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번 국도, 거센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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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한담 산사하루

42번 국도, 거센 소나무

목탁 소리 2009. 9. 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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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
정선으로 가는 42번 국도를 탑니다.

42번 국도로 접 어들어
한 10분 여를 가다보면
가파른 산길이 이어집니다.

873고지의 자병산을 넘어야 하는데
이 곳이 태백 산맥입니다.

오르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두셔야 합니다.

거의 정상까지 갈 즈음이면
웅 대한 산하와 저만치 동해바다가
거짓말처럼 한눈에 펼쳐집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거대한 풍경을 접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참을 오르면
청청하게 산을 지키고
동해를 발아래 내려 보고 있는
의연한 소나무 한 그루를 발견합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 험한 산세에 눌리지 않고
도리어
그 작은 체구에
산과 바다를 비웃듯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소나무...

이 곳에선
이 놈이 주인 입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의 모습...
거대한 우주속의 이 작은 내 모습과
짐짓 견주어 보게 됩 니다.

그 커다란 우주 속에
의연히 살아 숨쉬는 주인...

이 녀석이
우람한 산과 드넓은 바다 앞에
당당한 주인되어 버티고 있듯,

삼천 대천의 드넓은 법계에
천상천하
유아독존...
주인이 되는 나의 모습 을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홀로 서 있음을 말입니다.






삶 속에 펼쳐진
온갖 대상들이란
마음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망령된 우리들 마음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괴롭고 답답한 대상을
지워버리고 싶다거나,
없애버리고 싶다 면,
나의 그릇된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放心)

대상을 제거하려 하기보다
내 마음을 제거하는 것이
그것 이 훨씬 빠릅니다.

대상에 담겨있는
좋다, 싫다, 답답하다, 밉다 하는
그 그릇된 마음을 비우는 것이지 요.
분별심을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무릇 수행자는
온갖 대상을 바라봄에
그 마음이 평온해야 합니다.(無心)

대상을
있는 그대로의 대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대상에 관념을 개입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 터 대상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잊어버립니다.

그리고는
내가 만들어 놓은 관념의 옷을 입게 됩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대상은
어처구니 없게도
사람들의 분별과 관념 때문에
미움을 당하고, 괴롭힘을 감수해야 합니다.

하기야...
대상이 무심(無心)일 때는
여전히 진실을 잃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상이
사람들 의 분별에 응하기 시작하면
무서운 응보를 가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 응보에 또 열을 냅니다.

그렇게 오고가는 것이 윤횝니다.

마음이 대상을 만들었기에
대상을 지우려 한다면
마음을 놓아버리면 됩니 다.(放心)

마음이 생하여도
대상이 무심이면
대상은 무죄입니다.

마음도 대상도
나도 너도
모두 분 별없는 무심이라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마음은
놓으면 됩니다.

무심이면
잡고 놓음도 없 어집니다.






수행자는
맑게 살아야 합니다.

아직 깨닫지 못하여
미 혹하고 어둡더라도
맑기는 해야 합니다.

밝지는 못해도
맑게는 살아야 합니다.

깨닫지 못함은
죄가 되지 않지만
맑지 못함은
수행자에겐 큰 허물입니다.

그것이
모든 수행자를
수 행자이게 만드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자성청정즉승보...
자성이 청정함을 일러
수행자, 승가라 하는 것입니다.

청초를 보자니
내 모습과 견주게 됩니다.
많이도 부끄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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