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을 받아 괴로울 때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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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을 받아 괴로울 때

목탁 소리 2014. 8. 21. 15:56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거나, 듣기 싫은 말을 하거나, 동의하기 힘든 평가를 내린다면, 바로 그 순간, 당신은 아주 중요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그 말을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 그 부정적인 말의 위력에 굴복당한 채 그런 존재가 되기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 깨어있는 의식으로써 그 말이 그저 아무 힘도 얻지 못한 채 그저 흘러가도록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나에 대한 상대방의 평가는 어디까지나 그의 단편적인 관점일 뿐이며, 그 말은 진실도 거짓도 없는 중립적인 에너지일 뿐이다. 그 말이 힘을 가질지 말지는,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언제나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별 의미 없이 쉽게 내뱉는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언제나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함로써 스스로를 그 말에 자신을 구속시키기를 서슴지 않는다.


사실 알고 보면 남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그 말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하는 말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냥 내뱉는 것이다. 그리고 심각하게 이야기 해 줄 정도로 그렇게 타인들이 내게 깊은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말을 너무 크게 생각하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침에 화장이 왜 그 모양이냐는 남편의 말 한마디는 아내의 하루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라. 그 말 한마디가 나의 하루를 우울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얼마나 당황스러운가.


남편이니 망정이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때 그 말에 휘둘려 하루 종일 우울하다면, 그건 더없이 어이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싫어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에게 내 삶의 주도권을 넘긴 채,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이런 내 인생의 주인 자리를 왜 그 사람에게 넘겨주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살아간다. 깨어있지 못하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우리의 하루 속에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화가 나서 홧김에 내뱉은 "재수없게 생겼어"라는 학창시절 친구의 말 한마디를 40이 넘어서까지 붙잡고 실체화하며 구속당한 채 정말 자신을 재수없는 사람으로 믿어 왔던 분을 보고 구업이라는 업력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를 새삼 느낀 적이 있다.


말의 힘이란 이와 같다. 자신이 그 말에 힘과 의미를 불어 넣는 순간 그 말은 살아 움직이며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실체적 에너지로 바뀌고 만다. 그러나 자신이 그 어떤 말에도 실체성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최악의 험담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말 것이다.

사실 상대방이 나에게 그 어떤 험담을 해 올 때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내리는 험담 만큼만 상대의 험담을 받아들이게 된다. 즉 상대의 험담이지만, 사실은 내 스스로 자신에게 내리는 자기 험담이며 자기 비난일 뿐인 것이다.


왜 상대방의 험담과 비난을 스스로 나서서 동의하고 동조하며 '맞아! 나는 저 정도의 험담을 받을 만 해' 라고 맞장구침으로써 그 험담에 힘을 부여하는가?


나는 그 어떤 외부의 판단이나 평가를 받지 않고도 자기답게 자신의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다. 좋거나 싫은, 옳거나 그른 그 어떤 평가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사실 이런 휘둘림은 내 스스로 자신을 옳은 사람으로, 좋은 사람으로 상대에게 보여지고 싶은 관념에서부터 시작된다. 스스로 평가나 판단의 희생양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좋게 평가받고 싶고, 좋은 대접을 받고 싶으며,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이미 '좋고 나쁜' 상대적 분별심의 희생양이 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평가 받지 않는 삶을 살 수는 없을까? 좋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으며 살 수는 없을까? 험담 뿐 아니라 칭찬에 대해서도 기대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칭찬 받고 싶고, 인정 받고 싶고, 관심 받고 싶으며, 좋게 평가 받고 싶은 그 마음에서 놓여날 때 비로소 비난, 험담, 비판의 말에도 자유로와 질 수 있는 중심 잡힌 힘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때 비로소 모든 삶의 주도권이 내 안에 들어온다. 상대방의 그 어떤 말이나 평가에도 전혀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자기 중심이 잡힌다. 나와 상대를 평가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의 좋은 평가를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의 나쁜 평가를 받아들이길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언제나 말의 주도권, 삶의 주도권을 굳건히 자기 안으로 가져 오는 삶을 살라.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월~금, 07:50~08:0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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