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비가 많이 옵니다.
저처럼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이렇게 하루 종일 방문 창문 활짝 열어 놓고
빗소리를 좋아라 느끼고 있지마는
이 비가 미운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다 그렇지요.
세상 일이라는 것이 한쪽에서 좋은 것이
다른 한쪽에서는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거의 다 그럴 겁니다.
100% 좋은 일이 어디 있으며,
100% 그른 일은 또 어디에 있겠어요.
다 자기 분별이고 판단일 뿐이지요.
비도 올 만하니까 오는 것입니다.
이만큼 올 이유가 있으니까 오는거지
아무 이유 없이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름 모를 작은 꽃 한송이조차
다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괴롭다고 울고 기쁘다고 웃고
경계 따라 오락가락하며 살지마는
울 때도 웃을 때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예요.
꼭 그 자리에서 꼭 필요한 일들만이
꼭 필요한 만큼 벌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진리대로, 법대로 돌아가는 세계라서
법계(法界)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들 마음이나 경계에 이끌려
별 이유 없이도 이랬다저랬다 야단이지
자연은 법에 따라 여법하게 돌아갑니다.
크게 본다면 우리들도 자연의 일부이니
우리들의 울고 웃는 일상 또한
사실은 법계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울만 하니 울고, 웃을 만하니 웃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그대로 여법하게 한 자리 함께 하는 것인데
우리들만 유독 거기에 판단을 하고 분별을 짓고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인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늘 시끄러워요.
고요하지 못하고 요동을 칩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큰 일이 벌어져도,
아무리 큰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법계에서는 늘 여여부동한 것입니다.
우리 마음 자리 또한 여여부동이지요.
비가 오니 비를 맞고 싶어집니다.
빗님들과 함께 걷고 싶어져요.
그래서 밖을 나섭니다.
빗소리 맞으며 마실을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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