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경내에 피어난 금낭화, 5월이면 전라도 어느 도량을 가든 금낭화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는 별로 못 본 것 같은데 절에는 많이 피어있는 꽃입니다. 봄에 여린 잎을 채취하여 나물로도 먹으며,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처음 우리가 이 세상에 왔을 때
그리고 마지막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린 빈 손으로 왔으며
빈 손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우린 대부분
태어남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본래로 비었던 손을 가득 채우는데에만 급급해 하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우리네 인생의 목표가 어쩌면
그렇게 채우는 일일 터입니다.
한없이 내 것을 늘려 나가는,
끊임없이 닥치는대로 붙잡는 일일 터입니다.
돈을 붙잡으려 발버둥치고,
명예를, 지위를, 권력을, 지식을, 이성을...
그렇듯 유형무형의 모든 것들을
무한히 붙잡으며 이 한 세상 아둥바둥 살아갑니다.
그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입니다.
무한히 붙잡는 삶...
붙잡음으로 인해 행복을 얻고자 하는 삶...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가 그렇게 추구하고 갈구하려고 하는
''잡음!'' 그 속에서
우리가 그렇게 버리고자 갈망하는 고(苦),
아! 괴로움! 괴로움이 시작됨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붙잡고자 하지만 잡히지 않을 때
괴로움은 우리 앞을 큰 힘으로 가로막게 될 것입니다.
이미 잡고 있던 것을 잃어버릴 때,
우린 괴로움과 한바탕 전쟁이라도 버려야 할 듯 합니다.
그것이 돈이든, 명예이든, 지식이든...
그 무엇이든 우리의 욕망을 가득 채워 줄 만큼
무한히 잡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우린 너무도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잡음''으로 인해 행복하고저 한다면
그 행복은 절대 이룰 수 없음이 진리의 참모습입니다.
인연따라 잠시 나에게 온 것 뿐이지
그 어디에도 내 것이란 것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인연따라 잠시 온 것을
''내 것''이라하여 꽉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합니다.
바로 ''내 것''이라고 꽉 붙잡으려는 그 속에서,
그 아상(我相) 속에서,
괴로움은 시작됩니다.
''내 것''을 늘림으로 인해서는,
''잡음''으로 인해서는
결코 행복이며, 자유, 진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도리어 그동안 내가 얻고자 했던
붙잡고자 했던 그것을
놓음(放下着)으로써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소유가 전체를 소유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놓음이 전체를 붙잡는 것입니다.
크게 놓아야 크게 잡을 수 있습니다.
''나'' ''내것''이라는 울타리를 놓아버려야
진정 내면의 밝은 ''참나''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놓음...
방하착(放下着)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삶과
어쩌면 정면으로 배치되는 삶이기에
힘들고 어려운 듯 느껴집니다.
그렇게 선입견을 녹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방하착(放下着)!!
그 속에 불교 수행의 모든 체계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방하착...
방(放)은 ''놓는다''는 뜻이며,
착(着)은 ''집착, 걸림''을 의미합니다.
즉 본래 공한 이치를 알지 못하고
온갖 것들에 걸려 집착하는 것을 놓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무아(無我)의 이치를 알지 못하고
''나'' ''내것''에만 끄달려 이를 붙잡으려하는
어리석은 아집(我執)을 놓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下)라는 것은 ''아래''라는 의미이지만
그 아래는 모든 존재의 가장 깊은 곳,
그 아래에 있는 뿌리와도 같은 우리의 참불성,
한마음, 본래면목, 주인공, 참나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일체 모든 끄달림, 걸림, 집착을
용광로와 같은 한마음 내 안의 참나의 자리에
몰록 놓으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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