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예불을 올리고 좌선을 합니다. 좌선을 하기 전에 잠시 마음나눔의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는 모든 분들이 똑같습니다. 그냥 이렇게 법당에 앉아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똑같지를 못합니다. 어두운 마음으로 앉아있는 사람, 오늘 할 일에 대한 부담감으로 앉아 있는 사람, 요즈음의 안 풀리는 일상에 대한 무거운 마음으로 앉아있는 사람, 또 군인 법우들은 내가 지금 군대에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에 온전히 앉아있을 수가 없기도 합니다. 사실은 모든 이들이 지금 이 순간 똑같이 앉아있습니다. 이렇게 앉아있는 데는 다른 분별이 붙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앉아있을 뿐이지요. '누가' 앉아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 '어디에''왜' 앉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앉아있는 그 순간 집중하고 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사장도 아니고, 주부도 아니며, 자식도 아니고 부모도 아니고, 어려운 일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아니고, 힘겨운 군생활하고 있는 군인도 아니고, 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이렇게 앉아있을 뿐입니다. 아무런 분별이 없어요. 바로 그 순간이 부처님을 친견하는 순간이 됩니다. 깨달음을 체험하는 순간이 되는 것입니다.바로 그 순간 우리는 온전한 평화로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온전히 마음을 모아 집중하며 이 순간을 느끼는 데에는 다른 그 무엇도 필요로 하지 않은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이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지금 여기에서 평화로움과 만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마음 속에 어제 일에 대한, 요즈음의 일상에 대한, 또 오늘의 일이며 내일의 일에 대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며, 사무실 업무에 대한, 미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식 걱정이며 대학, 취직, 진급에 대한질투, 시기, 노여움, 다툼, 욕 심 등의 마음에 대한 온갖 번잡한 마음을 붙잡고 앉아 있게 되면 그것은 좌선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 마음 모아 관찰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똑같이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 때문에 지금 마음 집중하기가 어렵고, 미래에 올 두려운 일 때문에 지금 좌선이 잘 안 된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지금 좌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참선이라는 것은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입니다. 과거나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의 문제입니다앉아있음의 문제만이 아니라 행주좌와 어묵동정간의 모든 시공에서의 문제입니다. 앉아서 평화로울 때 처럼 움직임 속에서, 무수한 일의 스트레스 속에서, 번잡한 출근 길의 정신없음 속에서, 사람들과의 부딪김 속에서, 우리는 바로 그 순간에 온전한 평화로움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그냥 다 놓아버리고 그 순간이 되어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온전히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이처럼 우린 누구나 지금 이 순간 평온을 느낄 수 있고, 자성부처님과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나 미래에 짊어지고 있는 것들만 놓으면... 그래서 이 순간에 깨어있을 수 있다면 그 순간이 부처님을 친견하는 가장 좋은 때가 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어느 때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순간 직업도, 스트레스도, 두려움도, 온갖 나에게 붙여진 이름들도, 이를테면 부모, 자식, 사장, 직원, 친구, 수행자 등등하며, 온갖 과거로부터 짊어진 모든 이름, 모양, 아상들이며 오지도 않은 미래에 기대하고 있는 모든 것들까지 다 놓아버리고 온전히 지금 여기에서 이 순간에 집중하여 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충분하다기 보다 아니...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이 번쩍 열리는 깨달음을 구한다면 천리 만리 길을 잘못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환상에 젖은 깨달음은 그 자체로써 마장인 것입니다. 멀리서 찾지 말고, 엄청난 무언가를 찾지 말고, 아주 소박하지만 아주 미세하지만 그래서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 더 어렵다고 하겠지만 이 순간의 아주 작은 평화는 너무 크기 때문에 작게 느껴지는 평화로움인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의 육근이 바깥으로 끄달리는감각적인 행복만을 추구해 오다 보니 이 작지만 온전한 행복을 느끼는데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 다. 크고, 웅대 하고, 엄청난... 그런 깨달음을 구하려 하지 마세요. 부처님의 밝은 미소는 아주 소박하게 다가옵니다. 잠시 눈을 감고 잠시 동안이라도 모든 번뇌일랑 다 놓아버린 채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관찰해 보세요.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에 가만히 집중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작은 평화로움 한 자락... 아주 미세한 속 뜰의 본래 향기가... 느껴지시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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