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만 보면 무서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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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 즉문즉설

벌레만 보면 무서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목탁 소리 2010. 7. 2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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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적부터 벌레를 너무 많이 무서워합니다. 새벽 좌선 중에 갑자기 벌레를 보고 놀라 너무 무서워서 살충제를 쏘아 죽였습니다. 벌레에 대한 혐오감과 두려움을 극복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좋지요?

한 마리의 벌레가 있습니다. 그 벌레는 그저 벌레일 뿐입니다. 나무처럼, 구름처럼, 한 송이의 꽃처럼, 혹은 강아지나 예쁜 토끼처럼 하나의 존재일 뿐입니다. 그것은 무분별이고, 무차별입니다.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애착할 것도 없고, 그저 그렇게 거기에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곤충이나 벌레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내 안의 해석, 분별, 판단, 경험 등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법우님께서 느끼는 그 공포나 무서움은 벌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벌레에 대해서 벌레를 보면서 내 안에서 해석하고, 생각하며, 또 느끼는 그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즉 그것은 벌레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입니다. 그것도 벌레를 보는 내 안의 '보는 문제'인 것입니다. 보는 문제가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를 무섭고 보는 데서 문제가 생겨난 것이란 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보면 그런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요? 아주 단순합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벌레를 있는 그대로 보면 됩니다. 내 식대로 해석하거나, 좋다 나쁘다, 무섭다 안 무섭다, 징그럽다 예쁘다 하는 그런 판단 분별의 시선에 걸러서 그 대상을 해설하여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 것입니다. 벌레를 보고 내 안에서 올라오는 온갖 생각, 분별, 판단, 두려움, 무서움 등을 그저 있는 그대로 지켜보아 보십시오. 무서운 벌레는 아주 좋은 공부의 재료가 됩니다. 벌레를 지켜보면서 내 안에서 어떤 것이 일어나는지, 어떤 느낌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의 어떤 부분이 공포와 무서움을 느끼고 있는지를 가만히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분별없는 지켜봄을 통해서 아주 근원적인 벌레에 대한 통찰이 생겨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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