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에서와 같이 연기법은 이 세상의 그 어떤 존재도, 그 어떤 사건도 독자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연기법에 입각해 보면, 쌀 한 톨이 존재하기 위해서도 좁게는 농부와 소매상, 도매상, 태양과 흙과 물과 바람과 각종의 영양분 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넓게는 나아가 이 우주 만물, 우주 법계의 일체 모든 존재들이 직간접적으로 쌀 한 톨의 생명을 돕지 않으면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작은 미생물, 곤충, 벌레, 짐승이며 사람에 이르기까지 일체 모든 존재는 서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지 않을 수 없고, 나아가 이 우주의 어머니와 같은 보살핌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모든 것은 서로 다른 모든 것에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다. 모든 존재는 모든 존재를 살리기 위한 중요한 요인이 된다. 나라는 존재가 이렇게 이 자리에 존재하기까지는 내 발 아래의 작은 꽃 한 송이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흙과 바람과 구름과 햇살이 어머니의 품이 되어 나를 보살펴 주었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웃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내가 삶 속에서 마주치는 생명 있고 없는 일체 모든 존재들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살려주고, 보살펴주고, 키워 준 소중한 어머니요 아버지인 것이다. 그들이 없으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하찮게 여겼던 풀 한 포기 때문에 내가 살 수 있었고, 숲의 나무들 때문에 내가 살고 있으며,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직간접적인 도움 없이는 지금의 나는 이 자리에 설 수 없다. 어디 그 뿐인가. 시간을 거슬러 옛 조상님들을 비롯하여 그야말로 ‘일체 모든 존재’들이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있고, 또한 내가 있기에 그들이 있다. 이러한 연기적인 세상에서 우리들이 실천해야 할 첫 번째 실천의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감사와 찬탄이다. 어찌 나를 이끌어준 이 우주 법계의 모든 존재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이렇게 연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나를 살려주고 보살펴 준 우주 법계의 소식에 경외와 찬탄을 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연기법의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이의 삶의 방식은 찬탄과 감사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존재들이 나의 어머니요 아버지다. 대지와 태양과 바람과 구름이 나의 아버지이며, 이웃과 나무와 꽃과 풀들이 나의 어머니다. 내가 잘나서 이렇게 성장하고 잘 자랐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오만한 생각이 있을까. 내가 능력이 있어서, 내가 성격이 좋아서, 내가 잘나서 이 자리까지 온 것이 아니다. 삼라만상 일체의 모든 존재들이 나를 돕고, 나를 살려주었기 때문에 내가 있는 것이다. 그들이 어머니의 품처럼 나를 품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이 자리에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려지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온 우주의 모든 존재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의해 살려지는 것이라는 뜻이다. 산다고 생각하면 그 주체가 내가 되어 아만과 아집과 이기가 생겨나기 쉽지만, 살려진다는 말에는 연기와 감사와 겸손의 덕목이 숨 쉬고 있다. 온 우주의 크고 작은 모든 존재들에 의해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매 순간순간 살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어떠한가. 인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아집과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내가 잘난 줄 알고, 인간만이 우월한 줄 안다. 인본주의, 휴머니즘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것은 나를 키워 준 아버지 자연을 소외시키고, 어머니 대지를 짓밟으면서 인간만이 우월하다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해도 좋다는 인간의 오만으로 치닫고 있다.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을 나누는 것은 연기적인 사고가 아니다. 그 모두는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 인간과 신이, 인간과 자연이 평등한 인연관계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살려주는 상생과 조화의 관계다. 이것이 깨지면서부터 온갖 환경오염이 재앙적으로 출현하지 않았는가. 인간이 신을 찬탄하고 신에게 모든 감사를 돌리듯이, 연기적인 가르침에서는 인간이 신에게 한 것과 똑같은 신성함으로 자연을 찬탄하고 자연에게 감사를 돌리며, 또한 이웃을 찬탄하고 감사를 돌리는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존재며 존재가 만들어 내는 일들은 모든 것이 찬탄과 감사의 대상이다. 이 우주의 모든 존재를 공경스런 마음으로 찬탄하고 찬양하라.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에게 감사와 외경의 예를 올리라. 예를 올리는 대상은 부처님이거나 신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일체 모든 존재가 부처요 신이다. 부처님의 은혜, 신의 은총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있다고? 바로 그 부처님의 은혜와 신의 은총의 실체는 온 우주 법계의 모든 존재들의 은혜요 은총이다. 이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이 대 우주의 자비로운 오케스트라에 감사하고 찬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이 은혜와 은총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다. 새벽 정갈한 마음으로 감로의 천수를 공양 올리며 초와 향을 사르고 나아가 불전에 온 마음을 다해 지극정성으로 예를 올리는 바로 그 마음으로 온 우주에 예를 올리라. 6시간을 어렵게 올라 봉정암의 부처님께 공양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 발 아래 힘겹게 피어오른 민들레 한 송이에 찬탄과 감사의 예경을 보내라. 어렵게 어렵게 모처럼 큰스님을 친견하는 마음으로 아내와 남편을, 자식과 이웃을 매일매일 친견하라. 어머님과 아버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라. 하루 동안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나를 살려주어 감사하다’는 찬탄과 감사의 마음을 보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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