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기술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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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생활수행

상대방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기술

목탁 소리 2011. 7. 21. 11:18



 “도대체 날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정말 짜증 나, 미치겠네.”

누군가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찾아와 하소연한다. 그럴 때 우리는
 “잘할 수 있을 거야, 어쩌겠어.”
 “잘 생각해 보면 무언가 해결책이 있을 거야”
라고 답하곤 한다.

무언가 해결책을 찾아줘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러면 해결책을 찾아줘야 하는 나도 힘들고 하소연하는 상대방 마음도 치유하지 못한다.
그런데 심리치료나 상담에서, 또 불교와 명상에서 취하는 방식은 사뭇 단순하면서도 쉽고, 그러면서도 빠르게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준다. 아주 단순하다. 해결해 주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상대방의 현재의 답답한 마음을 받아줌으로써 스스로의 마음을 바라보고 관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짜증이 많이 나겠구나. 정말 답답하겠다. 방법도 없고 답이 안 나오니 얼마나 막막하겠어.”

큰 차이가 없어 보이겠지만 전자는 해결책을 논하고 있고 후자는 단순히 판단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을 받아줌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직면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후자처럼 대답해 준다면 금방 마음이 풀어질 것이다.

언제나 꽉 막힌 마음은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관찰할 때 풀려난다. 화와 짜증 나는 마음을 꾹꾹 눌러 참아 억압하거나 혹은 폭발하는 그 양쪽 방식 모두가 극단의 방법으로서 참된 치유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지금 욱하고 올라와 폭발하는 그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감정이 거기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직면할 때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치유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그 화에 대해 해석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관찰하기만 하는 것이다. ‘감정받아주기’는 바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화가 난 그 감정 상태를 받아주고 반영해 줌으로써 스스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감정과 만나게 해 준다. 판단이나 해석으로 화의 감정을 더욱 폭발시키거나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판단과 분별 없이 그저 마주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빠르게 치유되는 것이다.

한 번은 일곱 살 철수가 여덟 살 누나가 과자 먹는 것을 보고 화를 내며 과자를 확 낚아챘다. 절대 누나는 안 주고 혼자 먹겠다고 싸움이 붙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철수를 나무라며 ‘나쁜 버릇은 고쳐줘야 한다’고 아이를 질책했다. 그런데도 아이의 짜증은 계속됐다.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누나가 혼자 과자 먹는 것 보고 화가 많이 났구나. 철수도 많이 먹고 싶었지”라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아이가 온순해지더니 눈물을 와락 쏟고 와서 안기는 것이다. 우리 마음은 이와 같다. 그저 마음만 받아주어도 풀려 버린다.

장병들이나 동료들이 찾아와 하소연하거나 누군가를 상담해 줘야 할 일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상대방의 현재 마음과 감정을 단순하게 되비쳐 주며 받아주어 보자. 상대가 자신의 문제며 억압된 감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단순한 듯해도, 이것이야말로 명상이 곧장 현실로 들어와 삶을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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