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고 한심한 남편, 어쩌죠?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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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한담 산사하루

짜증나고 한심한 남편, 어쩌죠?

목탁 소리 2010. 4. 22. 17:14

[질문]

 

삼보에 귀의합니다.
목탁소리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불광지의 즉문즉답도 빼놓지않고 읽고있습니다. 제가 한 동안 갈등 하는것을 해결, 바른 방법을 ?지 못하고 있다가 스님께 여쭤보아야 생각이 퍼득 들어서 이렇게 메일을 올립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아들 둘이있습니다. 고맙게도 아들 들이 잘 자라 주었습니다. 큰 아들은 명문대를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있고 능력이있어서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위에 아주 많은 연봉을 받고있습니다. 게다가 성실하고 효자이기도 합니다. 작은 아들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이 아들도 공부를 잘하고 성실하구요. 그런데 제 제 갈등은 여기서 부터입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좋은 일들이 생기면 틈만 나면 친구나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을 합니다. 주위의 사람들 자식들 나름 다 훌륭하기도 하고 또 약간의 부모속을 태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반면 저희 아이들 너무나 두드러지게 잘하고 있어서 주변의 부러움을 많이 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들 대할때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혹시 제 자신도 모르게 자식 자랑을해서 상대방을 우울하게 할까봐서요. 그런데 남편은 기회를타서 자랑을 하면서 기분 좋아 합니다. 어린아이 처럼...
남편 자신도 나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인데 어떻게 보면 아이들 힘으로 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합니다. 남편에게 자식 자랑은 하는게 아니고 그저 마음속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하라 해도 소 귀에 경 읽기 입니다. 남편이 사람들에게 아이들 자랑하면 창피 하기도 하고 미안 하기도 합니다.
남편은 계속 자랑하고 싶어하고 저는 그런 남편이 짜증도 나고 한심하게 보이니 어떻게 하면 되는지요? 이런 어리석은 질문 드리는 저도 어리석은 느낌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군요.
스님의 가르침 받고저 합니다.

 

[답변]

 

예...

안녕하세요.

 

먼저 여기에서 보살님의 어려움은 어디에 있을까요?

남편이 자식 자랑을 하는 것 그것이 힘든 점일까요?

 

사실은,

남편이 자식 자랑 한다는 그 자체가 힘든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보살님의 판단과 분별과 생각들이

보살님을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남편이 자식 자랑하면

남들이 싫어할텐데, 곁에서 들어주기 부끄러운데,

남들이 남편을 미워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너무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닐까,

남들에게 미안하고, 창피한데,

남편은 왜 이래 한심한거지, 짜증나고...

등등...

 

남편이 자식 자랑하는 그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보살님 내면에서의

판단과 생각들이 괴로움의 원인인 것입니다.

 

즉 이 문제는

남편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보살님의 문제란 말입니다.

 

물론 제 말은

남편이 아무리 자식자랑 하지 말라고 설득해도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보살님의 괴로움의 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남편이 잘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남편의 행동은 잘 한 것도 아니고, 잘 못 한 것도 아닙니다.

그것에 대해 옳고 그르다라고 판단하는데서

보살님의 괴로움이 시작된다는 말이지요.

 

어차피 설득해도 계속해서 자식자랑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계속해서 하는 사람에게,

어쩌면 그것이 낙인 사람에게

자식 자랑 좀 하지 말라고 쏘아 붙이거나,

짜증을 내거나,

남편을 유치하다고 한심하다고 몰아붙이게 되면

그건 오히려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보살님과 남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질 것 아닙니까.

어차피 남편이 자식자랑을 남들에게 하는 마당에,

그것 때문에

보살님과 남편 사이가 더 나빠지는게 좋겠어요,

아니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문제고

나와 남편 사이가 그로인해 나빠지지 않는 것이 더 좋겠어요.

 

당연히 후자입니다.

 

그 상황에 대해 보살님의 판단과 분별,

옳고 그르다는 생각부터 놓아버리세요.

 

그렇게 받아들여 주고,

남편의 그런 심정을 헤아려 주고,

이해해 줄 수 있고 보듬어 줄 수 있었을 때,

그 때 비로소 남편의 자식 자랑도 막을 내릴 수 있는

씨앗이 될 것입니다.

 

보살님께서 계속해서

자식 자랑 좀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이상,

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워요.

남편에게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하게 된단 말이지요.

 

그래서 먼저 그 부분에 대해 받아들여 주고,

이해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판단이고, 분별일 뿐입니다.

아빠가 자식자랑하는 것을 가지고

나무랄 수는 없는 문제 아닙니까.

그것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말이 남편이 잘했다는 말이 아니라,

중립적으로 관찰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임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렇게 남편의 마음을 먼저 받아들여주고,

보듬어 주고, 이해해 주게 된 상태에서,

그런 포용과 활짝 열린 마음에서

진지하게 그 마음을 먼저 헤아려 준 뒤에 남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짜증나는 듯이,

내면에 화와 싫은 마음을 가지고,

그런 의도를 가지고

남편에게 자식 자랑 하지 말라고 하면

그 이면의 의도가 전달이 되기 때문에

결코 남편은 바뀔 수 없는 것입니다.

거부하는 것은 지속된다고 했잖아요.

 

그러나 보살님께서

남편에게 자식 자랑을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 말을 하는

내면의 의도가,

남편에 대한 진정한 이해심과,

포용과 그럴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그러나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 남편이 계속 자식자랑을 하면 남들이 남편을 미워할수도 있으니 -

사랑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어야 남편의 변화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고 집착하게 되면

남편은 바뀌지 않습니다.

 

우선은 남편이 변화되기를 바라지 말고,

그저 보살님의 마음의 태도, 의도를 먼저 바꾸세요.

그렇게 되면

남편이 자식자랑을 해도 보살님은 편하고,

하지 않아도 편할 수 있어요.

 

그 남편의 자식 자랑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보살님 내면이 평화로워지고,

진정 남편을 사랑하게 되고,

그렇게 진정 사랑해 줄 수 있을 때,

남편도 변화시킬 수 있는 힘과 지혜가 보살님 내면에 붙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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