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끊임없이 오고 가지요.

 

제가 지금 이렇게 앉아 있는 이 시간 동안에도 많은 것들이 흘러오고 흘러가고 하네요. 새벽부터 새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지금은 아침보다는 많이 잦아들었네요. 아침에는 창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가 제법 추워 겉옷을 입고 있었지만 이제는 벗어도 될 정도로 포근해 졌습니다.

 

바람 소리는 종종 창 밖에서부터 들려오곤 합니다. 창 밖의 초록색 목련꽃잎은 바람에 계속해서 흔들립니다. 고양이도 한 번 왔다가 가고, 저 머얼리 사람들 발자국 소리도 스쳐 가네요.

 

조금 전부터는 지난 달 공사했던 사장님께서 마무리 작업 못한 것이 있다고 오셔서는 무슨 기계를 작동시키며 열심히 작업 중이십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이처럼 끊임없이 우리 앞으로 왔다가 가곤 합니다. 끊임없이 수많은 것들이 지나가지요. 사람들도 오고 가고, 좋은 사람도 싫은 사람도 왔다가 갑니다.

 

사건이나 일들도 왔다가 가고, 성공이나 실패라고 이름 붙여진 많은 것들도 오고 갑니다. 삶과 죽음도 왔다가 가고, 우리 몸도 건강했다가 병약해지기도 하고, 생각도 계속해서 오고 가고, 감정도 끊임없이 왔다가 갑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라는 존재는 바로 이렇게 끊임없이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목전에서 바라보며 머물러 서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어요.

 

마치 셀카봉을 들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어디를 가서 어떤 사진을 찍든 언제나 셀카봉의 중심에 내가 서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주변의 풍경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셀카봉 안에는 언제나 내가 활짝 웃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지나가더라도, 우리는 항상 지금 여기라는 매 순간의 현재에 머물러 있습니다. 모든 것이 지나가는 그 자리에 늘 한결같이 항상하는 ‘이것’이 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셀카봉의 중심에 내가 있듯이, 세상 모든 것이 변해가고, 내 삶 위로 수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간다고 할지라도 그 변화 속에서 변함 없이 머물러 있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도, 사람도, 인연도, 장소도, 생각도, 감정도 다 변하지만 변화하는 그 자리에 우리는 항상 이렇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은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시끄럽게 오고가지만, 온갖 변화무쌍한 요동을 일으키지만 그 모든 변화의 한 가운데에서도 언제나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이 있음은 언제나 이렇게 있을 뿐입니다.

 

성공한 삶도 지나가고 실패한 삶도 지나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의 있음이라고 하는 이 단순한 현존의 자리에서 본다면 그 어떤 것도 그저 이렇게 있을 뿐이지 성공적이거나 실패한 것으로써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성공이다 실패다 하는 것들은 다만 우리의 기억과 생각이 만들어내는 거짓된 관념이고 망상일 뿐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라는 목전의 당처는 언제나 고요합니다. 그저 이대로일 뿐입니다. 아무런 개념도 해석도 붙일 수 없는 것이지요.

 

컴퓨터 화면에 멋진 그림이 있을지라도 그 안의 하나 하나의 화소를 보면 그저 하나의 단순한 점인 것처럼 말이지요. 단지 그 점이 이어지고 스토리를 만들어냈을 때만 잘 그렸거나 못 그린 그림일 수 있을 뿐, 그 점 하나하나는 분별 없는 있음일 뿐입니다.

 

우리 삶 또한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매 순간순간 당처를 직심하여 곧바로 분별 없이 바라볼 수 있다면 이렇게 드러나 있는 모든 목전의 현실이 그저 있을 뿐입니다. 아무런 해석 되지 않는 순수한 존재의 진실이 이렇게 매 순간 드러나 있을 뿐입니다.

Posted by 법상