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속에 차를 마시며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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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한담 산사하루

빗소리 속에 차를 마시며

목탁 소리 2009. 9. 1. 10:26



[작년 여름 7월 7일 써 놓았던 글입니다.]

비가 계속해서 오다 안 오다를 반복한다.
여느때처럼 이런 날은
그냥 법당 안에 들어 앉아
다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시면서
한참을 빗소리를 듣다가
또 한참을 비 떨어지는 풍경에 집중하다가
또 때때로 책을 읽기도 하고
벌렁 드러누워 책을 보기도 하다가
몸이 찌뿌둥하면 틈틈이 배웠던 요가를 하기도 한다.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다실 방 바깥으로 보이는 빗속의 자연 풍경을
마음속에 담고 있노라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좋기만 하다.
좋다는 말도 그렇고 그냥 그냥 고요하고 적멸하다.

요 몇 일을 계속 그러고 있다.
크게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일이야 이 도량에 온 뒤로 계속 많고 바쁘지만
바쁜 가운데 한가할 수 있는 여유가
그래도 요즘은 많이 생겨났다.

바쁜 일이 있을 때는 '그냥' 일을 바삐 하면 되는 거고,
그 일을 딱 멈췄을 때는 그냥 30분도 좋고 1시간도 좋고
이렇게 앉아 명상인 듯, 좌선인 듯,
아니면 그냥 노는 듯
차 한 잔 마시면서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좋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일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아니다.
일이 바쁘더라도 잠깐씩 고개들어 자연을 바라보고
내 안의 뜨락을 바라보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 금새 여유로워지기도 한다.

때때로 그런 쨍 하는 광경이 있다.
한참 일도 많고 복잡한 할 것들도 많을 때,
또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번잡한 것들을 해 나갈 때,
그 속에 파뭍혀 있다가도
문득 고개들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다보면
바로 그 순간 '쨍' 하는 무언가가 있다.

'쨍' 한다는 것은
참 뭔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순간 마음이 딱 멈추면서 고요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세상 그 분주하던 일상들이 그냥 딱 멈춰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마음이 비질을 한 듯 맑고 투명해지는 것도 같고,
그냥 그들과 나 사이에 경계가 없어지는 듯도 하고,
그야말로 '쨍' 하는 신선하고 깨어있는 경계를 만난다.

그런 경계들 속에서
내 마음이 분주함을 멈추고,
번잡하던 일상을 되돌아 보게 하곤 한다.
뭐랄까 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고 신선해 지는 듯한 그런 느낌...

그래서 쨍하는 순간을 자주 찾는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순간 순간 자연을 바라보며
내 안의 자연을 닮은 성품과 함께하곤 한다.

그랬을 때
삶 속에 있으면서도 삶 속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일을 하면서도 일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함이 없이 할 수 있는 힘도 생겨나지 않나 싶다.

지금도 비는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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