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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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목탁 소리 2014. 8. 21. 15:59

 

 

 

다른 누군가가 나를 괴롭힐 수 있을까? 엄밀히 관찰해 보면, 그 누구도 내 동의 없이 나를 괴롭힐 수는 없다. 타인이 나를 괴롭힌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 내 스스로 타인의 행위에 공격, 압박, 괴롭힘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채 거기에 저항하고 거부하며 방어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은 타인이 나를 괴롭히는 것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내적 과정을 느낄 뿐이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나에게만 너무 과도한 일을 시키거나, 심지어 주말에도 해야 할 일들을 부여하게 된다면 우리는 괴로울 것이다. 끊임없이 내 안에서는 상사에 대한 욕과 분노가 일어날 것이고, ‘나를 미워하나’, ‘나를 골탕먹이려고 저러나’, ‘사표를 쓸까?’, ‘다른 좋은 직장 없을까’ 등등 온갖 생각과 망상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결국 실제 있지도 않은 거대한 망상으로 이루어진 악몽 같은 영화를 한 편 찍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그 일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진짜, 100%, 절대적으로 나쁜 일일까? 정말 그가 나를 괴롭히느라 그러는 것일까? 나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일까? 내 생각이 정말 사실이 맞을까?


어쩌면 그는 내가 일을 잘 하기 때문에 나의 능력을 든든하게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 진급에서 적극적으로 나를 진급시켜 주려 할지도 모른다. 그 일들을 통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수도 있다. 그 직장상사의 속마음은 너무 미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떻게 나에게 보상을 해 줄지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직장상사의 그런 행위가 나에게 근원에서는 결국 큰 도움을 줄지, 아니면 그저 해가 되기만 할 지 알 수 없다. 언제나 두 가지 가능성이 내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 직장상사의 행위를 언제나 부정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괴롭고, 화나고, 나를 미워하고, 짜증나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괴로웠을 뿐이다.


사실 삶에서는 그런 상사도 만날 수밖에 없다. 때로는 편안한 사람도 만날 수 있고, 또 때로는 과도한 일 중독자 상사도 만날 수 있다. 그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해 우리 마음 속에서 전자의 일만 일어나길 바라고, 후자의 인연은 안 만나길 바라는 그 분별심이 나를 괴롭게 한 것은 아닐까?


사실 우리는 그 양 극단의 사람들 모두를 통해 성장해 나감으로써, 삶의 균형을 잡아갈 수 있다. 일 중독자처럼 보이는 직장상사를 만날 때는 집중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고, 편안한 상사를 만날 때는 여유롭게 일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일 뿐이다.


만약에 계속해서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대해 주었으면 좋겠고, 저런 방식으로 대해주면 안 된다고, 혹은 이런 일은 시켜도 되지만 저런 일은 안 시켰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에 기준과 잣대를 만들어 놓게 되면 언제나 그로 인해 괴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삶은 내 마음대로 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이렇게 되는 것이 정말 좋은지, 저렇게 되는 것이 정말 좋은지를 온전히 알 수 없다. 다만 내 생각이, 과거의 경험에 기초해서 이렇게 되면 좋겠고 저렇게 되는 것은 싫다라고 판단했을 뿐이지, 그것이 언제나 진실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나 외부에서 시키는 사람 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내가 어떻게 판단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서 생겨난다. 그 상황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어떻게 문제로 여겼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나를 괴롭힌다고 느낄 때, 곧장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그 원인을 살피는 것, 즉 내적인 마음이 어떻게 그것을 '괴롭힘'으로 인식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타인의 말이나 행위를 즉각적으로 내면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는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거부하거나 욕망하는지, 어떤 느낌을 만들어내는지, 어떻게 그 느낌을 진짜인 것으로 믿게 되는지, 또 어떻게 그러한 전적인 내적과정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데 성공하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지켜볼 수 있다.


이런 내적과정을 관찰하는데 성공하게 될 때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나를 괴롭힐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외적인 삶 전부가 결국은 내적인 과정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월~금, 07:50~08:0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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