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버지의 불화는 점점 깊어가고, 그 와중에 형제 중 하나가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의 갈등을 바라보는 것도 괴롭고, 형제가 잘못된 길에 들어서는 데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부모님 연세를 생각해보면 이제 와서 성격을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같은데 그렇다고 이혼을 권유할 수도 없고… 온 가족이 정말 괴롭습니다.
아마도 이런 경우에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기 쉽습니다. ‘부모님과 형제는 온통 문제 덩어리야. 나는 잘 하는데 부모님과 형제들이 성격도 나쁘고 지혜롭지 못하니 이들과 함께 살기 너무 힘들어’ ‘부모님 성격만 변하면 가족이 다 행복해질텐데’ 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이 모든 문제를 ‘부모님 탓’ ‘형제 탓’으로 돌리면서 나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별 문제가 없고, 내가 어떻게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이 바뀌어야 풀리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불교에서 '모든 것은 내 문제다'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금 그 상황은 겉으로 보기에는 부모님과 형제의 문제로 보이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러한 가족 속에서 태어나 살게 된 나에게도 똑같은 공유된 잘못이 있거나, 공유하고 있는 공업(共業)이 있는 것입니다. 더 큰 의미의 인과와 윤회의 틀에서 본다면 그런 가족 사이에 내가 태어나게 된 것 자체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업(業)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내가 그 가족들과 분명 풀어야 할 업이 있다거나, 가족들의 좋지 않은 모습들이 나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엄격히 말하면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는 인연은 고스란히 내 업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내가 그들에 대해 미워하는 부분은 사실 내 안에도 있습니다. 아니 내 안에 있지 않은 것은 내 삶에서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모든 고통은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면이 밖으로 투영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듯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내 업의 생생한 비춤이기에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상대방의 잘못이고, 상대방을 바꾸고 싶지만, 그것이 내 생각대로 잘 되지 않을 때는 다시금 되돌아 '나'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상대를 바꿀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요. 그러나 어지간해서는 상대방들이 잘 바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바뀌지 않는 상대방을 붙잡고 늘어지기 보다 가장 쉽고 직접적인 나 자신을 붙잡고 문제를 해결 해 나가는 편이 더 빠르고 근원적입니다. 어차피 그 상황이 상대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와 연결되어 있는 내 안의 문제이기도 하다면 문제 해결 방법은 두 가지가 아니겠어요?
하나는 상대를 바꾸는 것이고 하나는 나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자는 너무 어려울뿐더러 전자 보다는 후자 쪽이 훨씬 더 근원적이고 그 영향력이 깊습니다. 상대를 바꾸는 것이 더 빠를 것 같고, 더 직접적일 것 같지만, 나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이며 그 어떤 무리수도 두지 않는 조화로운 방법입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고집불통인가, 내 부모님은 왜 안 바뀌려고 하는가하고 답답해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바꾸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바로 보십시오.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입니다.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합니다. 똑같은 세상일지라도 마음이 바뀌면 세상은 다르게 보입니다. 물론 그 뿐 아니라, 내가 바뀌면 상대가 바뀌고 가족이 바뀌며 사회가 바뀌고 세상이 바뀝니다.
내가 맑아지면 그 맑은 향기가 내 주위를 감싸고 이 법계(法界)를 향기로 물들여 우리 주변까지 함께 밝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내 업이 완전히 맑고 청정해 졌다면 유유상종으로 내가 윤회를 할 때도 내 업에 상응하는 인연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문제 있는 부모를 만났다는 생각은 다시 말하면 내 안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소식입니다. 내 안에 문제가 외적인 환경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최악의 상황일지라도 상대를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먼저 나 자신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부모, 형제자매를 바꾸려고 애쓰고, 바뀌지 않는 것을 보고 괴로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내가 더욱 더 맑아지고 밝아지지 못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냉철하게 비추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조금씩 바뀌어 가면 가족 또한 조금씩 바뀌어 가게 될 것입니다. 내가 진흙 속에 피는 연꽃처럼 더욱 더 향기로워져야겠다는 발원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기도하면 누가 들어주나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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