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아. 이런 밤! 이렇게 가슴 깊은 곳까지 울울적적 창연한 여울이 넘쳐날 때면 난 외로운 시인이 되고 고독한 명상가가 된다. 상상해 보라. 어느 누구인들 가슴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겠는가. 아마도 밤새 비가 내렸나 보다. 이 새벽, 창밖으로 들어오는 논밭의 풍경이며 그 위로 지리산의 위용이 마을까지 내려온 하이얀 비구름 안개와 어우러져 한 폭의 청청한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아무도 없는 이 거대한 지리산 품 속에 나 홀로 비를 벗삼아 산길을 걷는다. 상상만 하더라도 이 얼마나 외롭고 무섭고 또 설레는 일인가. 외롭고 무섭다는 말은 내게 있어 참 좋은 말이다. 물론 그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외롭다, 무섭다는 단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