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밤까지 펑펑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낮에 속초에 좀 다녀오는데, 속초하고 설악산 쪽에는 눈이 참 많이 오더니 일 보고 양구로 들어오는데 오는 내내 눈 속에서 고생 좀 했습니다. 양구에 어렵게 거북이 걸음으로 도착했더니 양구도 온통 눈세상이데요. 그러더니만 밤 늦게까지 하이얀 눈들이 그치지를 않고 더욱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제 까지만 해도 이제 3월이라 눈도 다 녹고, 언 땅도 많이 녹았고, 이제 조금만 있으면 땅 위로 온갖 봄꽃과 봄나물들이 앞다투어 올라오리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강원도는 겨울이구나 싶습니다. 어제는 새삼 3월에 내리는 눈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슴을 치던지 밤늦도록 창 밖으로 펑펑 쏟아지면서 도량을 하얗게 수놓는 눈들을 보며 쉬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오늘 새벽에 예불이 끝나면 바로 GOP 수색작전에 동참하고 위문 해 주기 위하여 출발하려던 차였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그 3월의 거샌 눈송이가 그런 기세로 밤새 내렸나 봅니다. 눈을 뜨고 요사 문을 열었더니 눈세상에 완전히 갇힌 느낌!! 겨우 겨우 눈길만 내고 예불을 하고는 바로 눈을 쓸고 있는데, 절 바로 가까이 언덕 위에 교회는 절 입구까지 거의 눈을 다 쓸어 놓았데요. 부랴부랴 눈을 쓰는데, 와~ 정말 많이 오긴 왔습니다. 내린 눈의 양으로 본다면 단연 올해 눈소식에서는 일등입니다. 한참을 쓸고 있는데, 고맙게도 늘 와서 눈을 쓸어주고 있는 가까이의 화학대 장병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셋이 힘겹게 한 시간을 쓸고도 반도 못 한 것을 한 15분 만에 완전히 주차장까지 환히 깔끔히 쓸어주었습니다. 마지막 제설작전이라면서 그래도 위안을 느끼며 좋아라 하데요. 따뜻한 차와 초코파이와 엊그제 8년 전 1사단 GOP 소초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8년 만에 찾아와 장병들 나누어 주라고 주었던 과자를 함께 나누어 주었습니다. 3월에 내리는 눈!! 이 생각지 못했던 눈소식이 아침부터, 아니 어제 저녁부터 마음을 설레게 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 절 강아지 보리도 눈 쓸 때까지 안 보여서 오늘도 교회에 가서 친구랑 같이 자는구나 싶더니 눈 쓰는 소리를 듣고 바로 법당으로 뛰어 와 주네요. 이녀석, 정체를 분명히 해! 교회 개야 절 개야? 하며 물어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어떻게요, 교회에 가야 님을 볼 수 있으니... 눈밭에서 뛰어 노는 보리도 눈이 와서 좋은가 봅니다. 법당 편지함에도 눈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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