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화살과 같이 빠르고 정확하다. 두 남녀 사이에서 불붙는 욕망은 번뇌의 뿌리이다. 이성(異性)보다 강한 욕망은 없다. 이 세상에서 이성과 같은 것이 하나만 있다는 사실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성은 번뇌의 뿌리가 아니라 깨달음의 뿌리이다. 마치 메마른 땅이나 사막에서는 연꽃이 피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번뇌 때문에 깨달음의 싹은 튼다. [이취경]
남녀 사이에서 불붙는 욕망의 크기만큼 거대하고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이성보다 더 강한 욕망은 없다.
그러나 되짚어 보면 이성에 대한 욕망의 크기가 큰 만큼 그로인한 깨달음도 크다. 지혜로운 수행자에게 이성은 깨달음의 뿌리이지만, 어리석은 중생에게 이성은 번뇌의 뿌리이다. 이성으로 인해 가슴 아파하고, 번뇌해도 좋다. 그로인해 깨달음의 싹은 트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라. 다만 사랑하는 동안 사랑이 생겨나고 머물고 떠나가는 그 모든 과정을 온전한 깨어있음으로 지켜보라.
사랑으로 인한 아픔도 사랑으로 인한 기쁨도 모두를 받아들이라.
어느 한 쪽만 일어나기를 바라지 말라. 양쪽 모두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사랑으로 인한 기쁨만을 바라는 사람은 불붙는 욕망으로써의 사랑에 빠지고 말지만, 그로인한 슬픔도 아픔도 모두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사랑은 성스러운 수행의 과정이다.
온전히 사랑하는 순간 순간을 깊이 느껴 볼 수 있고 알아챌 수 있다면 그것은 욕망이 아닌 깨달음의 순간이 된다.
사랑으로 인한 가슴 아픈 번뇌의 마음도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아파하는 그 근본에까지 바라봄이 빛을 놓을 수 있도록 살피고 또 살피라.
그렇게 되면 이성이 고정된 실체가 아님을 보게 된다. 이성에 대한 감정, 이를테면 사랑과 번뇌까지도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며, 내가 그로인해 행복하고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러한 인연이었음을, 다만 그러한 상황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다만 사랑이라는 인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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