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바람소리를 듣고싶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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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관찰 감성일기

산사의 바람소리를 듣고싶다

목탁 소리 2009. 8. 2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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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면 서  
이 작은 마을에서도  
소박하지만 생기로운 불탄 의 잔치가 벌어졌다.  
  
손끝을 빨갛게 물들이면 서 연등도 만들어 달고,  
한 달여에 걸쳐 장엄물도 몇 가지 선 보여  
마을 제등행렬과 연등축제 의 장을 열고  
북녘땅이 바라다 보이는 산위에  
부처님 오심을 알리는 봉 축 점등식도 치루었다.  
  
연중 이맘때가  
절집에서는 가장 바쁘고 활기찰 때다보니  
자칫 몸과 마음이 행사를 위한 행사에 휘둘려  
내면의 자취를 놓치고 살 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법요식이 끝나고  
가만히 되돌아 보면서  
나에게 있어 불탄의 의미 가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내 안에 물음을 던 지고 나면  
조용히 내면의 뜰을 거닐 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아마도 동안의 바쁜 일정 에 치여  
밋밋해지고 퇴색해 가는 내면이  
맑은 샘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럴 때면 그길로 길을 나 선다.  
이것 저것 생각하고 따지 고  
다음 일정을 짜맞추다 보 면  
쉽게 저지르지 못하게 되 고 그렇게 반복되다 보면  
내면은 정체되어 이내 빛 이 바래진다.  
  
사실은  
눈이 녹고  
촉촉한 봄비가 처음 내릴 때부터 시작된  
이 산하의 봄의 향연을  
이 두 발로 성큼성큼 걸으 면서  
온몸으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일찍부터 있던 터.  
  
불탄을 즈음하여  
산숲은 절정으로 치닫는 다.  
수런수런 초록이 물들고  
법당 앞 야생화들이며 봄 나물들이 앞다투어 피어올라  
부처님 맞이를 모두 함께 치르고 있다.  
  
그런 산과들의 푸른 생명 의 연주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마음으 로 이번 만행길에 오른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저마다 자기만의 온전한 빛을 피우면서  
우리의 내면을 생기롭게 채워주고 있다.  
  
길 떠나는 여행자의 가슴 에  
푸르른 설레임과 맑은 외 로움을  
또 깊은 사유의 뜰을 제공 해 준다.  
  
몇 일 되지 않는 창연한 만행길.  
그러나 이 산천 어디를 가 나 만나게 되는 한 가지 아쉬움은  
늘 그렇듯 사람들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이 작은 나라 어디를 가든  
공사 소음으로부터 해방 될 수 있는 곳은 없다.  
어디에서건 항상 자르고 파헤치고 고치고 짓고 또 무너뜨리고,  
발전과 개발이라는 이름하 에  
너무나도 흉측한 모습들 이 눈과 귀를 얼룩지게 만든다.  
  
이 아름다운 산천을  
얼마만큼 더 못살게 파헤 쳐야  
우리의 개발은 끝날 것인 가.  
  
모르긴해도 전 국토에  
시골이 다 사라지 고,  
숲이 사라지고,  
논밭에 길과 건물이 들어 서며,  
전 국토가 서울같은 기괴 한 괴물의 도시가 되더라도  
우리의 개발과 공사는 끝 나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땅이 모자라면  
바닷속이나 구름위 나아 가 저 우주까지 개발하려 들 것이고  
물론 이 일은 이미 진행중 에 있는 터다.  
  
발길을 내딛으며  
파헤쳐져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흙을 보면  
가슴이 탁탁 막힌 다.  
  
어디를 가나  
뚝딱거리는 소리, 기계 굉 음 소리,  
온갖 쇳소리가 들리지 않 는 곳을 이젠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세속의 일만이 아니다.  
깊은 산 물 좋은 산사에도  
개발에 민감한 우리의 습 성은 버려지지 않고 있다.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소리 는  
공사하고 짓고 부수는 기 계소리에 파뭍혀 있다.  
시끄러운 불사의 굉음만이  
산숲의 물소리 바람소리 를 대신한다.  
  
어지간한 절 치고  
공사중이지 않은 절, 불사 중이지 않은 절은 보기가 드물다.  
  
언제부터 이렇게 절에 불 사가 많아졌는지.  
과연 이런 대량의 불사, 대형의 불사,  
또 지속적인 불사가 필요 한 것인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이다.  
  
10년 전 절에서  
불사 관계로 흉측하고 시 끄럽던 모습에 적잖이 실망을 하면서도  
그래도 이 불사가 끝나면  
고즈넉한 산사의 바람소리 를 들을 수 있을거란 어릴적 소박한 기대는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또다른 불사를 마주하며  
생각이 복잡해 지고 만 다.  
  
길을 걷다가 아직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산이 있고 우거진 숲이 있 고  
행여 졸졸 개울이 흐르는 훤한 터를 만나면  
작은 오두막 하나 짓고 텃 밭 일구며 소박하게 자연과 벗하며  
그 속에서 내면의 뜰을 비 추며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진다.  
  
그러다가도 주변의 개발 여건을 따져보면  
얼마안가 이 곳도 개발되 어 파헤쳐지겠지 생각하면  
내 작은 희망은 이내 물거 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지금까지 우리 인간들의 개발 욕구를 살펴볼 때,  
우리나라 거의 모든 땅이 개발 예정지역이다.  
이 작은 땅 어디에도 개발 과 훼손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어 보인다.  
  
그러면,  
소박한 꿈을 가진 자연벗 맑은 도반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고요한 아란야를 찾는  
청정한 수행자들이 가야 할 곳은 과연 어디인가.  
  
물소리 대숲소리  
언제까지고 마음편히 들 을 수 있는 그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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