함께 가게 되면 자신의 페이스와 호흡과 즐거움 보다는 상대방에게 맞춰야 하다 보니 산행이 자유로운 순간이 되기보다는 또 다른 산 아래 직장이나 관계 속에서와 똑같은 인간관계의 연장으로 전락하게 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산행은 혼자면 가장 좋고, 아주 좋은 영혼의 깊이를 자연의 깊이처럼 서로 나눌 수 있는 그런 벗이 있다면 그것은 그 다음으로 쳐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초의 스..

순례, 삶이라는 또 다른 히말라야로

13, 14일차 순례, 삶이라는 또 다른 히말라야로 몸살감기에 간절한 차 한 잔 생각 쿰중의 아침이 창창하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진하디 진한 물감을 한껏 풀어 놓은 것처럼 선벽하고 햇발은 그 어느 날보다도 쨍하게 빛난다. 어디 하나 보유스름한 것이라곤 없어 보인다. 아주 선명한 렌즈를 낀 것처럼, 세상에 샤픈(sharpen)을 강하게 준 것처럼 세상이 또렷하고도 역력하다. 저 앞산 뒷산만 없다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가시거리는 무한대가 되고도 남을 법하다. 이 장장하고 쨍한 아침을 맞이하는 몸이 무겁다. 마음은 경쾌한데 몸은 으슬으슬 떨려온다. 순례길도 이제 다 끝났구나 싶어 어제 밤에 모처럼 목욕을 하고, 2주 동안 벗지 않았던 내복을 벗고 잤더니 밤새 감기몸살이 찾아 온 것이다. 조금 더 참았다..

히말라야 하산, 신의 거처 마체르모를 지나

에베레스트 고쿄 라운딩 12일차 하산, 신의 거처 마체르모를 지나 외로운 설산 마을에서 한생을 유유하다 침묵에 잠긴 고쿄의 새벽을 두드린다. 서리차고 맑은 공기가 호수의 시린 안개와 어우러져 고쿄는 더없는 신비에 잠긴다. 이 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바지 단잠을 몰아 자느라 이 선경과 만나지 못한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먼동에 호수도 언덕도 봉우리도 마을도 사람들도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몇 천 년, 몇 만 년 전의 인류가 태어나기 이전 지구 행성의 모습도 이러했으리라. 오직 태곳적 비경과 침묵과 이제 막 시작된 대자연의 여리고 깊은 몇몇 생명들이 자유롭게 이 드넓은 대지와 초원과 푸른 언덕을 누벼왔을 터다. 그리고 어쩌면 그 푸른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이곳 쿰부의 자연은 그다지 큰 훼손 없이, 변화 없..

히말라야에 오기까지의 꿈같은 사연 - 안나푸르나 명상순례1

1일차 (포카라-나야풀-김체) 포카라 사랑콧의 꿈같은 하룻밤 4년 전, 포카라(Pokhara) 페와호수(Phewa Lake)에 나른해진 심신을 띄워놓고 저 멀리 설산을 바라보며 도반들과 나누던 안나푸르나의 품속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잊혀 지지 않고 날이 갈수록 더욱 또렷해 져만 가고 있었다. 포카라가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사랑콧(Sarangkot, 1592m)에 올라 거센 오후의 빗줄기를 만났을 때, 또 그 빗속을 뚫고 새벽 첫 안나푸르나 일출의 장엄한 연주를 들었을 때, 아마 그 때부터 나의 그리움은 설산의 은빛 속살을 타고 내 뼛속 깊숙이까지 스며들었을 터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Annapurna Base Camp, 4130m) 트레킹이나 라운딩을 마치고 산에서 막 내려온 사람들..

5000고지 히말라야의 호수, 고쿄리

부풀려진 미래라는 환상에 속지말라 벌써 에베레스트 순례가 11일차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아쉽고도 아쉬워 며칠 더 묵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나 또 한 편에서 올라오는 마음을 관찰해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내일이면 드디어 내려가는 구나’ ‘3~4일 쯤 후면 카투만두에 도착하겠지’ ‘빨리 이 트레킹을 끝내고 미얀마로 가야지’ ‘빨리 이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들이 스멀스멀 구름처럼 폴폴거리며 일어나는 것이 보인다. 도대체 어떤 마음이 진짜 내 본심인가. 이 역설적인 두 가지 마음을 관찰해 본다. 그러고 보면 꼭 이번만이 아니라 늘 내 마음 속에는 다음 순간의 그 어떤 일을 꿈꾸는 누군가가 존재해 왔다.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지 못하고 늘 미..

촐라패스, 빙하와 크레바스를 넘다

촐라패스 정상을 향해 걷다 처음 보는 히말라야 식 텐트에서의 하룻밤, 이만하면 유수하다. 침낭이 크고 든든해 그런지 그다지 춥지도 않았고, 오히려 열댓 명이 함께 자는 도미토리보다는 훨씬 은연하고 고요하다. 옆 텐트의 일본인 어르신 두 분은 조금 비좁기는 했어도 훨씬 따뜻했을 터다. 새벽에 일어나 잠시 앉아 있자니 침낭 안과는 다르게 텐트 안의 공기는 무척 차고 음한하다. 텐트가 따뜻했던 것이 아니라 침낭의 보온효과가 뛰어났던 것임이 증명된다. 텐트 밖을 나선다. 롯지 사방의 어슴프레한 조무(朝霧)가 새벽빛을 받아 신령스럽게 깔린다. 첫 햇살의 이 따스하고 눈부신 사광(斜光)을 나는 몹시도 사랑한다. 그 빛이 내 온몸으로 파도쳐 들어올 때 그 빛 방향으로 마주서서 지긋이 눈을 감곤 한다. 가만 가만 그 ..

에베레스트 촐라패스, 불편하게 사는 즐거움

개발과 발전으로 히말라야가 사라진다 종라 길을 택해 언덕길을 오르니 3일 전에 지나왔던 탕라와 딩보체 언덕, 페리체 마을이 한 눈에 환히 들어온다. 드디어 촐라패스 길로 접어든 실감이 난다. 언뜻 보기에도 저쪽 페리체 길보다 이쪽 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워낙 험한 설경(雪徑)이라 촐라패스를 넘는 사람은 아직도 많지 않다. 어쩌다 눈이라도 내리거나 매서운 날씨를 만나게 된다면 촐라패스를 포기하고 다시 오던 길을 내려가서 휘휘 돌아 다시 고쿄로 올라야 한다. 올라오면서 만난 팀들 중에도 칼라파타르로 갔다가 다시 내려가서 고쿄 쪽으로 다시 오르는 코스를 택하는 팀들이 여전히 더 많다. 그만큼 촐라패스는 악명이 높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 같지가 않아 날씨만 조금 받쳐준다면 그리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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