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생명 관찰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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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관찰 감성일기

이른 새벽, 생명 관찰

목탁 소리 2009. 7. 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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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따라 오르다가
오늘은 재미난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다름 아닌 거미.
거미야 매일 보는 것이지마는
이렇게 가까이에서
처음부터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을
줄기차게 지켜본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참 신기하데요.
그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이렇게 긴 거미줄이 나왔는지도 그렇거니와
저 능수능란한 솜씨는
가만히 곁에서 지켜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한 10분이 조금 넘었을까
몇 바퀴를 한가닥 줄을 뿜어내며
돌고 돌면서 거미줄을 만들더니만
금새 뚝딱 지어 놓고
함숨 돌리려는지, 단잠을 자려는지
아니, 먹이를 기다리려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한참을 저러고 꼼짝 않고 앉아 있습니다.



이러다가 어떻게 먹이를 잡아먹는지
잡아먹히는 녀석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참에 한번 관찰해 보려고 나도 함께 앉아 기다렸는데
아직 공양 때가 안 되었는지
공연한 기다림이 될 것도 같고 또 내 배도 출출하여 그냥 내려왔지요.

오늘은 저 위에 약수터까지 오르지도 못하고 말았지만
오를 수도 없는 터였지요.

이 녀석이 이렇게 길 가운데
딱 하고 한참 낑낑 거리면서 집을 지어 놓았는데
휑하고 지나쳐 집을 부숴 버리면
이 녀석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할꺼고 또 분할껍니까.

터벅 터벅 안개 자욱한 산길을 내려오는데
이번엔 조금 이른 시간에 지어놓았는지
거미줄에 이슬까지 머금고 있는
한편의 작품 같은 집을 한 채 짓고
차분히 쉬고 있는 거미 한 녀석을 더 만났지요.

이 녀석은 아까놈 보다는 덩치도 크고
거미줄도 더 크고
이슬까지 머금고 있으면서
새벽 햇살까지 내리쬐고 있다보니
한눈에 대번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가히 작품이라고 해야지요.
너무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 연결부위는 어떻게 묶어 놓았는지,
묶은 것이 아니면 천연 접착제로 붙인건가,
또 처음 시작할 때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했는지도 궁금하고...
궁금한 것 투성이...



다음에는
처음 시작을 어찌 하는지 부터
좀 찬찬히 띁어 놓고 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작은 곤충들도
저렇게 이른 새벽부터 열심히네요.

저런 작은 몸짓 하나 하나가
이 산을, 이 숲을 일으켜 깨우고,
이런 소소한 움직임을 가지고도
충분히 법계에서 주어진 자신의 몫을 온전히 해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작은 일일지 모르겠지만
거미는 저렇게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온당하게 지켜내고 있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내가 일어나 새벽 예불을 모시기 시작할 때
그 때 이 모든 산숲의 도반들도 함께 일어나서
우주 법계 법신 부처님의 숨결에
함께 예불을 올리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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