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다닐 때였습니다.
한번은
겨울에 기름값이 없어
추운 방에서 잠바 입고 이불쓰고 산 적이 있었습니다.
형님같은 스님이 계셨답니다.
집에 놀러 오셨다 가셨는데
기름값을 하라고 메모만 남겨두고는
한 30만원을 놓고 가시는 겁니다.
또 한번은
학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스님께서 부르셔서는
학비로 쓰라고 또 돈을 주십니다.
받을 수 없다고 했더니
어차피 내 돈도 아니라며
그냥 인연따라 온 돈이니
필요한 사람에게 가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학생 때, 그 소중한 시간에
공부를 해야지
다른 거 해서 시간 버리지 말라시며 말입니다.
고마워 할 것도 없고,
부담 가질 것도 없다시며 말입니다.
또 하루는 방을 구하려고 다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절 앞에 방을 구해 놓았으니
빨리 이사오라고 그러십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많이 받고만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스님께서는
주고 받은 게 없으십니다.
그런 스님께서
제가 출가할 적에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모릅니다.
입으시던 옷들 물려주시면서
입가에 미소가 가득이셨습니다.
제게는 친형보다 더한 스님이십니다.
연말이 되니
또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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