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을 받아들이라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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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감을 받아들이라

목탁 소리 2015. 7. 26. 22:27

 

 

 

늙어가는 것, 죽어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 있는 존재에게 있어 얼마나 큰 괴로움인가. 역사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늙지 않으려고 애를 써 왔고, 불노장생의 꿈을 꾸어 왔지만 인류 역사상 단 한 사람도 늙음에서 벗어난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들의 늙지 않기 위한 염원을 반영하듯, 세상에서는 온갖 의학과 과학적 지식을 총 동원하여 늙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고 온갖 노화방지 약품과 물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나아가 젊어지기 위한 온갖 종류의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늙지 않으려는, 늙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피나는 노력이겠지만 그 모든 노력은 삼법인이라는 진리 앞에서 허망한 짓이 되고 만다. 누구나 늙을 수밖에 없고, 나이 들어 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무상하여 변화할 수밖에 없으며, 그 어떤 사람에게도 젊음은 고정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무아의 이치이다. 늙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노고(老苦)다.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노망이다.

 

삼법인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자는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늙어간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진리다운 여법한 삶의 모습이다.

 

사실 늙어가는 것, 썩어가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늙고 썩지 않는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사람은 늙어가고, 물질은 썩어가고 부식되고 부패되어 감으로써 이 세상은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우리들 또한 새로운 삶의 준비를 위해 다음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것이다.

 

하기야 요즘의 시대는 늙은 사람이 이 사회에 온전히 설 수 없는 처량한 시대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나이 든 어른이 있어 마을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지혜가 부족할 때에는 항상 어르신의 삶의 지혜를 배우며 살아갔다. 나이가 들더라도 죽기 전날까지 온 몸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갔고, 내 스스로 먹고 입고 자는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 갔다.

 

계절의 운행에 맞춰 농사짓고, 지혜를 키워가며,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산 어르신들은 수행자의 그것처럼이나 지혜가 밝고 총기어린 그 마을의 정신적인 지도자였다. 인생의 이치를 받아들이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모습 속에 늙지 않으려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노망스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골을 버리고 죄다 도시로 떠나면서 도시 노인들을 갈 곳도 잃고 일터도 잃었다. 경제발전과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층은 두터워졌고, 각종의 노인문제, 노령화 문제를 안게 되었다.

 

도시의 어른들은 경제적 고충과 고독감, 무력감, 병고 등으로 인해 더욱 괴로워지고 개인주의적이고 서구적인 문화가 도입되면서 노인 공경과 봉양의 윤리적 가치는 사라졌으며,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의 분화는 독거노인을 끊임없이 양산해 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더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어리석은 삶의 방식을 만들어내고, 늙는 괴로움을 더욱 더 아프고 괴로운 것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어차피 우린 누구나 늙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아름다운 것이다. 이 세상의 진리는 무상과 무아라는 이치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지혜로운 삶의 방식은 늙어가는 것을, 변해가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완전히 수용하는 것이다.

 

존재의 소멸을 인정하라. 늙어감을 수용하고 나이듦의 지긋한 향기를 즐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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