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괴로운 일도 즐거운 일도 없다. 다만 '중립적인 어떤 일'들이 '우리를 돕기 위해'(자비) '정신의 지평을 넓혀주기 위해'(지혜) 왔다가 갈 뿐이다. 지혜와 자비의 목적으로 우리 삶 위에 등장하는 중립적인 경험이 있을 뿐이다. 우리 앞에 나타나는 모든 일들은 이 두 가지, 지혜와 자비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기 위한 목적으로만 나타날 뿐이다.
그러니 모든 일은 고맙고도 감사한 일이며, 좋거나 나쁜 일이 아닌, 크게 보면 모두 좋은 일들 뿐이다. 결국 우리 삶에는 '좋은 일' 혹은 '더 좋은 일'만이 일어난다.
즐거운 일은 '좋은 일'이고, 괴로운 일은 그것을 통해 업장을 소멸하고, 지혜를 깨닫게 되기에 '더 좋은 일'이다. 그러니, 좋고 나쁜 모든 삶의 파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허용하는 것 외에 우리가 삶에서 더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즐거운 일은 선업을 받는 일이니 내가 지은 것을 받는 것이니 자연스럽고도 좋은 일이다. 그런데 괴로운 일은 악업을 받는 것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악업을 녹이고 없앨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니 그것은 더 좋은 일이다. 선업을 많이 받게 되면 내 안에 선업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그다지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악업을 받게 되면 내 안에 악업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것은 존재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매우 좋은 일이다.
내 안에 선업이 +50, 악업이 -50 있다고 해 보자. +20만큼의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곧 내 안의 선업이 +30으로 줄어듦을 의미한다. 결국 선악의 비율이 30:50이 되니, 내 인생 전체를 놓고 볼 때 선보다 악업이 더 많아짐을 뜻한다. 그러나 악업을 -20만큼 받게 되면 선업과 악업의 비율은 50:30으로, 결국 나에게는 선업이 더 많아지고, 선업이 주도적으로 내 삶을 가꾸어 가게 된다.
그런데 더 좋은 점은 악업이나 역경을 만나게 되면 그 괴로운 일들을 통해 지혜를 깨닫게 된다는데 있다. 우리의 삶을 가만히 되돌아 보라. 좋은 일을 통해서 보다는 역경과 괴로운 일들을 겪고 났을 때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지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괴로운 일들이 즐거운 일들 보다 ‘더 좋은 일’인지를 알게 해 준다.
눈에 보이는 세계는 너무나도 좁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언제나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넓은 세계에서는 언제나 ‘좋은 일’ 혹은 ‘더 좋은 일’들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눈에 역경처럼 보이고, 괴로움처럼 보이는 수많은 역경계가 나타날지라도 지혜로운 이는 그 이면에 펼쳐져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더 좋은 의미’를 깨닫기 때문에 분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허용해 주고 경험해 준다. 그럼으로써 업장을 소멸하고, 지혜를 증득하는 것이다.
그래서 역경이 올 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역경을 더 빨리 흘려보낼 수 있게 되고, 더 빨리 깨닫게 된다. 역경이 오는 목적은 그 역경을 통해 깨닫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받아들여 깨닫는 사람은 역경이 길게 이어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역경이 올 때, 외면하고, 회피하고, 원망하며, 거부하는 사람은 그 역경의 의미와 목적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그 역경은 더욱 더 계속해서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 역경을 통해 깨달을 때까지 역경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깨닫게 하고자 내 삶 위에서 지속되는 것이다.
실제 자연치유에서도 병이 있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치유의 마음자세는 그 병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유무에 있다고 한다. 병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훨씬 빠른 차도와 치유를 보이지만, 병이 왜 하필 내게 왔느냐고 원망하며 거부하는 사람일수록 병은 치유되지 않고 지속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인생에는 ‘좋은 일’과 ‘더 좋은 일’들만 일어난다. 행복할 때는 좋은 일이 일어날 때이고, 괴로울 때는 ‘더 좋은 일’이 일어날 때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더 넓은 세계의 본질이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이 아름다운 좋거나 더 좋은 세상, 아름답거나 더 아름다운 세상을 우울해 하지 말고, 판단 분별하지 말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양 변의 경험 모두를 밝은 마음으로 수용하며 살아갈 일이다.
삶은 이처럼 넓은 시선으로 볼 때는 언제나 눈부시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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