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우울,고독을 극복하려면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상주 대원정사 일요법회(13:30), 부산 목탁소리 토요법회(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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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 즉문즉설

외로움,우울,고독을 극복하려면

목탁 소리 2009. 7. 28. 12:49


[사진 : 밀양 표충사]

[질문]

저는  초보불자입니다
우연히 절과인연을 맺고 일주일 4일정도는 절에 들러  기도를 합니다
매일 하시는 어느 보살님 따라 천수경을 외고 108배를 합니다
평소 우울증이 조금 있었는데
목탁소리 에서 법문도 읽고 기도하면서
우울하던 감정들도 많이 좋아 졌습니다

요즘은  동떨어진 곳에 이사와서 이웃도 없고
학교간 아이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를 가장 많이 지배하는 감정이 외로움인것 같습니다
다른분 상담글도 읽어보면서 ..
감정이 가짜고 허상이고 내가아니고  머리로는 알고있지만
막상 감정이 올라올때면 힘이 듭니다

제게도 한말씀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우울증이 그래도 많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말씀하셨듯이,
생각으로는 외롭다는 느낌이
다 허상이고 가짜고 내가 아니란 것을 알겠는데,
그게 진짜로 그렇게
분명히 알아지는 것이 아니니
답답하지요.

우선은 그런 현상이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아는 것만으로도
잘 가고 있는 것이니까
실망하지는 마시고,
그래도 한 발 더 나아가야 하니까
제 말에 잘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그것이 모든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문이며 질문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불교는 책 펴고 공부만 하면서,
이론만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실천이 없고,
수행이 없으면
불교적인 지식들은 그냥 지식에서 멈추고 맙니다.
그것이 지혜로 확장되지를 못해요.

지식은 그냥 머리로 아는 거지만,
지혜는 그것을 찍어 맛을 보아서
분명히 그것대로 사는 실천적인 힘까지 붙는 것입니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수행을 통해,
이제 온 존재로 알게 되게 되고,
저절로 현실에서 그 가르침들이
나라는 존재 위에 춤을 추듯 아름답게 꽃 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외로움이라는 느낌에 대해
우리가 어떤 수행을 할 수 있을까요?
이건 오래전부터,
부처님 당시부터도 아주 중요한 수행의 하나였어요.

바로 '느낌'
외로움이라는 '느낌'에 대한 수행입니다.
이 수행을 전통적으로는 '수념처(受念處)'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외로움이 찾아 올 때,
외로운 그 느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입니다.

이게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고,
또 머릿속으로 따져 보면
그거 뭐 다 아는 것이고,
많이 들어 본 얘기고,
별반 다를 게 없는
진부한 이야기라고 생각될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것을 직접 맛 보고,
직접 실천해 보고,
직접 닦아 보지 않고서,
직접 그 느낌과 하나가 되어
지켜보고,
예민하게 깬 정신으로 관찰해 보지 않고서,
미리 속단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 느낌에 대한 관찰을 계속 해가다 보면
이게 알 수 없는 미묘한 즐거움을 가져다 줍니다.

외로움이란 감정이
예전에는 너무도 싫고,
우울한 느낌이면서
빨리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었다면,

이제부터 마음을 바꿔
'그래 이 외로움이란 감정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충분히 느껴봐 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고,
충분히 그 느낌과 하나가 되어 보리라'
하는 마음으로
먼저 외로운 느낌에 대한 거부감을 버리고
그 느낌을 내 존재 위에
고스란히 올라와 포개어질 수 있도록
나를 활짝 열고
나를 그 느낌에 허용시키는 것입니다.

마음 속에서
그 느낌이 올 때,
거부 반응을 일으키면
저절로 그 느낌이 싫어지고
싫어지게 되면
그 싫은 느낌을 떠나 보내고 싶어서
그 느낌과 마음으로 싸우게 됩니다.

그러면 그 때부터
내 내면은 외로움과의 한판 전쟁을 벌이고,
내 마음은 거칠것 없이 분열되고,
상처받고,
좌절하면서
점점 더 우울증으로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 외로움의 느낌은
'싫은 느낌'이 아니예요.
그 느낌이 온다는 것을
거부하지 말고
허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 외로운 느낌을 느끼는 속에서
묘한 또 짠하면서도 고요한
그 어떤 맑은 공간 같은 것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때때로 찾아오는 그 외로움의 때가
아주 훌륭한 벗이 되기도 하고,
공부의 재료가 되어주는 도반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것이 나쁜 느낌이라고
어찌 단정지을 수 있겠어요.

가만히 느껴보고
지켜보면
머리로만 알고 있던
느낌의 실체가 공하다는 의미,
연기되어진 인연가합의 비실상이라는 의미가
그냥 합쳐진 단어의 나열로 그치지 않고
온 몸으로,
온 존재로써 알아진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그 느낌이야말로
수행자에게 있어
최고의 수행의 재료이자
최고의 도반이고
바로 내가 닦아가야 할
수행 그 자체인 것입니다.

사실 다른 모든 느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이 느낌을
내 안에서 그대로 일어나도록 허용하고,
분명하고도 예민한 그러나 따뜻한 시선으로
느끼고 지켜보게 된다면
그 모든 감정의 굴레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는
그 어떤 내적인 힘이 나옵니다.

잘 돌리면
수행의 재료요,
깨달음의 밑거름이 되지만,
휘둘리면
그것이 나를 집어삼키는
우울증이 되고,
병이 되어 나를 덥칠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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