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기도,수행빼먹으면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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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스님 즉문즉설

백일기도,수행빼먹으면

목탁 소리 2009. 7. 22. 07:26



문 : 백일 절 수행의 회향을 앞두고 있습니다. 백일기도 회향을 하고 나면 무언가 달라지는 게 있고, 성취되는 것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있지만, 눈에 보일 만한 성취는 아닙니다. 제가 수행을 잘못해서 그런가요? 이런 수행도 공덕이 있을까요? 

답 : 아무리 작은 수행일지라도 바로 그 수행의 한 순간이, 우리의 절 한 배 한 배가 고스란히 이 세상 곳곳으로 향기롭게 퍼져갈 것입니다. 바로 그 한 순간의 수행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그 백일기도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내 안에 수미산보다 더 높은 업장을 소멸시켜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쯤 있을 큰 사고가 수행 때문에 사라졌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내일 오게 될 큰 병이 가볍게 내 위를 이미 스치고 갔는지도 모르며, 어쩌면 아주 큰 금전적인 손실을 적당한 선에서 막아주었을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아주 큰 직장이나 가정에서의 누군가와의 다툼과 싸움을 이미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을지도 모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법계의 이치를 우리는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차원의 세계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 당시 재가신자 중에는 부처님께 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를 당해 죽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법을 듣고 깨달았는데 어떻게 그런 불행이 있을 수 있을까 싶겠지만, 부처님께서는 그가 죽음 직전에 깨달음을 성취하였으며, 지고한 행복의 자리로 갔음을 설하신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그러나 진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것이 정확히 필요한 일이었으며, 나를 돕는 법계의 배려요, 법신부처님의 뜻이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쨌든 법우님의 일상이 더 행복해졌든 아니든, 지금까지 실천해 온 백일기도는 법계의 진리대로 삶을 향기롭게 바꾸어 놓았고, 업장을 소멸시켜 주었으며, 나와 이 세상을 향기롭게 만들고 있다는 그 사실을 믿고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다만 한 가지, 수행의 결과를 바라는 마음은 놓아버리세요. 그냥 모든 것을 다 믿고 맡기면서 법계로 회향해야지, 그 수행의 공덕이나 결과를 내가 갖겠다는 생각을 놓아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참된 회향입니다.
 

문 : 백일기도를 몇 번이고 시작은 하지만 제대로 회향해 본 적이 없습니다. 중간에 며칠 빼먹게 되면 김이 빠져서 그 다음부터는 그냥 포기하게 됩니다. 108배 절 수행을 할 때, 하루라도 빼먹으면 안 되는 것이겠지요? 만약 수행을 못한 날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답 :  중도 포기가 잦다면, 절 수행의 방식을 조금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즉 ‘하루에 108배’를 100일간 하는 방식이 아니라, 100일 동안에 만배를 실천하겠다는 방식으로 바꾸어 보는 것입니다. 불교가 어떤 고정된 실체에 집착하지 않듯, 수행 방식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거든요. 만약 100일 동안 만배를 한다고 정해놓고 나면 때때로 하루 이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날 하루에 108배를 3번이고 5번이고 다시 할 수 있으니까 중간에 포기할 일이 줄어들게 됩니다.
수행이 행복해지자고 하는 것인데, 오히려 절의 횟수나 시간에 얽매이게 되면 그로 인해 오히려 마음이 걸려서 더 괴롭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거기에 너무 집착을 하면 남들에게 불편을 주게 될 수도 있고, 내 마음을 너무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래 오늘은 동료들과의 회식이나 가족들과의 만남에 충실하고, 대신에 오늘 못 한 수행은 내일 더욱 열심히 하자 하고 턱 놓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그게 더 자유롭지, 절대 오늘 못 하면 100일이 그냥 물거품 되는거다 하고 괴로워하며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문 : 저는 고등학생인데요, 스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출가하면 부모님께 불효인 것 같아 괴롭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답 : 괴로워하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출가를 꼭 해야겠다 생각하면 하면 되는 것이고, 그래도 도저히 아직은 아니다 싶으면 안 하면 되는 것입니다. 아직 분별이 생긴다면 그건 아직 출가할 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 고민들이 계속 일어나다가 진짜 가야 될 인연이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구와 상의하지 않아도 그냥 저절로 제 발이 절로 향하게 됩니다.
아직 그 정도가 아니라면 고민하고 생각하고 분별하지 말고 그냥 주어진 삶에 완전히 최선을 다해 그 순간순간을 100% 최선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본연으로 출가하는 길이란 걸 잊지 마십시오.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이 출가가 아니라, 집착과 욕망과 삼독에서 뛰쳐나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출가인 것입니다. 부모님께 죄가 될까봐 출가를 못 하겠다면 아직 때가 아닌 것입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면 괜히 미리부터 고민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주어진 삶을 최선으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을 완전하게 살겠다는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출가인 것입니다. 출가가 먼저고 그 다음에 깨어있음이 아니라, 깨어있음이 먼저고 그 다음에 출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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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法相) 스님 _ 동국대와 동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였으며, 불심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현재는 군승으로 군장병들과 군가족들을 위해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있으며, 생활수행도량 ‘목탁소리(www.moktaksori.org)’를 통해 생활 속에서 마음을 닦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누고 있다. 저서에는 『생활수행 이야기』, 『마음공부 이야기』, 『반야심경과 마음공부』, 『금강경과 마음공부』, 『부자보다는 잘 사는 사람이 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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