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와 마음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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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와 마음공부

목탁 소리 2020. 3. 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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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가 창밖으로 길냥이를 만났을 때]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고 계시네요.

코로나는 이미 우리 삶 속에 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와 있는 이것이 진실입니다.

진실은 때로는 우리를 웃음짓게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모습으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 양 쪽 모두가 사실은 우리를 깨닫게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찾아옵니다.

그러니 지금 이미 온 이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너무 집에만 있으니 우울하고 심심하고 두렵고 답답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그 우울, 답답, 두려움 속으로 뛰어들어 주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그 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으로 지금 이대로의 현실을 거부하지만 않으면, 지금 이대로의 현실은 그저 이대로일 뿐입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바깥으로 나가고 싶고, 바깥으로 치닫던 의식을 내면으로 돌려보고, 고요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너무 바깥으로만 나가기 보다, 우리 안으로 들어오는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이 그 기회라고 여기면서, 법문도 듣고, 책도 읽고, 명상도 하고, 온전히 홀로 있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 그로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신 분들에게는 큰 힘든 시기가 될 듯 하여, 저 또한 안타깝습니다.

늘 마음으로 축원드립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왜 코로나가 나를 이렇게 괴롭히나?'하고 원망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이미 찾아온 현실을 받아들여 준다면, 여기에서 얻게 되는 깨달음이 선물처럼 주어질 것입니다.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하고,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하되, 이 상황에 너무 많이 휘둘리지는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지나가는 동안에는 상처를 가장한 삶의 진실을 선물로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온전히 이 현실을 받아들임으로써, 판단하지 않고, 외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누군가를 혐오나 원망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지켜봄으로써 진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이것이 우리를 더욱더 둘로 나누고, 분별하고, 차별하게 만들게 될까 하는 우려입니다.

모든 문제는 둘로 나누는 분별심에서 시작됩니다.

취하거나 버리려는 마음,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마음, 적과 아군을 나누는 마음, 집착하거나 거부하는 마음, 이렇게 둘로 나누는 마음이 커지게 되면, 모든 문제, 괴로움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둘로 나누게 되면, 문제는 커지고, 하나로 되돌리면 문제는 사라져 갑니다.

과도하게 두려워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대응하지 않아서도 안 됩니다.

중도의 실천은 침착하게 할 수 있는 대응은 하되, 과도하게 두려워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이 사회를 확진자와 비확진자로 나누고, 특정 지역이나 단체에 대한 혐오와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점점 더 둘로 나누는 분별로 치닫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이 일로 인해 마음 따뜻하게 하는 소식들, 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화합시키고, 하나이기에 사랑하는 동체대비의 실천을 보여주는 일들도 많습니다.

그런 것들에 우리가 더욱 감사해하고 찬탄하고 감동하는 것이 곧 불이중도를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요?

신임 간호장교들이 대구로 찾아가고, 전국 각지에서 의사분들이 자원하여 대구로 찾아들고, 그분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국에서 후원금들이 쏟아지고, 사랑의 택배가 발송되는 등의 아름다운 하나임의 실천이 우리를 감동하게 하고 우리의 정신을 깨어나게 합니다.

자비와 사랑의 실천이 곧 둘이 아닌 불이법의 실천이고, 지혜의 실천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나쁜 점을 지적하고, 특정집단을 혐오하고, 적과 아군을 나누는 분별심, 어리석음 보다는,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한마음으로 이겨내고, 서로를 격려해주고 도와주고, 잘 한 것은 칭찬해주고 찬탄해 줌으로써 '하나임', '불이중도'의 실천이 꽃피어나기를 발원해 봅니다.

물론 이 말이 모든 잘못을 눈감아 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잘잘못은 가리고 결과는 책임지되,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의 마음은 이것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고 깨어나게 되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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