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는 즐거움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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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한담 산사하루

홀로 있는 즐거움

목탁 소리 2009. 7. 26. 08:03
홀로 있다는 것은 외로움이나 고독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외로움이나 고독이란 느낌이 우리의 속 뜰을 더 생생하게 비춰 주고 우리 존재의 근원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와 깊이를 가져다준다.

혼자 있다는 것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한없이 충만한 것이다. 쉽게 생각해 보면 헛헛하고 외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텅 빈 가운데 성성하게 깨어있는 속 뜰은 마구잡이로 채워 넣는 소유의 정신에 비할 바가 아니다. 홀로 있을 때 우리는 참으로 함께 할 수 있고, 작은 나의 허울을 벗고 전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몸뚱이만 그저 덩그러니 혼자 있다고 해서 다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혼자 있으려면 번거로운 우리의 소유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잔뜩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많으면 우린 호젓하게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소유물로부터 소유를 당하며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휘둘리고 있는 소유란 물질적인 것들이 물론 포함되지만 돈, 명예, 권력, 지위, 배경, 학벌, 등등의 것들까지를 말하는데, 참으로 혼자 있는 법을 배우면 이런 것들이 있건 없건, 높건 낮건 우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 존재하면서도 충만할 수 있는 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적인 것들이 많이 채워져야 충만하고 행복하다고 여긴다. 돈이며 명예 권력 지위 학벌이며 온갖 소유물들이 넘쳐나야 행복하지, 그런 것들이 없어지고 나 홀로 덩그러니 남으면 내 존재의 뿌리를 잃어버린 것 마냥 외로워하고 괴로워한다.

또한 이러한 소유물로부터 자유로워 졌다고 하더라도 아직 온전한 홀로 있음을 실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홀로 있음의 실천 요소가 남았다. 그것은 바로 정신의 홀로 있음이다.

아무리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살더라도, 온갖 소유의 울타리로부터 자유롭게 살더라도, 우리 머릿속이 온갖 번뇌와 탐진치 삼독심으로 또 잡다한 지식 같은 것들로 꽉 채워져 있다면 우린 참으로 홀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지듯, 우리 정신 또한 온갖 번뇌며 숯 한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 져야 한다. 머릿속이 맑게 비워져 있어야 그 때 우린 참으로 몸도 마음도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번잡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래도 우린 누구나 이따금씩이라도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 우린 당당해 질 수 있고, 내 안에서 충만하게 우러나오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주변 상황이나 조건의 좋고 나쁨이나, 물질의 많고 적음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나 혼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이 숲도 봄이 되니 한겨울 외로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홀로 우뚝 서 있던 나무들이 이제 다시금 여행을 떠나려고 재잘거리고 있다. 겨우내 나홀로 이 추위를 맞이했던 이 나무들은 잘 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그러고 났을 때 또다시 함께 존재하는 풍성한 시간이 오게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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