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관찰 감성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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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관찰 감성일기 25

현대 사회의 문제, 생명이 먼저다

모르긴 해도 벌써 아랫지방에서는 씨앗을 뿌리고 있을 것 같다. 한 2-3주만 지나면 이 곳에서도 씨앗을 뿌리고 한 해의 농사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지난 가을부터 겨우내 조금 조금씩 일구어 놓은 도무지 밭 같지 않은 야생의 밭이 이제 새봄을 기다리고 새로운 생명의 움틈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밭을 찾는다. 물론 말이 밭이고, 내 생각에서나 밭이지 다른 사람들은 아마 아무도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것이다. 남들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그냥 야생의 땅일 뿐일테니까. 칡이 크고 작은 나무들을 타고 올라가서 오랜 세월 그 아래 나무들을 다 죽여 놓았고 작년 처음 이 도량에 왔을 때는 이미 칡들의 세상이 되어 있던 곳이니까. 나 또한 그 때는 이 곳을 밭으로 쓸 생각을..

정신없는 삶의 속도를 멈추라

[오대산 적멸보궁이 올려다 보이는 겨울숲에서 한참을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겨울숲의 또다른 아름다움이 내 안으로 포근히 들어와 안깁니다.] 한여름 짙은 녹음으로 화사한 꽃과 열매를 틔우던 산숲도 단풍으로 막바지 제 몫을 해내고는 후두둑 후두둑 다 떨어져버렸다. 숲은 또 다시 침묵의 시간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한껏 피어오르던 숲은 이제 모든 집착과 욕망을 다 떨쳐버리고 무거운 침묵으로 내적인 자기 수련의 길을 걷는다. 한겨울 숲의 침묵이 없다면 봄이 오더라도 새로운 꽃을 피워내지 못할 것이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 삶의 길 위에서 한참 물이 오르며 꽃망울을 틔우고 훨훨 날갯짓할 때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따금 침묵으로 안을 비추는 내적인 자기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창 잘 나갈 때가 있으면 그것을 끝..

산사의 바람소리를 듣고싶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면 서 이 작은 마을에서도 소박하지만 생기로운 불탄 의 잔치가 벌어졌다. 손끝을 빨갛게 물들이면 서 연등도 만들어 달고, 한 달여에 걸쳐 장엄물도 몇 가지 선 보여 마을 제등행렬과 연등축제 의 장을 열고 북녘땅이 바라다 보이는 산위에 부처님 오심을 알리는 봉 축 점등식도 치루었다. 연중 이맘때가 절집에서는 가장 바쁘고 활기찰 때다보니 자칫 몸과 마음이 행사를 위한 행사에 휘둘려 내면의 자취를 놓치고 살 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법요식이 끝나고 가만히 되돌아 보면서 나에게 있어 불탄의 의미 가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내 안에 물음을 던 지고 나면 조용히 내면의 뜰을 거닐 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아마도 동안의 바쁜 일정 에 치여 밋밋해지고 ..

내 몸이 오염되는 이유

불교에서는 사물이 존재하는 방식이나 구성요소로 네 가지를 꼽습니다. 지수화풍 사대(四大)라고 하는데, 이 사대에 맞춰 현재의 파괴의 문제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地)의 요소와 관련된 오염에는 토양 오염이 있습니다. 폐수나 농약 때문에 토양이 중금속으로 오염되고, 산림 벌채를 통해 대지에 침식작용이 이루어집니다. 과다 방목도 문제가 되는데, 땅을 딱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막화하고도 관련이 깊습니다. 그 다음에 수(水)의 요소와 관련해서는 수질오염이 있습니다. 산업폐수나 생활하수 때문에 수질이 악화되고, 전 지구적으로 물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 풍(風)의 요소와 관련해 대기오염을 들 수 있는데, 스모그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자주 겪고 있고, 또 산성비도 있습니다. 화석 연료를..

자연과 나와의 관계, 공존

미국 나그네 비둘기는 한 때 북미 대륙에서 가장 흔한 들새였다. 나그네 비둘기의 큰 떼가 지나가면 하늘이 어두워질 정도였으므로, 아무도 이 새가 멸종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던 것이 미국 개척시대가 시작되면서 나그네 비둘기의 수난은 시작되었다. 이 새는 아주 고기 맛이 좋고 대평원에서 큰 무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서부 개척자들의 식탁에서 아주 인기있는 메뉴가 되었다. 미대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철도가 놓이면서 이 새는 철도 건설 노동자를 위한 식사 뿐만이 아니라, 상품화되어 이웃 여러 마을로 신속하게 공급되었다. 이 나그네 비둘기의 포획을 위해 수천의 전문 사냥꾼이 고용되어 기관총을 비롯한 여러 화기를 사용하여 남획하기 시작했다. 이 새는 큰 나무에 수십 또는 수백씩 무리를 지어 ..

대자연의 성품을 따르는 삶

비가 온다. 방안 널찍한 창문을 활짝 열고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앉아 있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기 힘든데 오늘은 아침부터 우울한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거친 파도처럼 밀려오다 밀려가다 그러고 있다. 이른 아침 저 숲 위로, 나무 위로, 들풀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차 한 잔 생각도 나고 감성이 더 여리고 새록해 진다. 저렇게 떨어지는 비를 그대로 맞고 있는 나무들은, 저 숲의 생명들은 참 의연도 하다. 절 주위는 얕은 산이라 온갖 나무들이며 들풀, 꽃들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잠시도 쉬지 않고 너가 지면 또 내가 피어나고 핀 꽃이 지면 또 다른 꽃이 피고 그런다. 풀들도 처음 여린 잎의 생김새와 한참 물이 올라 피어오른 모습은 전혀 다르다. 처음엔 작은 풀이거니 했는데 비 한 ..

자연의 소리를 들으라

세상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평생가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자연의 소리는 아주 작고 여리기 때문에 아무나 들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하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그 살뜰한 소리는 고요한 법계法界의 울림과 모든 존재 내면의 쩌렁쩌렁한 깨우침을 담고 있다. 그러나 보통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은 세상사에 찌든 온갖 소음들만 귀 고막이 터져라 듣고 산다. 세상의 소음에 익숙해지다 보면 작고 여린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 본래의 청음 능력을 상실한다. 내 삶 속에 자연이라는 경이와 축복이 들어오게 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매 년 반복되는 계절을 그냥 저냥 흘려보내다가 어느 순간인가 자연 속에 깃들어 자연 그 자체가 되는 듯한 심연深淵의 떨림을 느끼면..

이른 새벽, 생명 관찰

산길을 따라 오르다가 오늘은 재미난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다름 아닌 거미. 거미야 매일 보는 것이지마는 이렇게 가까이에서 처음부터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을 줄기차게 지켜본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참 신기하데요. 그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이렇게 긴 거미줄이 나왔는지도 그렇거니와 저 능수능란한 솜씨는 가만히 곁에서 지켜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한 10분이 조금 넘었을까 몇 바퀴를 한가닥 줄을 뿜어내며 돌고 돌면서 거미줄을 만들더니만 금새 뚝딱 지어 놓고 함숨 돌리려는지, 단잠을 자려는지 아니, 먹이를 기다리려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한참을 저러고 꼼짝 않고 앉아 있습니다. 이러다가 어떻게 먹이를 잡아먹는지 잡아먹히는 녀석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참에 한번 관찰해 보려고 나도 함께..

새벽에 깨어있는 사람

새벽 예불을 모시고 대웅전 계단 앞에 섰더니 오늘따라 짙은 안개가 이 작은 산사를 한껏 감싸고 있습니다. 저 작은 텃밭도 새벽 짙은 안개 속에서 더없는 싱그러움이 느껴집니다. 새벽 이슬을 머금고 이른 아침부터 싱그럽게 깨어있는 여린 채소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벽녘에도 잠들어 있는 게으른 수행자를 경책해 주는 엄한 스승님을 만난 것 같은 고마운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터벅 터벅 걷는데 이 이른 새벽부터 밭에 나가 일을 하시는 아주머님들 손길이 바쁩니다. 이른 새벽에 밭에 나가 일을 하시는 분들을 뵈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미소가 띄어지고 그 분의 생기어린 하루를 위해 기도를 하게 됩니다. 밭에 나가 일하는 것 뿐 아니더라도 이른 새벽에 깨어나 명징한 하루를 시작하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를 드리고 싶은..

무정물에게도 존중과 자비를 보내라

평화로운 오후, 길을 걷고 있던 사람이 대형 광고판이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고, 또 다른 사람은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광고판이 머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려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복잡하던 길, 복잡하던 마트에서 수많은 사람이 그 광고판 아래를 걷고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불행하게도 그 사람에게, 그 순간에 그 광고판이 떨어지게 되었을까? 일부러 어떤 사람이 광고판 위에 서 있다가 그 사람을 맞추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떨어뜨려 정확히 그 사람의 머리에 떨어지게 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불교에서는 우연이란 없다고 말한다.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인연이요 업이다. 다시말해 그 사람은 그 아래를 정확히 그 시간에 걷도록 되어 있었고, 그 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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