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힘의 원천이 내 안에 있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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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생활수행

강력한 힘의 원천이 내 안에 있다

목탁 소리 2014. 5. 7. 21:12

 

 

 

어릴적 저의 할머님은 침을 매우 잘 놓는 지방에서도 유명한 침할머니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할머님 댁에만 가면 얼굴만 보고도 오장육부 어디가 안 좋은지를 훤히 아시는 할머님 덕분에 툭하면 침을 맞아야 했습니다. 게다가 침은 또 얼마나 크고 굵은지 요즘은 그런 침을 찾아볼래야 찾을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릴적부터 침 맞는 것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이 있었지요.

 

그러던 중 중학교 1학년 때인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 날은 자신의 피를 뽑아 혈액형을 맞춰보는 그런 실험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모든 학생들이 앞핀으로 엄지손가락을 살짝씩 따서 피를 냈지요. 그런데 저는 도저히 제 스스로 제 손을 찌르지 못하겠는거에요. 너무 겁이 났습니다. 그렇지만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할 수 없어 뒤늦게 큰 맘 먹고 손가락에 피를 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지요. 피를 내고 나서 저는 갑자기 어지러워 몸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온몸에 힘이 빠져 잠시 고개를 숙이고 쓰러져 있다가 일어났지요.

 

저는 정말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습니다. 남들은 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나만 이 피 한 방울 조금 났다고 이렇게 어지럽고 온몸에 기운이 빠지며 쓰러질 수가 있었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습니다. 불교 공부를 하면서 침 맞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어느정도 없앨 수 있었지요. 그래서 필요할 때는 한의원도 다니고 침도 맞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았죠. 나중에는 오히려 침을 한 방 맞고, 부항으로 피를 뽑고 나니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매일같이 한의원을 다니던 때였는데요,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침을 맞고 부항으로 피를 뽑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따라 부항에 뽑아진 피를 보고서 갑자기 한 생각이 일어난거에요. 그 전날까지도 피를 보면서도 오히려 시원하다고 느꼈을 뿐이었는데, 그 날 피를 보고 옛날 할머니에게 침을 맞던 기억이며, 피를 보고 쓰러졌던 기억이 한순간에 올라왔습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었지요. 그런데 그 생각이 올라오자마자 정말 몇 초 사이에 잠깐이지만 온 몸에서 과거에 느꼈었던 온몸이 어지러워지는 똑같은 경험이 시작되는 겁니다.

 

즉, 생각이 과거로 잠시 옮겨갔을 뿐이었는데, 순식간에 온 몸에서 식은 땀이 나면서 힘이 빠지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은 반응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것은 곧 생각이 올라오자마자 몸이 이렇게 빨리, 또 이렇게 강력하게 실질적인 힘으로 몸에 반응할 수도 있다는 반증이었지요.

 

보통 우리는 몸과 마음의 연관성을 설명합니다. 언젠가 TV 프로에서는 그냥 평범한 우유를 신물질을 넣어 계발한 새로운 우유라고 설명하여 먹이게 한 뒤 미리 짠 한 두 명이 그 우유를 먹고 토하며 격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보자 다른 참가자들도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등의 반응이 생긴 실험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쁜 우유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실제 몸에서 두드러기 반응이 일어난 것이지요.

 

이런 사실을 우리는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그 반응은 생각과 마음이라는 인자가 일어날 때 놀랍게 빠르게, 아니 거의 동시적으로 몸에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생한 증거였습니다. 그 생각이 올라오자마자 동일한 과거의 반응이 온몸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 버렸으니까요.

 

저는 그 때 분명하게 깨달았지요. 또한 계속해서 다양한 삶의 경험을 통해 이 놀라운 사실이 입증되곤 했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여지없이 몸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대학교 때 종종 술을 마시곤 했었는데요, 내가 깨어있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날에는 어김없이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날이 있었습니다. 또 어떤 날은 훨씬 더 빨리 취하는 날도 있었지요. 그뿐 아닙니다. 친구가 어려움에 빠졌던 날 그 친구를 위로하며 함께 술을 마실 때는 그렇게 많이 마셨지만 거의 전혀 속이 쓰리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날도 개운했죠. 제 마음 속에서 이런 날은 먹어도 된다고, 오히려 그 친구를 위해서 함께 먹어주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마음으로 규정짓고 있었기 때문에 몸은 그 마음의 명령에 전적으로 동의 해 준 것이었습니다. 별 이유 없이 혼자서 방 안에 앉아 맥주 한 병을 마셨을 때는, 고작 한 병이었지만 밤새 속이 쓰리기도 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 몸은 언제나 마음이 규정해 준 것을 따릅니다. 법구경에서는 ‘모든 일의 근본은 마음이다. 마음이 주인 되어 모든 일을 시키고 세상을 만든다.’라고 합니다. 마음이 주인이 되어 일을 시킬 때,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마치 하나인 것처럼 동시적으로 그 일을 시작합니다. 나아가 내 몸만이 아니라 나와 둘이 아닌 이 세상 속에 그 마음의 일을 펼쳐내는 것이지요.

 

마음의 주인이 될 때, 우리는 내 몸도 다스릴 수 있을뿐더러, 병도 고칠 수 있고, 이 세상도 뜻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간절한 기도 등을 통해 기적적인 치유를 보이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혹은 마음으로 암세포가 녹아 없어진다는 생생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암을 치유하는 사례를 보기도 합니다.

마음의 힘에 대한 이러한 연구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입니다. 가짜 약을 주고 진짜 약이라고 믿게 하면 진짜 약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음은 곧 우리 몸을 변화시킵니다. 앞에서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이 몸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반응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는 비단 제 경험에서만이 아니라 현대 과학에서도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생각이나 느낌이 있을 때 우리 뇌는 뉴로펩티드라는 화학물질을 생성한다고 합니다. 이것을 받아주는 수용체가 뇌 세포 표면에 있음을 과학자들이 밝혀냈습니다. 즉 생각할 때 화학물질이 생겨나고 이를 뇌 세포의 수용체가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화학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신체의 다른 부위들에도 있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발견했습니다. 위, 심장, 결장, 신장 등 거의 온몸에서 발견되었지요. 즉 우리가 생각을 일으킬 때 뇌에서만 화학물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온 몸에서 동일한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 실험은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을 뇌 속에만 가둘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온 몸의 세포들에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마음, 생각을 일으킬 때 뇌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온몸에서 수용체가 생겨나 반응하는 것입니다.

 

‘기뻐서 날아갈 것 같다’거나, ‘슬퍼서 가슴이 아프다’는 말은 그야말로 말 그대로의 진실인 것입니다. 기쁘면 온 몸의 모든 세포가 기뻐 날아갈 것처럼 함께 기뻐하고, 슬플 때 정말 가슴까지도, 온 몸이 함께 슬픈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가 평온함을 느낄 때 우리 몸은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것과 비슷한 진정제를 생산해 내며 신나는 기분일 때는 항암기능을 하는 면역 분비물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또한 불안감을 느낄 때는 온 몸에서 신경과민 분자들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심신상관의학을 창안한 대체의학 분야의 선구자인 디팩 초프라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빈틈 없이 정교한 약국이 당신 몸 안에 있다. 당신이 처방하면 당신 몸은 정확한 분량의 약을 정확한 때에 정확한 기관을 위하여 부작용 없도록 조제해서 한 봉투에 빠뜨리지 않고 담아준다’

 

이처럼 우리 몸은 분명하게 마음으로 통제 가능한 영역에 놓여 있습니다. 몸에 그 어떤 병이 왔다고 할지라도 사실 근원에서는 마음에서 온 병인 것입니다. 즉 그 어떤 병도 마음으로 치유하지 못할 병은 없는 것이지요.

병 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힘도 빠지고, 이빨도 빠지고, 근력도 약해지고, 치매도 오고, 힌머리도 늘어나고, 기억력도 쇠퇴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진실이 그래서 그렇게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믿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이 되는 것입니다.

 

신경가소성은 경험과 활동의 영향을 받아 변화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을 말하는데, 기존 연구에서는 신경가소성이 인생의 초반부에만 나타나는 제한된 현상으로 여겨졌습니다. 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신경가소성은 사라지고, 뇌는 퇴화되어 기억력 등이 감퇴된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현대 뇌과학에서는 신경가소성이 생의 전반에 걸쳐 지속되며 아무리 나이가 늙더라도 그 활동은 계속된다는 점이 증명되었습니다. 즉 늙지 않는 뇌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늙으면 기억력이 감퇴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일수록 신경가소성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스스로 늙으면 치매가 걸린다거나, 기억력이 떨어진다거나, 뇌의 활동이 둔화된다는 믿음이 실제 그런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마음은 노화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디팩 초프라는 정신병동에서 근무할 때, 환자들 가운데 시간 개념이 없는 한 여인이 실제로 몸이 늙지 않는 듯 보였고, 30대 모습을 한 60대 여인을 보았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현실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이 세상에 대한 나의 해석이 곧 그러한 결과를 만들 뿐입니다. 결정적으로 정해진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가 그렇다고 믿으면 그렇게 되는 현실이 만들어 질 뿐이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음의 힘은 이토록 강력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의 원천인 내부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보다, 외부에 있는 물질세계를 어떻게 바꿀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히 전도된 망상인 것이지요. 바깥 세상을 바꾸는 것은 나뭇잎에 물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내면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나무의 뿌리에 물을 주는 것이지요. 이 놀라운 마음의 세계, 마음공부의 세계가 바로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그 모든 것의 강력한 원천이자 힘이자 그 모든 것인 무한 권능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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