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밝은도량에는 온갖 나무와 야생화들 그리고 산나물과 약초들 하늘거리는 바람소리 바람에 낙엽 서걱이는 소리까지 가만히 앉아 느껴보면 온갖 대자연의 소리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새소리가 얼마나 경쾌하게 들리는지 몰라요. 내가 가만히 들어 본 새소리만 해도 한 10가지는 족히 넘을 것 같습니다. 그 울음소리들도 얼마나 신기하고 독특한지... 또 작년 가을까지 도량 주위에서 놀던 꿩 가족들도 겨우내 자취를 감추었는데 여름이 되면서 다시 도량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어디로 다녀 온 건지, 아니면 겨울잠을 자고 온 건지는 몰라도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좀 야속한 건 이녀석들이 예뻐서 다가가는데 조금만 인기척이 들리면 냅다 꼬리를 빼고 도망쳐 버리는 것이 몹시 서운해요. 요즘에는 이제 본격적인 여름꽃들 나물들 산야초들이 한창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고마리, 며느리배꼽, 닭의장풀 괭이밥, 수영, 소리쟁이,엉겅퀴, 며느리배꼽, 메꽃, 망초꽃, 고들빼기꽃, 원추리꽃, 괭이밥꽃, 씀바귀꽃, 수영, 소리쟁이, 별꽃, 돌나물꽃, 뱀딸기열매, 다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고 이렇게 내가 알 수 있는 것들 외에도 아직까지 그 이름도 쓰임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관심을 가지고 산야초들 산나물이며 약초 꽃들을 바라보고 공부하다 보면 정말 한도 끝도 없기도 하고 그 신비로움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한참 농사지은 것을 수확하고 있는데 법당에서 지은 농사는 거의 수확이랄 게 없을 정도입니다. 산 중턱인데다 낙엽 떨어져 썩은 부엽토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 그냥 조금 개간해 씨만 뿌렸더니 이 녀석들이 처음에 조금 고개를 내미는가 싶더니 기운이 달리는지 영 올라오지를 못하데요. 정말이지 혹독하게 실패를 맛보고 있는 중입니다. 저 아래 마을 내려가면 누가 지은 농사고 할 거 없이 모두 다 잘 크고 싱싱한 채소들이 푸르른데 법당만 영 기척조차 없으니 신도님들께서 비료 조금만 뿌리자는 말이 왜 그리 혹하게 만들던지요. 내가 농사지어 팔아먹을 거였다면 아마도 당연히 비료를 주고 말았을 겁니다. 안 되겠다 싶어 인근 나무아래에서 부엽토를 긁어다가 한 몇 일 깔아주고, 인근 마을에 인심좋은 모종파는 할머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조언을 구했더니 좋은 거름을 한 포대 주셔서 그놈을 조금 섞어 뿌려주고는 씨앗을 다시 뿌려 보았습니다. 좀 늦는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조금 힘을 쓰고 올라오는 듯도 해요. 또 감자 심은 것들도 나무들 사이에 햇빛 조금씩 비치는 곳에 심었다보니 이녀석들이 햇빛 서로 받으려고 위로만 자꾸 크다가 넘어져요. 아무리 북주기를 해 줘도 고개를 떨구데요. 게다가 거름도 얼마 없다보니 줄기가 굵지는 못하고 위로만 크니 감자 농사도 영 시원치 못합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을 겁니다. 그나마 조금씩 큰 것들도 있거든요. 저 아래 땅콩도 몇 개 안 되지만 잘 살고 있고, 상추도 거름 하나 없어서 하나도 안 크나보다 했더니 아래 모종한 상추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커서 요즘 먹고 있습니다. 전에 강원도 영월에서 이모님댁 모종을 몇 개 얻어 온 배추도 처음에는 영 안 클것 같더니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크고 있습니다. 콩 심은 곳은 법당 있는 쪽에서 조금 먼 곳이라 아예 물도 주지 않고 심기만 했었어요. 물론 처음 심을 때는 그 날 저녁 비 오는 날을 택했지요. 그래도 올해에는 꼬박꼬박 비가 제 때 내려 주어서 아직까지는 콩도 제법 올라오고 있습니다. 물론 콩이 아직 달리지는 않았으니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요. 또 법당에서 한 100미터 떨어진 곳에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 방울토마토, 참외, 호박 심어 둔 곳에도 거름이 덜 하다 보니 그리 크고 실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더디게 크고는 있어요. 물론 모종 두세개가 이유없이 죽기는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죽은 곳 주변에 개미가 많은 곳도 있고, 칡뿌리가 방해하는 곳도 있어서 그런 것이 이유일 수 있겠다 추측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쨌든 내 농사는 모든 면에서 너무 게으르고 일반 상식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 신도님들이 성격이 좋아 말씀은 안 하셔도 속으로는 안타까운 마음 한창일겁니다. 아직 많이 모르지만 그래도 전 좀 더 연구해 볼까 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힘으로 농사도 자연이 지어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자연과 하나되는 농사법. 내가 뿌린 채소씨가 잘 안 크잖아요. 그런데 그 곁에서 잡초들은 정말 잘 자라고 있거든요. 잡초들은 거름 없어도 잘 자라고 비료 뿌려주지 않아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문제는 거름이 없어서가 아니고, 비료를 뿌리지 않아서가 아닌것 같습니다. 씨앗에 그 문제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 생각해 봅니다. 씨앗을 그동안 너무 약하게 키웠던 거지요. 사람의 힘으로 돌보고 비료도 주고, 잡초도 뿌려주고 해서 끊임없이 스스로 클 수 있는 야생의, 자생의 힘을 사람들이 없애버리지 않았나 싶은 생각입니다. 요즘 나오는 무슨 종묘상에서 파는 씨앗들이 거의 그렇게 너무 약합니다. 자연의 것들은 따로 물 주지 않아도 하늘에서 내리는 물만 가지고도 잘 자라고, 거름이나 비료 주지 않아도 흙에 있는 것 만으로도 잘 자라고, 제초제나 농약 뿌리지 않아도 스스로 커가고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뿌리는 씨앗만 안 그렇다면 그 이유는 사람들이 뿌리는 씨앗이 너무 약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야생스럽지 않은 온실에서 조심스레 큰 여리디 여린 씨앗을 제 마음이나 신념만 가지고 야생의 잡초들과 경쟁을 시키다 보니 당연히 경쟁에서 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요즘 또 하나의 관찰이 어느정도 경쟁에서 지고 또 어느정도 이기는가 그것도 주 관심사 중에 하납니다. 아래 모종 심은 상추나 배추도 처음에는 시들시들하여 다 죽은 듯도 하고 영 거름이 없어 죽어가는 듯 하더니 그래도 크게는 아니지만 조금식 다시 되살아납니다. 상추는 힘없이 그래도 다른 야생초들과 어렵게 겨루고 있어서 대견합니다. 상추 심은 곳에 피어났던 민들레 두 송이를 그대로 놓아두었었습니다. 민들레 잎이 크게 자라면 상추잎만큼 자랍니다. 그리고 그 영양가도 못지 않아요.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상추보다 그 곁에서 더 힘있게 자라나는 민들레 잎을 뜯어다가 상추처럼 쌈 싸 먹고 있어요. 그런데 이 두 녀석만 봐도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상추는 힘겹게 커가고 있고 그 속도도 한참을 더디게 크는 반면에, 민들레는 그야말로 쑥쑥 커가고 있습니다. 똑같은 땅 똑같은 조건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나요. 요즘 같아서는 정말이지 농사지으려고 씨 뿌릴 것 없겠다 싶어요. 이렇게 민들레처럼 그냥 야생의 것들을 따먹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요. 아니 너무 많은 게 아니라 따 먹지 못하는 것이 거의 없다는 말이 더 맞을 정돕니다. 앞에서 조금 언급했지만 요즘 밥상에 오르는 것들만 해도 고마리, 며느리배꼽, 닭의장풀 괭이밥, 수영, 토끼풀, 소리쟁이,엉겅퀴, 며느리배꼽 등이 있어요. 여린 것은 먹을 수 있고 조금 크거나 꽃이 피면 못 먹는다는 것도 알고보면 못 먹는다는 게 아니고 좀 억새서 먹기 힘들다는 말이거든요. 다 먹을 수 있습니다. 농사를 좀 게으르게 하고, 내 노력 좀 덜 들이면서 자연의 노력을 흠뻑 받을 수 있도록 대자연의 온전한 흐름에 턱 내맡기면서 자랄 수 있도록 참된 부처님의 농사가 꼭 있을 것입니다. 그런 농사를 발견했으면 하고 모든 이들이 그런 대자연의 부처님 농법으로 농사 지을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완전 초보 농사꾼이 너무 말만 앞서는거 아닌지 부끄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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