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의 흔적을 지워라 - 법구경 3,4게송 강의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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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과 마음공부

미움의 흔적을 지워라 - 법구경 3,4게송 강의

목탁 소리 2007. 12. 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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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는 나를 욕하고 때렸다.
그는 나를 굴복시키고 내 것을 빼앗았다.”
이러한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미움이 가라앉지 않는다.

4.
“그는 나를 욕하고 때렸다.
그는 나를 굴복시키고 내 것을 빼앗았다.”
이러한 생각을 놓아버리면
마침내 미움이 가라앉게 된다.



지난 삶을 돌이켜 보라. 내가 원망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며, 내가 미워하고 증오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나를 욕하고, 나에게 폭력을 가하며, 나를 굴복시키고 비참하게 만들며, 내 것을 빼앗아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힘겨운,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리며 증오가 불길처럼 불타오르는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내가 아직 용서하지 못한 사람은 과연 얼마인가.

만약 아직도 용서하지 못한, 증오와 미움과 원망의 대상이 있다면 내 마음 수행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그를 용서하는 것이다. 진심(嗔心)을 버리지 못하면 더 이상 수행은 무르익지 않는다. 『출요경』에서는 ‘탐진치의 치열한 번뇌 중에 성냄의 번뇌가 가장 심하니 성냄의 불길은 욕계로부터 초선의 하늘세계까지 태운다’고 하였다.

우리가 원망과 증오의 대상을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상대를 위한 배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원망하고 증오하는 동안에 우리 안에는 미움과 증오의 씨앗이 싹트게 된다. 그것은 상대를 괴롭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괴롭힌다.

상대를 미워한다고 하지만 그 미워하는 마음은 누구 마음인가. 그것은 상대가 아닌 내 마음이다. 우리가 상대를 미워할 때 우리 마음 안에는 ‘미움’이라는 씨앗이 싹을 틔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용서는 상대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미움과 증오의 씨앗이 내 안에 퍼지고 싹트게 되면 내 마음은 온통 증오로 물든다. 그런 사람은 세상을 볼 때 증오와 미움이라는 필터로 세상을 걸러서 보게 된다. 그 사람에게 세상의 모든 일들은 부정적이고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 안에 심겨진 씨앗이 사랑과 자비가 아닌 미움과 증오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밉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조금 밉상스런 행동을 했을 때 지혜롭고 자비로운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만 미움과 증오를 붙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행동을 보고 온갖 화와 성냄과 미움과 욱 하는 마음이 더욱 크게 올라올 수밖에 없다.

나라는 존재 안에 미움과 증오가 남아 있는 이상 우리가 만나게 될 현실은 증오스럽고 미울 수밖에 없다. 반면에 마음 안에 미움과 증오를 다 놓아버리고 용서함으로써 찌꺼기가 없는 이라면 설사 세상의 부정적이고 잘못된 모습을 보더라도 마음이 더럽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은 외부적인 그 어떤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고요하면 세상이 고요하다. 마음에 증오가 넘치면 세상 모든 것이 증오의 대상으로 보이고,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면 세상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다.

또한 우리의 마음은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처럼 비슷한 것을 끌어당기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미움과 증오를 품고 있으면 미움과 증오스런 일들을 끌어당기고 사랑과 자비를 품고 있으면 사랑스럽고 자비로운 일들이 찾아오게 된다.

증오를 버리지 못한 이에게는 계속해서 화나는 일, 증오스러운 일들이 깃들게 마련이다. 마음에서 증오를 담고 있으며, 마음에서 증오를 버리지 못하니 ‘모든 일의 근본은 마음이다. 마음이 주인이 되어 세상을 만든다. 삿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허물과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는 첫 번째 게송의 가르침에 따라 괴로운 일들이 그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일지라도 용서하라. 진정한 승리자는 적을 이긴 사람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증오와 미움을 이겨낸 사람이다.

그렇다고 미움과 증오를 억지로 가라앉히려고 해서 되지는 않는다. 그 미움의 이면에 잠재되어 있는 과거의 원인이 되는 기억들 이를테면 ‘욕하고 때렸으며 굴복시키고 빼앗았다’는 그 마음 속에 간직되어 있는 원망의 씨앗을 쉴 수 있어야 한다.

미움을 일으킨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고 얽매여 있는 한 그 원망스런 마음을 비우기는 어렵다. 우리가 미움과 원망, 증오의 마음을 느낄 때는 그럴 만한 과거의 기억과 그에 대한 집착이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과거에 얽매이는 집착심을 놓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에까지 증오와 원망을 그대로 가져와 현재에 투사하는 것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대상은 ‘미운 사람’ ‘좋은 사람’이 아닌 그저 지금 이 순간 전혀 새로운 ‘사람’일 뿐이다. 이전의 기억과 과거에 얽매이는 마음으로, 미움과 증오의 대상으로 상대를 보지 말라.

“그는 나를 욕하고 때렸다. 그는 나를 굴복시키고 내 것을 빼앗았다.” 라고 할 만한 ‘그’가 내 안에 단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도록 모든 이를 용서하라. 과거의 그 어떤 사람들을 순간 떠올릴지라도 마음이 더럽혀지지 않을 수 있도록 모든 이를 용서하라. 바로 그 때부터 나의 삶은 원망과 미움과 증오에서 벗어나 전혀 새롭고 빛나는 삶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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