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때때로 하루하루 꽃처럼 피어나는 순간들을 바라보면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며 감탄하곤 합니다. 이렇게 말하니 ‘좋은 일만 일어나니 당연히 행복하겠지’ 하시겠지만, 제게도 좋지 않은 일도 많이 생기고, 때로는 마음 아픈 일들도 있지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괴로운 일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중요도를 떨어뜨리면서, 그 또한 삶의 필수적 요소임을 받아들이고 나면 훨씬 자유로워지게 됨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요. 행복해지는 좋은 방법 어디 없을까요? 행복을 연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 마음은 무한한 가능성의 장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어떻게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 무한대로 확장되기도 하고, 바늘 구멍도 못 들어갈 정도로 비좁아 지기도 하는 법입니다. 자꾸만 행복을 찾아 느끼고 누리고 만끽하는 연습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행복해지면 우주법계에서는 내 마음에 공명하고 유유상종으로 같은 파동을 보내줌으로써 더욱 더 행복한 일들을 만들어 주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행복도 연습이 필요한 것이지요. 행복을 연습하려면 지금 가지고 있지 않은 없는 행복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작은 행복에 대해 더욱 더 감사해 하며, 충분히 행복을 느껴주어야 합니다. 없는 행복을 추구할 때 더욱 더 궁핍과 불행을 마음 속으로 연습하는 것이지만, 현재 존재하는 작은 행복의 조각들을 찾아보고, 선명하게 바라보고, 충분히 느끼며, 감사해 하기 시작한다면 더 많은 행복하고 감사할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군 생활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많은 장병들이 군생활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어떻게든 이 지긋지긋한 군생활을 빨리 끝내기만을 바라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에서 그렇게 군생활을 규정짓게 되면, 군생활은 정말로 그런 곳이 되고 맙니다. 삶이란 언제나 내가 주인이기 때문에 내가 나의 상황을 규정 짓는 대로 상황은 규정되게 마련입니다. 군생활은 지긋지긋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은 지긋지긋하게 싫은 상황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지요. 내 주변 상황은 언제나 내 마음이 투영된 것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이 밝고 긍정적이며, 작은 것에 감사해 하고, 작은 것들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할 때, 주변 상황이나 세상은 내 마음에 공명하고 반응해 행복하고 감사한 삶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한번은 법회 후에 장병들에게 다음 주 법회 날까지 군생활이 내게 주는 감사한 점, 고마운 점, 배우고 깨닫게 해 준 점, 행복한 점 등을 최대한 많이 적어 오라는 과제를 내 주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감사한 점이라도 좋으니 최대한 많이 찾아 보라고 했지요. 물론 휴가증을 상품으로 내 걸었습니다.
휴가증에 목이 마른 우리 장병 법우들이 A4용지 가득 군생활이 주는 감사한 점을 적어서 제출하더군요. 그런데 어떤 법우들은 A4용지를 다섯 장까지 앞 뒤로 빡빡하게 적어서 제출했고, 많이 적은 친구는 짧게 적었지만 총 2,000가지가 넘는 감사한 점을 적어 왔더군요. 휴가증의 위력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휴가증 때문에 시작한 감사한 점 찾기가 하루 이틀 계속되고, 일주일 동안 찾아보면서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계속해서 긍정적인 점, 감사한 점 등을 찾다 보니까, 의외로 작고 소소하지만 무수히 많은 고맙고 감사한 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면서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보니 이렇게 행복한 한 주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실제 행복하게 보냈다는 거에요. 또 어떤 장병은 행복을 찾고 또 찾아서 그런지 하루 하루가 행복해질 뿐 아니라, 의외로 생각지 못했던 행복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라는 말도 합니다.
미워하던 선임병의 긍정점을 보고 인정해주기 시작하면서 선임병과의 관계도 회복되었고, 게으른 후임병에게 칭찬을 해 주기 시작했더니 자기 앞에서는 정말 성실한 후임병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휴가증을 걸고 써내려간 우리 장병들의 ‘군생활이 주는 감사한 점, 긍정점’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먼저 가장 많이 적어 준 것들로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이 있습니다.
“늘 밥 챙겨 먹여 주시던 어머님의 감사함을 깨닫는다, 하기 싫은 빨래 할 때마다 어머님 생각이 난다, 군에 와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손편지를 쓰게 되었다, 부모님께 처음으로 편지지만 사랑한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님의 잔소리는 잔소리도 아니었다-선임들의 갈굼과 잔소리에 비하면, 부모님께서 처음 면회오셨을 때 이 먼 곳까지 찾아오신 것이 당연한데도 새삼스레 고맙고 반갑고 감동스러웠다, 부모님의 사랑을 비로소 깨닫게 해 준다, ”
그리고 이런 말도 있네요.
“집 나오면 고생이라는 말이 맞다, 앞으로는 부모님께 자취하게 해달라고 떼쓰지 않겠다”
군생활은 이렇듯 우리에게 부모님에 대한 진한 사랑을 깨닫게 해 줍니다. 처음으로 부모자식간에 사랑을 확인하고 표현하기도 하지요. 짠한 가족애와 사랑을 느끼는 것은 작은 깨달음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도 성스러운 덕목들일 것입니다.
가족에게 뿐만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 속에서 더 많은 사랑을 깨닫게도 됩니다.
“사람들이 날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알게 되었다, 자기 휴가 때 그 금쪽같은 시간을 내 면회를 와 준 내 친구녀석에게 감동받았다, 선임병의 사소한 관심 하나에 크게 감동 먹는다, 나를 미워하는 줄 알았던 선임이 첫 휴가 나갈 때 군복 다림질 해 주고 군화 닦아줄 땐 눈물이 날 뻔 했다, 냉전관계로 한 마디 안 하고 냉랭하던 선임이 일주일만에 한 마디를 건내 주었을 때 얼마나 살 것 같은지, 전입 초기 모두들 나를 미워하고 따돌릴 때 유일하게 나를 챙겨준 선임에게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때로는 작은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기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된다, 행군 중 뒤돌아 볼 때 따라오는 전우들을 보면 느낌이 좋다, 타중대 전우가 힘내라고 할 때 전우애를 느낀다, 같은 지역 친구를 만나면 심하게 반갑다”
이런 작은 사랑들은 작은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말할 수 없이 크고 드넓은 가치들입니다. 일주일간 냉랭하고 차갑게 대하던 선임병 때문에 초조하고 힘들다가 한 마디 말로 풀어지고 나서 얼마나 살 것 같은지라고 했던 말은 단순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안심을 가져다 주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이러한 작은 관심과 사랑, 배려와 이해는 큰 성취를 하고, 돈을 벌고, 진급을 하는 것 보다 사실은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우리를 깨닫게 하고 자비와 사랑 속에 살아있게 합니다.
그런가하면 군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겠죠.
“배고픔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배고플 때 먹는 초코파이의 감동을 알았다, 때 되면 언제나 하루 3끼니를 꼭 챙겨준다-안 먹는지 체크까지 해 준다, 자취할 때 매일 하던 고민, 오늘은 뭐 먹지 하는 밥걱정을 덜었다, 아무 맛도 없는 건빵이 이렇게 달콤할수가, 군대리아 햄버거, 아침우유의 맛을 알았다, 규칙적인 식생활로 더욱 건강해진다, 맛 없는 음식도 기다려진다, 음식을 골라먹거나 가리는 습관이 없어졌다-못 먹으면 나만 손해니까, 편식이 사라졌다-집에서 안 먹던 음식도 배가 고프니 먹게 된다, PX가서 크게 한 턱 쏴도 2만원!-술집 안주 값도 안 나온다, 비싼 메이커 커피 없어도 자판기 커피 하나면 충분히 행복하다”
또 원초적인 감사할 일들도 많이 깨닫게 되나 봅니다. 몸도 건강해지고, 작은 것에도 크게 감사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신병교육 기간 동안 술담배를 안 해 간이 쉴 수 있다, 술을 안 먹어서 몸도 건강해지고 돈도 안 나가고 일석이조,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진다, 숙제 없고, 공부 안하고, 시험 안 보고, 돈 안 벌어도 되고, 내 팔자가 상팔자!, 안 꾸며도 돼서 좋다, 이 겨울, 깔깔이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제대 날을 생각하며 달력을 외우는 경지에 이르렀다-나에게 이런 암기력이 있었다니, 정리정돈하는 습관이 생겼다, 일기 쓰는 습관을 들였다, 애국심, 국가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을 알았다, 나태해질 시간이 없어 나름 좋다, 짧은 휴식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혈액순환이 잘 된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나면 뿌듯하다, 우표 하나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짧은 머리에 머리 감는 시간이 단축되서 좋다, 수많은 기합들로 득음의 경지!, 날마다 느는 삽질 기술, 신체 알람시게가 작동한다-휴가 가서 새벽까지 술먹고 들어와도 어김없이 기상시간에 눈이 떠 진다, 아침형 인간이 된다, 내 몸은 내가 스스로 챙기게 된다,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늘 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잘 안 아프다, 휴지, 샴프, 로션, 장갑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긴장해서 화장실에 며칠 동안 못 가다가 한 방에 크게 나올 때의 통쾌함이란 – 매일 큰 일을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군필자가 존경스러워진다, 별 볼 일 없게 생각하던 그 선배가 헉! 병장이었다니!”
그리고 이런 마음도 있데요.
“걸그룹의 소중함을 알았다”
또한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하게 되는 이익도 많다고 합니다.
“휴대폰과 TV, 인터넷 없이 사는 홀가분함을 깨달았다, TV, 스마트폰, 컴퓨터 등 액정을 안 들여다봐서 눈이 좋아진 듯 하다, 게임중독에서 벗어났다, 각 지방의 명물 친구들을 알게 된다, 다양한 경험, 다양한 친구를 만나면서 삶의 폭이 넓어진다, 상급자와 하급자가 되어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단체생활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손편지의 정감과 따뜻함을 깨닫게 된다, 왠지 모르게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서 강한 사람이 된다, 불평 불만이 줄어든다, ”
이처럼 군생활이야말로 민간에서는 해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 소중한 곳이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3~4살 때부터 스마트폰과 TV를 끼고 사는 것이 습관이 된 젊은이들이 아마도 이번 생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액정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또한 전국 팔도에서 온, 공부 잘하고 못하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가난한, 모든 계층과 지역의 사람들과 한 부대원이 되어 그들의 선임도 되어 보고, 후임도 되어보는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됩니다. 한 제대를 앞둔 장병이 말하더군요.
‘서울대 나온 이등병이 하는 걸 보니, 똑같은 사람이고, 나도 서울대를 나온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많음을 알았다’고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데요.“
그런가 하면 군생활은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해 주기도 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란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외로움의 의미를 알게 된다, 혼자 해외 여행을 떠날 용기가 생겼다, 훈련이나 괴로움을 이겨내면서 강인해짐을 느낀다, 제대만 하면 무엇이든 두려울 것이 없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구급법, 8자매기 등 도움 될 여러 가지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더욱 성숙해지고 철이 든다”
군생활 자체에 대한 장점들도 하나씩 발견하게 되는군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꼭 있어야 할 군대라는 스펙이 생긴다, 군복무 가산점이 생긴다, 내 인생의 당당하고도 영원한 안주거리가 생겼다 - 군생활의 추억이라는, 대통령, 장관, 정치인, 국회의원, 연예인, 뭐든 이제부터 당당하게 할 수 있다, 군필이기에!!”
마지막으로 종교행사와 관련해 이런 재미난 이야기도 있네요.
“신교대 5주 기간 중에 불교에 가서 수계 받고 기독교에서 세례, 천주교에서 영세까지 한 방에 끝낼 수 있다 – 세종대왕이 될 수 있다”
신교대 기간 중에 세 종교를 다 돌아보고 수계, 영세, 세례를 다 받는 세 가지 종교를 정통한 이들을 세종대왕이라고 부른다네요. 예, 이런 친구들 많이 봅니다. 이걸 이렇게도 부르는군요. 우리는 초코파이 개수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고 파이교 신자 혹은, 초코파이 개수 따라 돌고 돈다고 회교도라고도 부르는데요, 뭐 이것 보다는 세종대왕이 어감이 좋네요.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모든 종교를 다녀보면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군생활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경험이기도 합니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 중에 추려 본 것들인데요, 어떻습니까? 군생활하면 힘들고 지루하고 두렵고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런 긍정적이고 배울 점 넘치는 밝은 마음으로 군생활을 하는데는 큰 차이점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삶과 상황들은 이처럼 언제나 우리를 깨닫게 하고 배우게 해 주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우리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가슴을 활짝 열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모든 삶은 이와 같이 우리를 깨닫게 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들로 변화할 것입니다.
제대 후에나 있을, 미래의 어느 순간에나 있을 환영의 행복을 좇아가기 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작은 행복을 충분히 느끼고 누리고 만끽하며 그 행복에 감사하는 삶을 우리는 지금 당장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추구가 아니라 언제나 선택하는 것입니다.
행복을 선택하는 지금 이 순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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