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보니 '남에게서 보는 것은 내안에도 있다'는 말이 있데요. 모든 경계가 나의 과보로서 온것이라고 생각하면 '내 업의 나툼'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만, 그런 경계를 내안에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잘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바깥 경계에서 나타나는 모든 것이 내 안에 비춰져서 내 안에 비춰진 바깥 경계를 우리는 인식하거든요. 그러니 사실은 바깥 경계를 인식하는게 아니라 내 안에 비춰진 경계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바깥 경계는 좋거나 나쁘거나 하지 않지만 우린 그 경계를 가지고 좋다고 나쁘다고 분별하잖아요. 그 자체가 바깥 경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내면에 비춰진 바깥 경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즉 그게 바로 내 내면을 보고 있는 것이란 뜻입니다.
외부경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면의 거름망, 내면의 색안경으로 걸러 왜곡해서 받아들인다는 말을 이해하시겠지요? 남이 한 하나의 행동을 가지고, 그게 좋으니 나쁘니 판단하는 것은 내 안에 있는 무엇이 하는 것이지, 그 사람 자체나 행동 자체는 아무런 분별도 없어요. 그래서 동일한 어떤 사람의 행위가 어떤 사람에게는 호의적으로 다가오고, 어떤 이에게는 나쁜 행위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나에게 '키가 작고 못생겼다'고 했다면 우리는 키가 작다고 욕을 하는군! 괘씸한 녀석! 너는 나보다 더 못생겨놓고! 정말 내가 그렇게 못 생겼나? 아이 짜증나! 수술을 해 볼까! 저 녀석 손좀 봐 줄까 하면서 온갖 생각, 분별, 시비, 판단 등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것을 나쁘게 받아들이겠지만, 부처님께 누가 '키가 작고 못생겼다'고 했다면 부처님은 그저 아주 단순한 하나의 말로써 키가 작으니 작다고 했구나, 저 사람 기준(색안경)으로 내가 못생겨 보였구나 하고 아주 단순하게 받아들이고는 그것으로 끝이란 말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어때요? 어떤 경계든 우리는 그 경계가 아닌 내 안에 있는 것을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러니 똑같은 경계를 부처님은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차별, 분별, 성냄 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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