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이 사람을 어떻게 돕죠?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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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 즉문즉설

스님, 이 사람을 어떻게 돕죠?

목탁 소리 2010. 1. 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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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이틀전 새벽예불을 보고 절문을 나서는데 
낯익은 분이 맨발에  주저앉아 절망을 남편에게 마구 쏫아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산길을 돌아 내려오며 만감이교차  올 것이 와나보구나 하는 직감이었습니다
이분들을 두번 보았습니다 .
한번은 절 문전을 기웃대며 바라보기만 다가가서 법당을 들어가 보시라니까  쓸쓸한 웃음만...
두번째는 남편께서  언제 들어가도 좋으냐고 물어오더군요. 항상 기다리고 있으니 들어가시라고.....
땅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모습,남편이 어찌 해야 할찌 기로에 서있는 모습 에 
점점 죽음의 늪에서 포기 하는 상태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절을 가면  무언가 위안을 받기에  그럼에도 절 문턱을 넘지 못하는 애처로움,,,,

그분들의 모습에   나는 살아있음에  감사. 건강함에 감사.
나의기도가 탐진치 삼독에 물들지 않기를 발원했습니다
그 부부들에게 부처님의 자비 함께하길  이틀내내 마음이 쓰였습니다
오늘 새벽예불을 보고 산 모퉁이를 내려오는데 만났습니다
차 앉에 기대어 축 늘어져있는 상태로 컵라면을 들고
한젓가락 입에 넣는 힘없는 애처로운 모습 살기위해  먹어야 한다는 그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없이 눈물이 나도 모르고 흘렀습니다.
과감히 도와드리고 싶다고 전화번호를 받아냈습니다

내일은 그분을 만나  병마와 싸우는 부인을 힘이 되어주고자 방문을 하려고 합니다
언제 까지일지 모르지만 그 분이  가는길에  한 번이라도 
법당의 부처님을 뵙게 해 주고 싶습니다
스님 , 망설임 없는 결정에 다소 긴장이 됩니다
어떤 자세로 대하여야  하며 혹여   저로 인해 상처않받고
마음편히 가슴에 담았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갈수있게 할 수있을까요?


[답변]

예... 아름다운 마음을 내어 주셨네요.

그렇게 우리의 마음은 어렵고 힘겨운 분들을 만났을 때,

눈물이 나오고, 함께 가슴 아프고,

그럴 때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첫마음은 누구나

'돕고싶다'는 마음일 것입니다.

 

바로 그 때, 그 투명한 사랑과 자비의 마음 일어남을

외면하지 말고 저지를 수 있어야 합니다.

법우님, 아주 잘 하셨어요.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돕고싶은 마음이 일어나다가도,

그 다음에 연이어 일어나는

아상에서 기인하는 생각, 판단, 분별, 과거를 개입시키기 때문에

얼른 저질러 돕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법우님처럼 그렇게 탁 저질러 돕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켰지만,

그 뒤에 우리 마음은

또 다시 아상에 기인한 생각, 분별들이

끊임없이 솟구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바로 지금부터가 제대로 된 생활 속의 수행을

시도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순간을 맞는 것입니다.

사실은 지금 그 마음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생활 선원이요, 선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 한 일일까?

너무 성급한 일은 아니었을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 도움을 순수하게 여기지 않으면 어쩌지?

오히려 저들에게 상처를 주면 어쩌지?

언제까지 도울 수 있을까?

끊임없이 도움을 주지 못할 바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

 

하면서 끊임없이 분별이 올라올 것이란 말입니다.

바로 그 분별들을 잘 지켜보면서,

놓아가는 것이야말로

생활 속의 수행이고 명상이며 선인 것입니다.

 

그런 분별들은 잘 지켜보고,

탁 내려놓으세요.

내려 놓는 것이 잘 안 되면,

내려놓으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아, 이런 마음이, 이런 생각이 또 일어나는구나'

하고 가만히 내버려 두고 지켜보기만 하시기 바랍니다.

 

내일 그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말을 꺼낼까,

무엇부터 시작할까,

어떻게 구체적으로 도와주어야 할까,

어떤 말을 해야 상처받지 않을까

하고 많은 생각과 계획을 세울 필요 없이,

그저 텅 빈 마음으로

저질러 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생각보다

우리의 텅 빈 마음에서 일어나는

순수한 사랑과 자비의 근원적인 마음이

더 깊고 더 지혜롭기 때문입니다.

 

텅 빈 마음으로 저지르는 것이

온갖 생각으로 계획을 짜는 것 보다

더 지혜롭단 말입니다.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턱 맡겨 버리세요.

생각도 놓아버리고

그렇게 올라오는 생각들도 가만히 지켜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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