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외로움, 이걸 어쩌면 좋죠?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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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생활수행

지독한 외로움, 이걸 어쩌면 좋죠?

목탁 소리 2013. 3. 7. 07:58

 

 

괴로움, 외로움, 슬픔 등의 느낌을 외면하지 말라.

당신이 지금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면,

슬프거나 외로움에 잠겼다면

그것은 매우 정상적인 상황이며 느낌이다.

 

시야를 크게 보고 인생 전체를 놓고 살펴볼 때

괴롭거나 슬프거나 외로운 순간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런 순간이 오면

'문제'라고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문제'라고 해석하는 순간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이 되어 버리며,

무언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만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그렇게 스스로를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현재를 비정상적인 문제 상황으로 몰아가게 되면

내 스스로 그런 에너지를 강화하면서

창조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더 많은 문제'와

'더욱 더 해결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들이

우후죽순처럼 점점 더 늘어나게 되기 쉽다.

 

문제가 괴로워

그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은 문제 속에 빠져

스스로 더 많은 문제를 양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괴로운 일이 있을지라도,

외롭거나 슬픈 일이 있을지라도,

크고 넓은 시선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면,

문제시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수용하게 되면,

그것은 더이상 문제가 되지 못한다.

 

내가 그 상황을 '문제'라고 낙인 찍기 전에는

그 무엇도 나에게로 와서 문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언젠가 한 젊은 거사님께서

야심차게 준비해 여행을 떠났는데

여행지에서 전화를 주셨다.

낭만적인 줄 알았던 여행이

이렇게 '지독하게 외로울' 줄은 몰랐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고독감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행이란, 특히 홀로 떠나는 여행이란 어쩌면

바로 그 외로움과 벗하면서

모처럼 홀로이 외로움 속에 뛰어들어

충분히 외로움을 느껴보고 하나되어 보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그 외로움과 홀로 됨 속에

온전히 외로움을 수용한 채 받아들여 느끼다 보면,

대자연과 우주, 자연의 모든 것들이

나와 일체감을 이루는 순간을 체험하곤 한다.

 

사실 그 외로움이야말로 여행의 묘미다.

홀로 떠나는 여행이 아름다울 수 있고,

지혜로운 깨달음을 주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외로움 속에서

당황하고

곧장 그 외로움을 '문제상황'으로 몰아간다.

비정상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단순하게 그 외로움을 수용하고 받아들여

나에게 외로움이 왔다가 가도록 허용해 보는 것만으로도

그 외로움은 저절로 나를 성숙하게 하고 깨닫게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외로움'의 상황 조차

비정상적인 감정이라고

우리 내면의 아상은 끊임없이 속삭이는 것이다.

거기에 속아서는 안 된다.

 

사실은

괴로우면 괴로운대로,

조금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외로울 때는 외로운대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상황이야말로

완전하고 완벽하며

당신을 위한 최선의 조건이다.

 

왜 그럴까?

단순히 그런 상황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왔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지금 나에게 왔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그것이 온전히 나에게 필요했으며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임을 밝혀주고 있다.

 

삶이란 언제나 진리의 나툼이기 때문이다.

제법실상(諸法實相)!

일체 모든 존재는(제법)

진실된 모습으로 존재한다(실상)는 것이

법화경과 모든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 아닌가.

 

지금 나의 모습과 환경과 조건,

그 모든 것은

언제나

완벽히 정상적이며

아름답고도 자연스러운 순간이다.

 

내가 스스로

문제 상황이라거나,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거나,

무언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몰아가지만 않는다면.

 

몸이 아픈 한 신도님을 만나뵈었는데,

정말 열심히 수행하시면서도

'수행하는데도 병이 낫지 않는다'

이 생이 가기 전에 빨리 수행을 끝내야 하는데,

하며 '결과'를 바라는 수행을 이어가고 계셨다.

 

사실은

그 결과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놓아버리고,

지금 이 순간

몸이 아픈 지금 이 순간조차,

아직 깨닫지 않은 중생적인 이 상황 조차,

그대로 아름다운 것이며,

자연스럽고도 완벽한 것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놀라운 수행의 공덕은 드러나기 시작한다.

 

참된 수행은,

자기 자신의 완전성을 굳게 믿고,

삶과 우주와 모든 타인 또한 온전한 존재임을 받아들이며,

그렇기에 스스로를 완전히 대긍정으로 수용하고 사랑하며

또한 타인과 타인의 모든 행위에 대해서도

더 큰 관점에서 모두 이유가 있고 뜻이 있음을 받아들여

사랑해 줄 수 있을 때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나와 타인에 대한 완전 긍정과

대 수용의 정신,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야말로

자기 안에

켜켜이 쌓인 탁한 에너지들을 맑게 정화하여

텅 빈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그 텅 빈 공간과

맑은 정신으로

삶을 이어가고,

수행을 이어 가 보라.

 

그런 마음이라면

수행의 진척을 바랄 것도 없이,

바로 이 순간에

만족과 감사와 사랑과 수용으로

매 순간을 그저 아름답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수행은

미래에 올 과보나 공덕,

깨달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언제나 우리의 수행은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지금 여기에서

더 풍성하게 존재하고,

더 아름답게 살아가며,

더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삶을 느끼고 누리고 만끽하는 삶이야말로

깨어있는 수행자의 삶이 아닐까.

 

우리의 삶에

비정상적인 상황은 없다.

비정상적이라는 나의 해석이 있을 뿐!

괴로운 상황은 없다.

괴롭다고 여기는 나의 생각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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