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긴 해도 벌써 아랫지방에서는 씨앗을 뿌리고 있을 것 같다. 한 2-3주만 지나면 이 곳에서도 씨앗을 뿌리고 한 해의 농사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지난 가을부터 겨우내 조금 조금씩 일구어 놓은 도무지 밭 같지 않은 야생의 밭이 이제 새봄을 기다리고 새로운 생명의 움틈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밭을 찾는다. 물론 말이 밭이고, 내 생각에서나 밭이지 다른 사람들은 아마 아무도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것이다. 남들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그냥 야생의 땅일 뿐일테니까. 칡이 크고 작은 나무들을 타고 올라가서 오랜 세월 그 아래 나무들을 다 죽여 놓았고 작년 처음 이 도량에 왔을 때는 이미 칡들의 세상이 되어 있던 곳이니까. 나 또한 그 때는 이 곳을 밭으로 쓸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