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범부나 지혜로운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게 되면 좋다거나 나쁘다는 생각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겠는가? 범부들은 자기의 감정에 포로가 되어 집착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감정을 갖더라도 그것의 포로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리석은 사람은 두 번째의 화살을 맞는다고 말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두 번째의 화살을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잡아함경] 이를테면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여 욕을 하고 시비를 걸어 올 때 그것은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 한마디에 휘둘리고 괴로워할 이유가 무엇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욕을 들음으로써 괴롭고, 연이어 그 괴로운 감정에 포로가 되어 오랫동안 그 욕 한마디에 집착하므로 또 한 번 괴롭다. 그러면서 온갖 화를 일으키고, 복수를 생각하거나, 똑같이 되갚아주려는 성냄을 일으킴으로써 몇 번이고 괴로운 화살을 연거푸 맞는다. 이것은 두 번째 화살 뿐 아니라 세 번째, 네 번째 화살을 연이어 맞는 격이다. 첫 번째 화살은 인연 따라 생겨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두 번째 화살부터는 내가 그 현실에 대한 좋고 나쁘다는 판단 분별을 일으키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즉 두 번째 화살부터는 내가 만들어 낸 것이니, 무엇 때문에 내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내 스스로 만든 고통에 빠져 괴로워해야 하는가. 누군가가 나에게 돈을 빌려가고 형편상 갚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이지만, 그로인해 그를 원망하고, 욕하면서 몇 날 몇 일을 괴로워한다면 그것은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연거푸 맞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갔더라도 그것은 첫 번째 화살을 맞은 것이다. 이미 마음이 떠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애써 증오하거나, 복수하려 하거나, 잊지 못하면서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맞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두 번째 화살부터는 그 작자가 나다. 전혀 만들어 낼 필요가 없는 것을 내 스스로 만들어 낸 것 뿐이다. 내 생각, 내 분별, 내 판단이 연이은 수많은 고통을 가져왔다. 생각을 잘 관찰하고, 분별과 판단작용을 잘 관하면 두 번째 이후의 화살들을 맞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생각과 분별은 첫 번째 화살에 이은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만들어 내는 창조자이니 생각과 분별을 관하고 비우라. 지켜봄과 관 수행이야말로 빗발치는 화살을 막는 유일한 방패가 될 수 있다. [사진 : 법주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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