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어있는 사람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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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한담 산사하루

새벽에 깨어있는 사람

목탁 소리 2007. 12. 1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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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예불을 모시고
대웅전 계단 앞에 섰더니
오늘따라
짙은 안개가 이 작은 산사를 한껏 감싸고 있습니다.



저 작은 텃밭도
새벽 짙은 안개 속에서
더없는 싱그러움이 느껴집니다.



새벽 이슬을 머금고
이른 아침부터 싱그럽게 깨어있는
여린 채소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벽녘에도 잠들어 있는 게으른 수행자를 경책해 주는
엄한 스승님을 만난 것 같은 고마운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터벅 터벅 걷는데
이 이른 새벽부터 밭에 나가
일을 하시는 아주머님들 손길이 바쁩니다.



이른 새벽에 밭에 나가 일을 하시는 분들을 뵈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미소가 띄어지고
그 분의 생기어린 하루를 위해 기도를 하게 됩니다.



밭에 나가 일하는 것 뿐 아니더라도
이른 새벽에 깨어나 명징한 하루를 시작하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를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요.
새벽 이 청청한 기운을
가만히 느끼며 걷다 보면
그 어느 때 보다 더없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새벽!
말만 들어도 기운이 나고
생기가 돌고 싱그러움이 가득한 단어입니다.

새벽엔
길을 걸으세요.
새벽에 걷는 숲길은
생각만 해도 더없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새벽 숲길을 걷다 보면
만물이 막 생동하며 깨어나는
마치 어린 찻잎 같은 생기로움이 느껴집니다.



주위에 숲이 있다면
마음을 맑게 비우고
새벽에 일어나 그 숲을
터벅 터벅 거닐어 보시길...

물론 숲길이 아니더라도
새벽에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마음이 얼마나 한가하며 여유롭겠나 싶습니다.

새벽이 참 좋습니다.

한쪽에선 어둠이 막 걷히면서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여린 빛이 세상을 수 놓는
그 가운데
길을 걷고 있노라면 난 행복을 느낍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저 산 너머에서부터
붉은 해가 불쑥 솟아오르는데
바로 그 대자연의 클라이막스를 두 눈으로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에도 환한 빛 한 줄기 수 놓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세상에는
새벽에 잠을 자는 사람과
새벽에 깨어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벽에 습관적으로 잠에 골아 떨어져 있는 사람과
일찍 일어나 맑고 청정한 정신으로
몸도 마음도 맑은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하루를 준비할 수 있는 사람.

새벽에 잠을 자 두는 것만이 휴식일 수는 없어요.
오히려 제 생각에는
조금 피곤하더라도 새벽에 맑게 깨인 정신으로 일어나는 편이
더없는 영혼의 휴식을 가져다 줄 것 같습니다.

물론 저 또한
새벽 예불이 끝나고
새벽에 잠에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날은
왠지 컨디션이 그냥 저냥 합니다.

새벽에 맑게 깨어있으면서
좌선에 들거나
산길을 거닐거나
텃밭에서 일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창문 활짝 열어 두고
째잘거리는 새소리 들으며 좋은 책을 읽거나,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상쾌하고 거뜬하지요.

잠도 버릇이고 습관이데요.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어도
한 몇 일 큰 맘 먹고 일어나
그 밝은 기운에 몸을 맡기고
대자연과 함께 일어나면
우리 몸도 마음도 대자연과 하나되어 흐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또한 대자연의 일부이듯
대자연이 깨어날 때
우리도 함께 깨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대지와 함께 일어나 호흡하고 움직이며
온전히 법계와 하나되는
또 하루의 삶을 시작할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대자연이 새로운 하루를 맞이했는데
아직까지도 이불 속에서 잠에 골아 떨어져 있다면
우리의 영혼도 함께 잠에 들어
맑은 깨어있음을 방해하고
삶의 빛을 잃어 버리게 될 것 같습니다.

새벽에
잠을 자는 사람이 되지 말고
새벽에
깨어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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