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유지하려면/짜증이 날 때는?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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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 즉문즉설

초심을 유지하려면/짜증이 날 때는?

목탁 소리 2012. 5. 2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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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성경 필사를 통해서 넘치는 감사의 마음을 경험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감사의 마음은 줄어들고 의무적으로 필사를 하는 모습이 되어버린 후 마음이 너무나도 차가워져서 사랑과 자비의 마음이 사라진 줄 알았습니다. 그러던 중 불교와 절 수행, 스님의 말씀을 통해서 내 마음 안에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다시 보았습니다. 첫 사랑을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그 마음, 그 초심을 겨우 찾았는데, 이제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초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러게요. 그 초심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우리 마음이 잘 그렇지 못하죠. 계속 변하고 바뀌어요. 그런데 그런 변하는 마음 또한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변하는 마음에 대해 시비를 걸 필요도 없고, 전에 풍부했던 그 사랑의 느낌에 사로잡혀 붙잡으려 애쓸 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경험이었을지라도 거기에 얽매여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느낌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다시 차가와졌다고 하셨는데요, 그것 또한 자비와 사랑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차원의 자비와 사랑을 경험하려면 과거의 것에서 놓여나야 합니다. 그리고 이 우주의 근본은 파동, 파장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듯이, 훨훨 나는 때가 있으면, 잠시 다운 되는 순간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그 느낌에 대해, 나쁜 상황이라거나, 다운되어서 나쁘다는 그런 해석만 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과 자비의 파장을 우리는 '수행'이라는 것을 통해 더욱 깨달아 갈 수 있는 것이에요. 사실은 이미 충만한 자비와 사랑을 나의 닫힌 마음, 과거에 얽매인 마음 등으로 인해 못 보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좋은 것, 나쁜 것 상관없이 일체의 모든 상황, 경계를 활짝 열고 받아들이세요. 그렇게 활짝 열고, 대 긍정으로 수용하게 되면 점차 마음이 열리면서 그 모든 것이 더 깊은 차원에서는 모두가 사랑이요, 자비 아님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생각을 비우고, 해석과 판단을 비우고, 과거에 얽매인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그래야 본질인 자비와 사랑에 더 빨리 가 닿을 수 있게 됩니다.

초심을 지키라는 말은, 그 마음에 붙박혀 거기에 집착하고, 그 마음이 계속되기를 바라라는 말이 아니에요. 초심의 본질을 이해해야 하는 겁니다. 새롭게 태어남으로써, 매 순간 새롭게 거듭남으로써, 나를 활짝 열어 둠으로써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는 거예요. 초심이라는게 뭡니까? 그 초심 때 비로소 그 전에 깨닫지 못했던 사랑을 깨닫고, 지혜를 깨닫고, 감동어린 발심의 느낌들을 느끼던 순간 아닙니까? 과거와 단절되고, 새롭게 그 순간 무언가를 깨닫게 된 순간입니다. 그 초심은 바로 과거에 얽매이는 마음이 아닌, 나를 활짝 열어 두고, 새롭게 깨어나던 순간인 겁니다. 그러니 초심을 지킨다는 것은, 예전의 그 초심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활짝 열어두고, 새로운 사랑, 자비, 지혜가 걸림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막고 있던 마음을 거두는 것입니다. 주님의 은총과 사랑, 부처님의 자비는 언제나 충만하게 있습니다. 다만 내가 막고 있었던 겁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만 얻고자 고집한 것입니다. 내 방식을 놓아버려야 비로소 신의 방식, 붓다의 더 큰 방식의 지혜와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은, 진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안 좋은 일인 것 같은 방식으로도 우리에게 사랑을 보여줍니다. 우리 판단에 안 좋아 보인 것일 뿐이지요. 활짝 열고, 일체를 다 받아들이고, 모든 것이 사랑과 자비라는 사실을 막지 마시기 바랍니다.

 

 

누군가 제게 끊임없이 자기 잘난 얘기, 일거수 일투족들을 이야기 합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말들에 짜증이 나고 귀를 틀어막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어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참, 그럴 때는 난감하겠습니다. 그럴 때는 둘 중 한 가지로 대응을 하실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그냥 들어주면서, 내 마음을 비춰보는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외부의 모든 문제는 사실 내가 만들어 낸 것이고, 나로 인해 나온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내 인생에 나타나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데는, 분명 또 다른 어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나를 괴롭히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나를 풀어주고, 나의 업장을 녹여주고, 나를 돕기 위한 자비로운 법계의 배려인 것이지요. 모든 외부적인 문제는 내 바깥을 바꿈으로써 풀기 보다는, 내 내면의 태도와 마음을 바꾸면 대부분 해결이 됩니다. 가만히 절에 가서 앉아 참선도 하잖아요. 가만히 말할 때 들어 주면서 내 마음에서 어떤 마음이 올라오는가를 지켜본다면, 그 자리가 바로 선방이 되지 않겠어요. 그 사람이 말을 시작하는 바로 그 때는 이제부터 선방이 되는 것이고, 마음을 관찰하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방법은, 상대를 바꾸는 방법입니다. 단, 이 부분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사랑으로 감싸고, 자비로움으로써 도와주기 위한 목적일 때 실행해야 하는 방법입니다. ‘도저히 못 들어주겠으니, 그만 좀 하면 안 되겠니’하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들어주는 거야 내 수행도 되고 좋은 일이지만, 다른 곳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너의 이런 말 많은 성격을 접하면, 네가 따돌림을 받거나, 사회생활에 있어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내가 그런 너의 단점을 고쳐 주면 어떻겠니’ 하는,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자비의 마음을 말합니다. 충고를 해 주되,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듬뿍 담아서 기분 나쁘지 않게 지혜롭고도 사랑이 가득한 말로써 진지하게 이야기 해 줄 수도 있겠지요. 부처님께서는 이럴 경우에 다음의 다섯 가지 마음으로 충고를 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남에게 충고하고자 할 때에는 다음의 다섯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충고할 만한 때를 가려서 말할 것이요, 그렇지 못할 때는 침묵을 지킨다. 진심에서 충고하고 거짓 되게 하지 않는다. 부드러운 말씨로 이야기하고, 거친 말을 쓰지 않는다. 의미 있는 일에 대해서만 말하고, 무의미한 일은 말하지 않는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야기 하고, 성난 마음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증지부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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