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곧 하나의 여행이다. 어머님 뱃속을 뚫고 이 세상으로 내던져진 순간 우리는 모두 한 사람의 나그네요 순례자가 된다. 그리고 펼쳐지는 매 순간의 삶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순유중이다. 단 한 순간도 정체하거나 머물지 않고 매 순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 여행은 누구에게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숭고한 귀의(歸依)의 과정. 존재의 근원이라는 본래 나온 그 텅 빈 곳으로 누구나 되돌아가고 있다. 삶이라는 여행길은 언제나 완전한 깨달음을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삶은 곧 하나의 여행이기에 한 순간도 머물지 말고 흘러야 한다.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이 끝없는 우주를 여행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것의 목적은 끊임없는 여행에 있지 어느 한 곳에 정착하는데 있지 않다. 불가에서는 길을 떠나는 것을 만행, 순례라고 하여 수행의 필수적 요소로 본다. 매 순간 머물지 않고 흐르는 이러한 무집착의 여행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영적인 성장의 과정이요, 깨달음을 향한 정진의 길이 된다.
특히 홀로 고요한 숲 길을 걷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수행의 방식이다. 가부좌가 그렇듯 걷는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써 생각을 비우고 무심(無心)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대지를 맨발로 걸으면 우리의 정신은 우주로 연결된다’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말처럼 걷는 그 행위 속에 정신적인 각성과 우주적인 교감이 함께 한다.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좌선하거나, 천천히 걸으며 자신을 관조하는 경행(經行), 이 두 가지야말로 인류의 오랜 수행법이 아니었던가.
오랫동안 걷다 보면 우리는 저절로 생각이 멎는 것을 경험한다. 생각이 단순 명쾌해지고 저절로 욕심과 집착과 내면의 화가 사라지면서 삶에 대한 통찰과 사유가 싹튼다. 비로소 나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열린 자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게 되고, 비로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다운 독자적 삶의 방식을 깨닫게 되곤 한다. 모든 해답은 내 안에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아상의 확장을 위해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가 비로소 여행을 떠나며 두 발에 의지해 걷고 걷는 과정 속에서 삶의 해답을 찾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삶이란 본래 완전한 것이었으며 질문도 답도 모두 내 안에 구족되어 있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처럼 여행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누구에게나 구도(求道)의 한 과정이다. 우린 여행자가 되는 동시에 순례자가 되고 구도자가 된다. 누구나 여행을 통해 자신이 삶에서 깨달아야 할 귀중한 선물을 얻게 된다. 특히 홀로 걷는 여행은 또랑또랑한 지혜로써 삶을 빛나게 한다.
티벳의 위대한 성자 밀라레빠(Milarepa, 1052~1135)는 ‘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의 반은 성취한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히말라야로 떠났다. 그에게 히말라야는 우주의 중심이자 수미산이었다. 히말라야로의 순례는 그에게 깨달음의 원천이었으며, 이 우주 속에서 끊임없이 돌고 도는 윤회라는 여행의 종지부와도 같았다. 그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히말라야로 떠나라’고 외친다.
이제 곧 여름이고, 휴가 시즌이다. 어떤가. 이번 휴가는 홀로 숲 길을 걷는 만행의 길을 떠나 보는 것이. 지리산도 좋고, 올래길도 좋고, 산사의 숲길도 좋으며, 히말라야도 좋다. 한 사람의 순례자가 되어 홀로 고요한 숲 길을 걷는 그 텅 빈 구도의 길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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