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7월 7일 써 놓았던 글입니다.] 비가 계속해서 오다 안 오다를 반복한다. 여느때처럼 이런 날은 그냥 법당 안에 들어 앉아 다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시면서 한참을 빗소리를 듣다가 또 한참을 비 떨어지는 풍경에 집중하다가 또 때때로 책을 읽기도 하고 벌렁 드러누워 책을 보기도 하다가 몸이 찌뿌둥하면 틈틈이 배웠던 요가를 하기도 한다.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다실 방 바깥으로 보이는 빗속의 자연 풍경을 마음속에 담고 있노라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좋기만 하다. 좋다는 말도 그렇고 그냥 그냥 고요하고 적멸하다. 요 몇 일을 계속 그러고 있다. 크게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일이야 이 도량에 온 뒤로 계속 많고 바쁘지만 바쁜 가운데 한가할 수 있는 여유가 그래도 요즘은 많이 생겨났다. 바쁜 일이 있을 때는 '그냥' 일을 바삐 하면 되는 거고, 그 일을 딱 멈췄을 때는 그냥 30분도 좋고 1시간도 좋고 이렇게 앉아 명상인 듯, 좌선인 듯, 아니면 그냥 노는 듯 차 한 잔 마시면서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좋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일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아니다. 일이 바쁘더라도 잠깐씩 고개들어 자연을 바라보고 내 안의 뜨락을 바라보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 금새 여유로워지기도 한다. 때때로 그런 쨍 하는 광경이 있다. 한참 일도 많고 복잡한 할 것들도 많을 때, 또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번잡한 것들을 해 나갈 때, 그 속에 파뭍혀 있다가도 문득 고개들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다보면 바로 그 순간 '쨍' 하는 무언가가 있다. '쨍' 한다는 것은 참 뭔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순간 마음이 딱 멈추면서 고요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세상 그 분주하던 일상들이 그냥 딱 멈춰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마음이 비질을 한 듯 맑고 투명해지는 것도 같고, 그냥 그들과 나 사이에 경계가 없어지는 듯도 하고, 그야말로 '쨍' 하는 신선하고 깨어있는 경계를 만난다. 그런 경계들 속에서 내 마음이 분주함을 멈추고, 번잡하던 일상을 되돌아 보게 하곤 한다. 뭐랄까 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고 신선해 지는 듯한 그런 느낌... 그래서 쨍하는 순간을 자주 찾는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순간 순간 자연을 바라보며 내 안의 자연을 닮은 성품과 함께하곤 한다. 그랬을 때 삶 속에 있으면서도 삶 속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일을 하면서도 일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함이 없이 할 수 있는 힘도 생겨나지 않나 싶다. 지금도 비는 내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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