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삶의 속도를 멈추라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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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관찰 감성일기

정신없는 삶의 속도를 멈추라

목탁 소리 2009. 8. 26. 07:00



[오대산 적멸보궁이 올려다 보이는
겨울숲에서
한참을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겨울숲의 또다른 아름다움이
내 안으로 포근히 들어와 안깁니다.]


한여름
짙은 녹음으로
화사한 꽃과 열매를 틔우던 산숲도
단풍으로 막바지 제 몫을 해내고는
후두둑 후두둑 다 떨어져버렸다.

숲은 또 다시
침묵의 시간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한껏 피어오르던 숲은
이제 모든 집착과 욕망을 다 떨쳐버리고
무거운 침묵으로
내적인 자기 수련의 길을 걷는다.

한겨울 숲의 침묵이 없다면
봄이 오더라도
새로운 꽃을 피워내지 못할 것이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

삶의 길 위에서
한참 물이 오르며 꽃망울을 틔우고
훨훨 날갯짓할 때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따금 침묵으로 안을 비추는
내적인 자기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창 잘 나갈 때가 있으면
그것을 끝까지 몰아갈 것이 아니라
한번쯤 돌이켜 멈출 줄도, 쉴 줄도 알아야 한다.

삶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그래야 안으로 비추는 깊은 침잠을 통해
또 다시 봄이 오면
새로운 생명의 꽃을 피워낼 수 있다.

참된 지혜는
전진과 소유보다는
멈춤과 비움을 통해서 안으로부터 움트는 것이다.

저 고요한
겨울 숲의 침묵을 보면서
한 스님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오랜 선방 스님께서
어떻게 인연이 되어
도심 사찰의 주지 소임을 맡아 살다가

세속적인 시선에서 보면
한창 잘 나가고 명성을 드날릴 때
홀연히 다 놓아버리고
눈 내리는 겨울 숲속으로
걸망 하나 걸머지고 떠나시던 모습.

그 뒷모습은
참 자유인의 모습이었다.
스님의 삶에도
한겨울 침묵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영원하지 않고
잠시 피었다가 사라지는데 있는 것처럼,

우리들 삶도
오직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때때로 멈추고 비우며,
안으로 묵연히 침잠할 수 있는
겨울 숲의 침묵과 지혜를 배워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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