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의 낙조] 우리의 삶에서 마음 씀씀이를 배우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공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같은 조건 속에서도 같은 환경 속에서도 어떤이는 지옥이 될 수 있지만 어떤이는 천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참으로 당당한 수행자입니다. 내 마음인데 내가 자유롭게 써야지 다른 경계에 이끌린다면 그건 내 마음 떳떳한 주인공이 아닌 노예의 나약한 마음일 것입니다. 이 마음을 자유롭게 쓰는 방법, '마음 돌리기'의 가르침을 깨우치게 된 작은 인연이 있었기에 적어 볼까 합니다. 한번은 논산 군법당 법회에 참석키 위해 은사스님을 모시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법회 시간은 다가오는데 갑자기 차가 밀리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조금만 더 밀리면 법회에 늦을 것 같았습니다. 약 5000명의 장병들이 은사스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모여있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큰스님은 시종 편안하셨습니다. 그러더니 '허허'하고 웃으시면서 "법계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우렁차게 설법하라고 밥때를 챙겨주시는구나" 하시며 밥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항상 만행중에는 도시락을 싸서 다녔지만 시간이 모자라 못 먹고 굶을 때가 다반사였답니다. 그러시고는 "법상아! 수행자는 법계를 써먹을 줄 알아야 되는게야.. 일체 법계가 나를 도와주는 도리를 알아야 하는게지. 마음을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 그 어떤 경계도 나를 도와주는 부처님의 나툼이 될 수 있는게지... 마음을 돌리고 나면 모든 것이 내편이야..." 큰스님의 벽력같은 말씀에 조금씩 조바심나는 마음을 돌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습니다. 그리고 빨리 가야한다는 착을 놓아버리고 밀리는 도로사정에 대해서도 공양하라는 것으로 마음을 돌리고 나니 이내 고요해졌습니다. 옆에 계시던 보살님께서, 10여년 스님을 모시고 다녔지만 한 번도 차가 막혀 법회에 늦은 적이 없었으니 걱정 안해도 될 거라며 안심을 시켜 주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공양을 끝내었는데... 거짓말처럼 차가 뻥 뚤리는 것이었답니다. 은사스님께서는 하하 웃으시며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우리 제자들 공부시키라는 법신 부처님 나툼이라며.. 그렇게 소탈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돌려 '착'되는 마음을 놓아버리면 비로자나 법신 부처님께서 법계에 나투어 그 고요하게 놓여진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저 그렇게 여여하게 되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마음은 너무도 맑고 향기롭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계에서도 마음을 돌리고 나면 모두가 부처님의 나툼이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눈물이 나도록 은사스님이 높아보였습니다. 스님을 향한 감사의 예를 마음속으로 가만히 드려 보았습니다. 그 어떤 외부 경계도 경계가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바로 '내 마음'이 괴로운 것입니다. 그렇기에 바꾸어야 할 것은 그 외부의 '경계'가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인 것입니다. 내 마음 돌리면 모두가 천상입니다. 내 마음 돌리면 모두가 행복입니다. 마음 돌리기... 수행자의 당당함이 여기에서 나오는 듯 합니다. 까짓거 하는 일이 잘 안되더라도 부처님께서 더 잘하라고 채찍하시는구나 하고 마음을 돌려 보면 어떨까요? 잘 안 되는 속에 잘 되어짐이 있고 괴로움 속에 행복해질 수 있는 너른 길이 있고 답답함 속에 훤칠하게 뚫려 있는 확연함이 있음을 안 되는 것도 되기 위해 안 되는 것임을 그렇게 믿고 맡기며 내 안에 있는 부처님 참생명 주인공 자리에 모든 것을 내던져 보시기 바랍니다. 마음 공양이 최고의 공양입니다. "아무리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그것에 화를 내고 분별심 낼 것이 아니라 그 일을 좋은 쪽으로 마음을 잘 돌리면 모든 일이 풀리게 되어 있는게야... 법계는 그런 사람을 위해 돌아가기 마련이지..." 은사스님의 말씀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약해 질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상황을 잘 써먹으라는 말씀이십니다. 우주 법계의 주인이 되라는 말씀이십니다.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누님에게 남동생이 크게 다쳤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턱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나가는 바람에 약 8주의 진단이 나오고 치료비용도 약 2천 만원이 넘게 들것이라고 하며 걱정이었죠.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실까 하여 위로를 드리려고 전화를 했답니다. 당연히 망연자실하여 괴로워하실 것을 염려하였으나 전화를 드리자 오히려 나에게 고맙다고 몇 번이고 하시며 우리 아들 법사님이 기도해 준 덕분에 그나마 더 잘못될 수 있을 것이 이 정도였다고 하시며 꿈 이야기를 들려 주셨답니다. 그저 동생이 다치던 날 꿈에 내가 나타났더라고 말입니다. 스님이 된 이후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날 마침 꿈에 나타난 것이 동생을 구하려고 한 것이었으리라고 믿으시며 그나마 이 정도인 것에 대해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짓고 계셨던 것입니다. 저는 어머님의 전화를 끊고 참으로 얼마나 감사드렸는지 모릅니다. 관세음보살님의 나툼도 이럴 수 있을까 하며...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하신 어머님이시지만 마음만은 이렇게도 순수하구나... 하고 말입니다. 이런 마음을 내지 않고 걱정하시며 가만히 잘 있을 놈이 다쳐 왔다고 한탄을 하며 괴로워한다면 부모님의 마음은 상대적으로 지옥인 것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돌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부처님의 마음을 자꾸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같은 경계가 닥쳐도 그것에 꼼짝 못하고 이끌려 마음을 빼앗기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경계를 돌려서 내가 주인이 되어 슬기롭게 이겨내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내가 우주 법계의 주인이 되어 그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인연생기한 무상한 경계들을 주체적으로 이끌고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거대한 우주의 인연의 고리에 이끌려 노예의 삶을 살 것인가 하는 중대한 문제인 것이지요. 마음을 돌리면 인생은 괴로움이 아닙니다. 모든 경계에 나의 마음을 올바로 돌리면 모든 경계가 수행의 재료가 되고 , 나를 도와주는 경계가 되는 것입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처럼 인생에 있어서의 길흉화복은 언제나 바뀌게 마련입니다. 또한 지금 당장에는 불행이라 느끼는 것도 마음을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 보다 낳은 행복을 위한 과정이 되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조건 속에서도 마음 닦는 이의 마음은 언제나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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