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을 지은 동화작가로 잘 알려진 권정생 선생이 얼마 전 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몇몇 언론지 기사로 접하였다. 때때로 그 사람과 친분이 없더라도, 한 번도 뵌 적도 없더라도, 그 사람이 이 땅 어디엔가에 살아 계신다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를 느끼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그런 또 한 사람이 떠나가는 소식을 접하면 이론적으로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은 그 뿌리에서부터 여린 떨림과 상실을 느끼곤 한다. 내 나이 얼마 되지 않는 이 생의 기간은 어쩌면 그런 '보냄'의 연장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은 나이가 많던 적던, 종교가 불교던 기독교던, 우리나라 사람이건 다른나라 사람이건, 피부색이 희던 검던, 그런 것을 뛰어넘어 내 안에 그저 큰 존재로 있다. 권정생 선생이 떠나시면서 정호경 신부님께 유서 아닌 유서로써 남긴 마지막 글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면서 삶이라는 것이, 죽음이란 것이 무엇인가 깊은 화두를 안겨주고 있다. "정호경 신부님. 마지막 글입니다. 제가 숨이 지거든 각각 적어놓은 대로 부탁드립니다..... 3월 12일부터 갑자기 공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뭉툭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날에도 가끔 피고름이 쏟아지고 늘 고통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릅니다. 1초도 참기 힘들어 끝이 났으면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됩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권정생(녹색평론, 2007년 7,8월호)"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과 죽음과의 마지막 대면 속에서도 이 세상을, 굶주리는 아이들과 중동, 아프리카, 티벳의 아이들을 걱정하는 그 이타의 끝자락을 보면서 어떻게 눈시울을 붉히며 와락 쏟아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생은 90여 권의 작품집에서 들어오던 그간의 10억원이 넘는 인세를 굶주리는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일평생의 삶은 '자발적 가난을 넘어 자발적 극빈'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독하게 가난하고 외롭게 살았다니. '베스트 셀러 작가' '해방 후 한국 최고의 동화작가' '이원수 이래 한국 최대의 사실주의 동화작가'... '권정생'이라는 '브랜드'가 붙으면 무조건 책을 살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작가... 이런 저런 화려한 수식들 속에서 '그러나' 소박하고 깨어있는 자신만의 삶을 산 이계삼 선생의 말을 빌자면 '이 땅 마지막 한 사람'. 이 여름, 장마의 끝자락에서 권정생 선생의 동화 몇 권 곁에 두고 그의 향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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