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은사스님께
계를 받을 때
그 때 받은 것들이 있습니다.
정당하게 소유해도 좋다는
두 가지 말입니다.
하나는 발우...
그리고 또 하나는 가사와 장 삼...
처음 출가할 때는
달랑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무소유...
수행자는
발우와 가사장삼
이렇게만 있으면
온천하 우주법계를
거저 다 가질 수 있다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그 때는
정말 무엇하나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행자 생활이 끝나고
받아든 발우와 가사장삼...
그것은 단 순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수억을 준다한들
이것들과 맞바꿀 수 있었을 까요...
늘 이 것들은
제 방 한 켠을 채우고 있습니다.
게을러지고,
나약해질 때,
그리고 탐심 이 올라올 때도
고개를 들고 이 놈들을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떠올립니다.
수/ 행/ 자/
그러고 나면...
가슴 속에
번쩍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철~렁하는 무언가가 말입니다.
발우...
그리고 가사장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728x90
'산방한담 산사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짜증나고 한심한 남편, 어쩌죠? (0) | 2010.04.22 |
---|---|
깊은 침묵으로 연주되는 일상의 기적 (0) | 2010.04.05 |
스님,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2) | 2009.12.24 |
술에 대한 옛 선현의 말씀 (0) | 2009.12.20 |
참수형에 앞서 읊은 시 한수 (0) | 2009.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